정부 안전하다는데···전문가들 "문제는 '만성 독성'" 반박 성명
(사)한국환경보건학회는 지난 21일 '계란 살충제 오염 파동에 대한 학회의 입장'이란 성명을 냈다. 학회는 이 성명에서 "일상적 수준으로 계란을 섭취하는 경우 '급성 독성'이 미미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발표한 것은 중요한 사실을 흐릴 가능성이 있다"며 "계란은 매일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1회 섭취나 급성 노출에 의한 독성이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우려하는 건강피해는 만성독성 영향"이라고 했다. 학회는 신경독성에 근거한 피프로닐의 급성독성참고치는 0.003mg/kg이지만, 암원성(암을 발생시킬 수 있는 화학물질)에 근거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기구(FAO)에서 정한 만성 허용섭취량은 급성독성참고치보다 15배 낮은 0.0002 mg/kg에 불과하다는 점을 사례로 들었다. 학회는 "피프로닐의 분해 산물은 독성도 더 큰 만큼 급성독성이 미미함만을 강조하지 말고 만성독성 영향 가능성을 고려해 노출 관리와 건강영향 조사 등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학회는 또 "현재 분석대상으로 선정된 살충제에 대해서만 계란의 오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어떤 살충제에 얼마나 노출됐는지 알 도리가 없다"며 "살충제 방제 작업 직후 계란에 훨씬 높은 농도로 오염됐을 개연성이 있어 개인의 노출량은 더 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실제 생산현장에서 사용된 살충제를 모두 추적하고 농장에서 실제 사용했던 방제용 약제 제품을 전수 회수해 유해 살충제 성분을 확인한 뒤 이에 대한 계란 모니터링이 추가돼야 한다"며 "오염된 계란의 유통망 조사와 이를 토대로 한 소비자의 노출과 위해성 평가를 통해 필요한 추가 조치를 시행하라"고 요구했다. 학회는 살충제 계란 발표 과정에서 보여준 정부의 무능도 비판하고 나섰다. 이번 살충제 계란 파동을 가습기살균체 참사와 닮았다고 비유하기까지 했다. 학회는 "불충분한 부분적 정보를 토대로 계란 살충제 섭취로 인한 건강위험에 대해 성급한 결론을 공포했다. 이는 소통이 부족했음을 보여주는 증거"라며 "잘못된 정보로 정당한 우려를 차단하는 것은 국민의 식탁 안전을 책임지는 국가기관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어 "정부는 투명하고 객관적인 건강영향 정보 공개와 소통망을 다시 구축해야 한다"며 "이번 파동을 계기로 식품 위생과 안전에 대한 국가 체계를 근본적으로 개선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정부는 평생동안 살충제 성분 5종(피프로닐·비펜트린·플루페녹수론·에톡사졸·피리다벤)이 최대로 검출된 계란을 매일 먹었다해도 건강상 위해하지 않으며, 한 달 정도 지나면 대부분 몸 밖으로 배출되는 성질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유럽에서 문제가 된 피프로닐에 가장 많이 오염된 계란을 1~2세 아이의 경우 하루 24개, 3~6세는 37개, 성인은 126개를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이는 평생 매일 2.6개씩 먹어도 건강에 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도 했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