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금리 정상화' 예측…국내 부동산 시장 '덜덜'
미 연준의 금리 결정을 좌우하는 주요변수는 물가와 실업률이다. 이 가운데 미국의 실업률은 지난해 이후 4%대로 완전고용에 가까운 수준을 유지해왔지만, 물가가 연목표치(2%)를 장기간 밑돌며 금리 정상화에 제동을 거는 마지막 변수로 작용해왔다. 하지만 이러한 흐름이 바뀌는 신호가 점차 뚜렷해지고 있다. 금리 정상화 신호는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미 국채 10년물이 대표적이다. 6일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 국채 10년물 이자는 올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10년물 이자는 올해 1월 2일만 해도 연 2.46%로 장을 마감했다. 하지만 9일 2.55%로 올 들어 처음으로 2.5%에 진입했다. 이어 ▲17일 2.57%▲18일 2.62% ▲19일 2.64% ▲22일 2.66%▲29일 2.70% ▲30일 2.73% ▲2월1일 2.78% ▲2월2일 2.84%로 연일 상승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5일 2.77%로 주춤했지만, 큰 흐름은 우상향이다. 미 국채 이자율은 시장에서 향후 미국의 경기를 예상하는 지표로 활용돼왔다. 경기가 개선되면 물가가 오르고, 이러한 우려가 국채 이자율에 고스란히 반영된다는 뜻이다. 국채 투자자들은 물가 상승에 극히 민감하다. 물가가 오르면 앉은 자리에서 손에 쥘 수 있는 수익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국채 이자율과 가격은 반대 방향이다. 이자율이 오르면 기존 국채가격은 하락한다. 국채 30년 물도 10년물과 유사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월2일 연 2.81%에 그쳤으나, ▲11일 2.91%로 2.9%벽을 돌파한 뒤 ▲2월1일 다시 3.01% ▲2월2일 3.08%를 각각 기록하는 등 거침없이 상승중이다. 국채 30년물 이자가 연 3%벽을 돌파한 것은 작년 5월15일(3.0%) 이후 8개 월 여만에 처음이다. 연준은 앞서 지난 2015년 12월 이후 5차례 기준금리를 올렸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대개 3년물, 10년물 국채 금리가 오르고, 다시 30년물로 금리 상승세가 확산되는 경로를 거친다. 하지만 국채금리는 그동안 기준금리 인상에도 오히려 뒷걸음질 치는 등 이상징후를 보였다. 시장이 트럼프호를 좀처럼 신뢰하지 못한 결과다. 러시아 스캔들 등 정쟁에 발목이 잡히면서 대선공약인 인프라 투자, 감세 등 경기 부양책을 제대로 이행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확대된 영향이 컸다. 미국채 10년물 이자가 가파른 상승세를 유지하는 데는 트럼프 호를 향한 시장의 이러한 의구심이 일정부분 해소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인프라 투자, 감세가 이뤄져 경제 성장률이 높아지면 물가는 꿈틀거릴 수 밖에 없다. 미 연준의 금리 정상화 가속을 가로막던 마지막 걸림돌이 사라진다는 뜻이다. 미국경제는 지난 2009년 6월 이후 초장기 확장 국면을 유지하면서도 물가는 좀처럼 2%를 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저물가를 미국 전자상거래 시장의 40% 이상을 점유한 아마존 효과에 빗대 설명해왔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의 가속페달을 밟지 못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일 미국 노동부가 발표한 1월 미 근로자들의 시간당 임금은 이러한 저물가 우려를 일정부분 씻어냈다. 시간당 임금은 26.74달러로 1년 전에 비해 2.9%상승했다. 미 노동시장이 사실상 완전고용상태를 유지하면서도 임금은 제자리걸음인 이상현상이 서서히 해소되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소비가 미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70%를 넘는다. 미 근로자들의 지갑이 두둑해져 씀씀이가 커지면 인플레가 가속화될 가능성도 더 커진다는 뜻이다.
시중 금리는 이미 오르고 있다. 5일부터 적용된 NH농협은행의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5년간 고정·이후 변동금리)는 3.69∼5.03%다. KB국민은행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도 3.83∼5.03%다. 내달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응해 한은이 금리를 올리면 시중 금리는 더 오늘 가능성이 높다. 금리가 오르면 지난달 31일부터 시행중인 신 총부채상환비율(DTI)도 더 줄 수밖에 없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