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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52시간 비상]"잔업·야근·주말특근 사라지면 생계 막막"...저소득 생산직 직격탄

등록 2018-05-20 06:10:00   최종수정 2018-06-11 09: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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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임금 근로자들, 지금까지 초과근로수당으로 소득보전 해왔지만

주52시간 시행에 급여 확 줄어 "너무 삶이 힘들어졌다" 고충 토로

대기업 근로자도 "당장 애들 학원비로 쓰던 주말수당 사라져" 불평

신규채용 1인당 60만~100만원 지원 정책에 "왜 세금지원이냐" 불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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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뉴시스】김종민 기자 = # "기본급이 적어서 야근과 주말 특근으로 월 70만원씩 더 벌면서 5인 가족 생계를 힘들게 꾸려 왔는데 주52시간 근무로 소득이 크게 줄게 생겼습니다.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기본급은 좀 늘었지만 상여금은 오히려 줄어 한달 220만원 정도 버는데, 물가까지 많이 올라서 앞날이 막막합니다."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A씨처럼 주 52시간 시행에 따른 근로시간 감소로 생산직 근로자들의 한숨이 늘고 있다. 저임금인 이들에겐 정규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에 대해 1.5배의 수당이 주어지는 '초과근로수당'이 소득보전 수단이 돼 왔기 때문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1주일에 52시간 이상 일하고 있는 제조업 종사자는 40만9000명이다.

이들은 현재 1주일에 평균 21.4시간 야근·특근을 하며 초과근로 수당으로만 88만4000원을 벌고 있다. 향후 52시간 단축 근무 시행으로 제조업 종사자의 야근·특근은 9.4시간으로 대폭 감소할 예정이며, 이에 따른 월 평균 수입의 변화는 296만3000원에서 257만5000원으로 13.1%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실제 제조업 종사자들의 소득 감소폭은 이보다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도 이 같은 고충을 토로하는 글들로 빼곡하다.

경기도 안산공단에서 생산직 주야 3조2교대 근무를 하고 있다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3조2교대의 근무형태는 주간근무 4일, 휴무2일, 야간근무 4일, 휴무2일 이렇게 이뤄지고 있다"면서 "지금은 특근(당직)과 잔업으로인해서 그나마 만족감을 느낄만한 급여를 받고 지내고 있는데, 주52시간 법안 통과 이후로, 특근도 제한이 있고 시급은 올랐지만 평소 받던 급여의 3분의1 정도가 줄어든 상태다. 너무 삶이 힘들어졌다"고 밝혔다.

어머니와 둘이 지내고 있다는 29살 남성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회사에서 미리 주52시간 변경으로 갑작스럽게 월급이 80만원 가량 줄어 5월1일부터 퇴근 후는 물론 휴무날에도 대리운전하느라 밤새 일하고 있다"면서 "정말 매일매일 대리운전 끝내고 서러워서 소주 한잔하고 새벽 3시에 잠들고 아침에 다시 출근한다. 그냥 다 내려놓고 싶은데 어머님 모실 분이 없어 그걸로 버티고 있다"고 토로했다.

비정규직 노동자라고 밝힌 한 사람은 "근로자는 이번 52시간에 또한번 고개숙이고 저녁 있는 삶은 투잡으로 또다른 일터없나 일을 알아보고 다녀야 한다"면서 "근무를 하고싶어도 할 수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고졸에 가방끈 짧아도 보람과 열정으로 지금것 일터로 향했던 모든 대한민국 비정규직 노동자의 마음으로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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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는 10월에 아빠가 된다고 밝힌 한 사람은 "총각 때 모은 자금과 대출로 조그마한 아파트 구입해서 주6일 일하는 월급에 맞춰 생활하며 불평불만 없이 살아왔다"면서 "그러나 주52시간 확정되고 나서는 생활에 답이 안나온다. 임신한 아내를 일 시킬 수도 없고, 주말 아르바이트를 해야 간신히 생활비가 맞춰진다. 주52시간이 반가운 사람도 있겠지만 아닌 사람들을 입장을 고려해 자율제도가 좋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저소득 근로자처럼 생계를 위협받지는 않지만 당장 수입이 줄어들게 된 대기업 직원들도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한 대기업 부장은 "팀장급이라 부득이하게 주말에 근무할 일들이 많이 있어 고달팠지만, 한달 3~4차례 주말 근무로 얻은 수당으로 자식 둘 학원비로 쓰며 보람을 느꼈다"면서 "주 52시간이 시행되더라도 주말근무를 안할 수 없는 입장인데, 앞으로는 사실상 무급으로 해야하는 꼴이 될 것 같다. 생계가 위협적인 상황은 아니지만 당장 들어오던 돈이 사라지게 되고 일하는 맛도 안날듯 하다"고 말했다.

한편, 주52시간 연착륙 대책으로 정부가 내놓은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대책'에 대한 불만도 쏟아졌다. 정부는 주52시간으로 노동시간을 단축한 대기업에게 신규채용 1인당 월 최대 60만원을, 중소기업에는 월 최대 100만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한 청원자는 "정책이 올바르다면 왜 세금으로 지원하나. 최저임금 일자리 안정지원도 그렇고 아주 국민들 돈 쓰면서...국민동의 투표라도 하던지"라며 "이럴려고 내가 세금내나"며 불만을 토로했다.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책이 사회 안정망 차원의 복지정책으로 이뤄져야 하는데, 정책의 부작용을 막기 위한 임기응변식 대책만 나오고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이와 관련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는 "기업들은 현행법에 규정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등 유연 근로시간제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면서도 "현행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단위 기간이 짧고 도입요건이 엄격해 활용이 어려웠다.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이 시급히 추진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치산업, 조선·건설·방송영화 제작업에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활용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비상시 특수한 상황이 있다면 노사 합의와 고용노동부 장관의 인가를 거쳐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하는 방안도 적극 도입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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