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결산⑧·끝]막판 반전은 이뤘지만···월드컵 열기, 예년같지 않네
지방선거·북미정상회담에 밀린 월드컵'죽음의 조' 생존 한국대표팀 기대 낮아떨어지는 경쟁력과 경기력도 주된 원인
한국이 받아든 성적표는 1승2패, 기대 이상의 성적을 내 '통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던 신태용 감독의 포부에 비하면 낯부끄러운 결과다. 아쉬운 결과만큼 월드컵 분위기 역시 예전만은 못했다. 월드컵은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축전이다. 축구 변방인 한국에서도 월드컵 열기는 축구 강국 못지 않았다. 국민들은 TV를 보면서, 거리응원을 하면서 태극전사들의 기살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한국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응원의 열기는 곧 월드컵의 뜨거운 분위기를 대변해줬다. 월드컵 기간에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축구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주된 대화의 주제는 단연 월드컵이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활발했다. 월드컵 특수를 겨냥해 마케팅에 힘쓰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었다. 방송사들도 월드컵 특집 프로그램을 마련하느라 분주했다. 월드컵 경기 생중계는 물론이고 대회 개막 전후로 관련 프로그램들이 편성돼 시청자들의 월드컵 기대감을 한껏 부풀렸다.
실제로 월드컵 시즌이면 떠들썩하게 이어지던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월드컵 노래도 잘 들리지 않는다.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 당시에는 다양한 응원가들이 우리의 귀를 사로잡았지만 이번엔 응원가를 좀처럼 듣기가 어려웠다. 방송가도 월드컵 특수가 사라진 모양새다. KBS 2TV에서 선보인 '볼쇼 이영표'를 제외하고 특별한 프로그램을 찾기가 힘들었다. 월드컵 열기가 예년보다 시들해진 데는 정치·사회적인 이슈가 작용했다는 평가다. 월드컵 개막일인 지난 14일 직전 6·13 지방선거, 북미정상회담(12일) 등 정치·사회적 큰 이슈가 있었다. 지방선거의 경우 공식 선거운동에 돌입하면서 선거 플래카드가 걸리고 후보자들 간 비방전이 가열되면서 국민들의 관심이 선거로 쏠렸다.
대표팀의 저조한 경기력도 한몫했다. 러시아 월드컵은 역대 한국대표팀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떨어진 대회로 꼽힌다. 국민들도 한국대표팀의 경기력에 시종일관 의문부호를 달았다. 여기에 독일, 멕시코, 스웨덴 등 강팀들과 조편성이 되면서 어파치 16강은 그림의 떡처럼 여기는 국민들이 많았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달 18일 벌인 월드컵 관련 설문조사에서 '우리 대표팀이 16강 이상의 성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는 응답자는 전체의 37%로 나타났다. 설문을 시작한 2002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앞두고는 73%, 2006년 독일월드컵에서는 94%,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월드컵에서는 79%의 응답자가 대표팀의 16강 이상 성적을 예상했다. 신태용호는 출범부터 월드컵 본선까지 시종일관 경기력 논란과 전술 부재 시비에 시달렸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 경질 후 구원투수로 등장한 신태용 감독은 월드컵 본선 9회 연속 진출을 이뤄냈다.
조별리그 첫 경기인 스웨덴전에서 패배하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됐다. 패배도 패배였지만 유효슈팅 수 0이라는, 내용상으로도 좋지 못한 결과였다.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내용상으로나 결과로나 좋은 결실을 맺었다면 식어버린 월드컵 열기는 다시 뜨거워질 수도 있었다. 스웨덴전 패배는 국민들의 기대감을 그만큼 더 떨어트렸다. 어차피 질 경기, 응원해서 무엇하느냐는 자조 섞인 반응도 나왔다. 거리응원전 참여인원도 이전 월드컵에 비해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평이다. "국가대표로서 자격 없다", "실망스러운 경기력 후퇴하는 한국축구", "실력도 없고 전략도 없다", "답답한 축구. 무엇을 기대하나" 등 한국대표팀을 향한 누리꾼들의 불만의 목소리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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