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증권사 '매도' 리포트에...韓 대표종목들 '곤두박질'
삼성전자, SK하이닉스도 외국계 증권사들의 하향 보고서에 맥 못춰 "한국기업 때리기" vs "국내 증권사들이 못하는 셀, 대신 외친 것"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코스닥지수를 900까지 올려놓은 코스닥 대장주 셀트리온이 최근 외국계 증권사의 잇따른 매도 보고서에 주가가 곤두박질쳤다. 셀트리온뿐만 아니라 국내 대표주들이 외국계 매도 보고서에 맥을 못 추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의 한국 기업 때리기라는 불만이 제기된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이 상장사 눈치를 보며 못하는 '셀'(Sell)을 외국계 증권사들이 대신 외쳐주고 있다는 반응도 나온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셀트리온은 지난 19일 코스닥시장에서 하루 만에 9.87%(3만1500원) 떨어진 28만7800원에 종료, 30만원선을 반납했다. 지난 15일만 해도 35만원이었던 셀트리온은 나흘 동안 주가가 18%(7만원) 빠졌다. 같은 날 셀트리온헬스케어(-7.88%)와 셀트리온제약(-9.82%)도 크게 하락하면서 셀트리온 그룹주는 하루 동안 시가총액 5조6500억원이 증발했다. 더군다나 셀트리온이 연매출 8000억원 돌파라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놓은 날임에도 주가가 급락해 이목이 쏠린다. 19일 셀트리온은 별도 재무제표 기준 지난해 매출이 8289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43.5% 증가했다고 공시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5174억원으로 104.7% 뛰었다. 주가 급락은 A4 한 장짜리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 때문이다. 독일계 투자은행 도이체방크는 지난 18일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로 8만7200원을 제시했다. 보고서를 발표한 18일 종가(31만3500원)의 28%로, 3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도이체방크는 또 코스닥 시총 2위 셀트리온헬스케어 목표주가로 당시 종가(13만500원)의 31%인 4만800원을 내놓았다. 앞서 일본 노무라증권도 지난 17일 '헬스케어업종' 보고서에서 셀트리온의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현저히 낮은 23만원으로 제시하며 매도 의견을 냈다. 이에 따라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17일에도 9.76% 추락했다. 같은 날 셀트리온헬스케어(-13.97%), 셀트리온제약(-10.11%) 등도 가파른 하락세로 마감했다. 외국계 증권사의 매도 리포트가 한국 대표주들의 고공행진 흐름에 제동을 건 사례는 이번뿐만이 아니다. 코스피 대장주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7일 하루 만에 5.08% 급락한 263만2000원에 마감했다. 가파른 오르막길을 걷던 삼성전자 주가를 잡아 세운 건 전날 나온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보고서다. 모건스탠리는 '메모리 사이클이 곧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투자 의견을 기존 '비중 확대'에서 '중립'으로 목표주가를 29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코스피 시총 2위주 SK하이닉스도 작년 10월 17일 나온 외국계 투자은행 크레디리요네증권(CLSA)의 매도 보고서에 다음날 3.11% 하락한 8만900원에 종료했다. CLSA는 SK하이닉스에 투자의견 매도와 목표주가 9만4000원을 제시했다. 외국계 매도 보고서가 강력한 파급력을 갖는 것은 먼저 글로벌 외국계 증권사가 국내 증시 큰 손 외국인들의 투자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가운데 국내 종목을 분석하는 곳이 많지 않아 보고서 한 장이 지배력을 갖고 외국인들의 매매를 좌우하는 사례가 발생한다"며 "외국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도 국내보다는 외국계 보고서에 더 신뢰를 갖고 민감하게 반응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외국계 증권사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마케팅 및 영업하는 능력이 국내 증권사보다 우위에 있어 주가 반응이 더 즉각적이다"라고 설명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매수 일색의 보고서를 쓰는 구조적인 문제로 외국계 매도 보고서가 더 먹히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국내 증권사 14곳은 현재 셀트리온 목표주가를 현 주가보다 낮게 잡았지만 절대다수인 13곳이 투자의견을 '매수'로 설정해 놓은 상태이다. 나머지 한 곳이라고 해봤자 투자의견은 '유지'이다.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애널리스트들은 매도 리포트를 쓰면 해당 기업을 출입하지 못하게 되거나 개미 투자자들의 각종 압력에 시달리는 등 독립적으로 보고서를 쓰지 못하는 구조에 처해있다"며 "이와 달리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국내 애널리스트들처럼 국내 일부 기업을 커버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상장사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부담을 적다 보니 상당히 자율적으로 매도 의견을 낼 수 있다"라고 전했다. 이렇게 독립성과 자율성을 상당 수준 확보했다고 해서 외국계 증권사의 보고서가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담보하는 것은 아니다. 1986년 경제 저널리스트들이 설립해 '독립 리서치'를 표방하는 것으로 유명한 CLSA는 지난해 7월 삼성SDS의 투자의견을 '매도', 목표주가는 10만원을 제시했다. 당시 주가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그러나 반년여가 지난 19일 현재 삼성SDS 종가는 25만4500원이다. 또 CLSA는 같은 달 엔씨소프트, LG전자 등의 목표주가 후려치기를 하고 매도 의견을 냈지만 현재 이들 주가는 목표주가는 물론 당시 주가보다도 올랐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외국계 증권사 보고서가 한국계 보고서보다 내용, 분석 방식, 독창성 등이 질적으로 더 우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며 "또한 외국계 증권사들이 공매도로 수익을 내기 위해, 혹은 편입을 못 했을 때 매수 기회를 확보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매도 보고서를 내는 것이라는 의혹도 배제할 수 없다"라고 진단했다. 이어 "국내든 국외든 증권사 보고서를 볼 때는 목표주가나 투자의견보다는 그 기업의 핵심 가치에 대한 분석 내용을 보고 투자 결정에 참고하는 것이 유리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