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①]신태용호, 통쾌한 반란···16강 못잖은 '서프라이즈'
1990 이탈리아월드컵 이후 28년 만에 3전 전패 탈락 위기에서 독일 2:0 격파지역예선 도중 감독 경질·주축선수 줄부상·2연패 딛고 일어서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27일 오후 5시(현지시간·한국시간 27일 오후 11시) 러시아 카잔의 카잔 아레나에서 열린 독일과의 2018 러시아월드컵 F조 조별리그 최종 3차전에서 김영권(광저우 에버그란데), 손흥민(토트넘)의 릴레이 골을 앞세워 2-0으로 승리했다. 앞서 스웨덴(0-1), 멕시코(1-2)에 진 한국은 1승2패(승점 3) 조 3위로 16강에 오르지 못했다. 그러나 강호 독일을 상대로 기적 같은 승리를 거둬 세계 축구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날 경기는 독일이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 0-1로 패한 것보다 훨씬 더 큰 이변으로 평가받는다. 한국의 FIFA 랭킹은 57위,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기 때문이다. 특히 독일은 16강 진출을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한국은 1~2차전만 보면 벼랑 끝에서 기사회생한 것이나 다름없다. 3전 전패가 유력해 보였다.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2014년 9월 사령탑에 오른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 2경기를 남긴 지난해 6월 전격 경질됐다.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소방수로 나선 신태용 감독은 2경기에서 2무에 그쳤지만 목표로 한 월드컵 본선 티켓은 거머쥐었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행에 성공했지만 경기력이 매우 좋지 않자 팬들은 "월드컵에 진출 당했다"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월드컵에 온 신경을 기울였지만 뜻대로 되는 것은 없었다. 월드컵을 앞두고 최종엔트리 승선이 유력했던 김진수, 김민재(이상 전북), 염기훈(수원), 이근호(울산), 권창훈(디종) 등이 무더기로 부상을 입어 모두 전력에서 이탈했다. 신 감독은 멕시코와 2차전이 끝난 뒤 "오늘 그 선수(부상자)들이 상당히 머리에 남아 있었다"며 몹시 아쉬워했다.
스웨덴과 멕시코전에서 전술 실패, 수비진의 순간적인 판단 실수로 2연패를 당하자 신 감독과 장현수(FC도쿄) 등 몇몇 은 수위 높은 비난에 시달려야 했다. 독일전 승리는 많은 것을 바꿨다. 신 감독과 선수들 모두 유종의 미를 거두며 웃을 수 있었다. 독일은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조별리그 탈락의 아픔을 맛봤다. 1938 프랑스월드컵 1라운드에서 탈락했지만 당시에는 조별리그 없이 바로 토너먼트를 치렀다.
독일이 월드컵에서 2골차 이상으로 패한 것은 네 번째다. 앞서 크로아티아, 이탈리아, 브라질이 독일에 2골차 이상으로 이겼다. 비록 16강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신 감독이 월드컵을 앞두고 언급한 "통쾌한 반란"은 독일과의 마지막 승부를 통해 현실이 됐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