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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시스터즈 "우리 자연사하자"···어쩌면 이 시대 최상의 위로

등록 2018-10-30 10:39:08   최종수정 2018-11-05 1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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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걱정 마, 어차피 잘 안 될 거야. 우리 자연사하자. 우리 자연사하자. 혼자 먼저 가지 마. 우리 자연사하자.'

듀오 '미미 시스터즈'의 신곡 '우리 자연사하자'는 시대의 위로가다. 악다구니를 쓰면서 살지만 황망한 죽음이 많은 시대, '어차피 잘 되지 않을 거야'라는 체념은 아이러니하게 찌푸린 미간을 펴게 만든다.

미미시스터즈의 인장인 디스코풍 경쾌한 복고 사운드가 귀에 감기는 '우리 자연사하자'는 그녀들이 바라본 '웰다잉'이다. 2008년 밴드 '장기하와 얼굴들' 멤버로 데뷔한 지 어느덧 10년, 아직 대중음악계에 큰 획을 긋지는 못했지만 자연스런 죽음을 위해 잘 먹고 잘 살아가는 중이다. '우리 자연사하자'는 이들의 10주년 기념곡이다.

큰 미미는 "한 페이지를 넘겼다는 생각은 들지만 요즘 대중음악계에서 10년은 명함을 내밀 정도가 아니에요"라면서 "인디 1세대인 크라잉넛, 노브레인은 20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건재하지 않나요"라고 말했다.

미미시스터즈의 큰 미미와 작은 미미는 '크라잉넛' 때문에 홍대 신에 들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10년 장기하와얼굴들에서 독립, 음악적인 고민을 하고 있을 때 크라잉넛의 베이시스트 한경록의 조언이 큰 힘이 됐다. "중요한 것은 계속하는 것이다."

이들이 2011년 발매한 정규 1집 '미안하지만·· 이건 전설이 될 거야'에 실린 '미미'는 한경록이 그녀들을 위해 쓴 곡이다. "미미 괜찮니 비에 젖은 풍뎅이처럼. 내일 모레면 모든 게 다 잘될지도 몰라"라는 노랫말은 현재의 미미시스터즈에게도 유효하다. 작은 미미는 "이 가사가 여전히 와 닿아요. 온갖 역경, 고난을 겪었는데 '너 괜찮지'라고 여전히 물어봐주는 것 같아요. '자연사하자'와 맥락이 닿죠."

'자연사'라는 키워드는 올해 초 떠올렸다. 주변에 젊은 지인이 갑자기 쓰러지면서 서로 서로를 위로하는 것에서 시작했다. 큰 미미는 "사회에 나와 바쁘면서 서로를 만나지도 못하고 충분히 위로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도 들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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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미미
동시에 음악의 기능에 대해서도 톺아보기 시작했다. 이들이 애정을 품은 록뿐만 아니라 음악 자체를 사람들이 먹고 살기에 바빠, 잘 듣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떠올린 것이 캠페인송 개념이다. '잘 살다 잘 죽자'라는 메시지를 담은 '자연사하자'로 인해 조금이라도 음악을 가깝게 느꼈으면 한다는 마음이다. 이 가치는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고 본다. 한국어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로도 제작한 이유다. 해외 뮤직스토어에 동시 발매됐다.

미미시스터즈는 2008년 장기하와얼굴들이 '싸구려 커피'로 데뷔할 당시 무대에서 두꺼운 메이크업에 선글라스를 낀 채 요상한 춤을 춰 주목 받았다. 특히, 앙 다문 입술로 끝까지 침묵으로 일관하는 나름의 신비주의로 인기를 끌었다.

침묵의 정도가 얼마나 심했으면 라디오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한 선배 가수가 미미시스터즈에게 인사성이 없다며 불쾌해 했을 정도였다. 대중음악계에서는 이들과 관련한 인조인간설, 외계인설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세월이 흐른만큼 미미시스터즈는 신비주의의 베일을 살짝 걷어냈다. 여전히 이름, 나이 등 신상명세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일과 음악을 병행해온 이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 정도는 공유했다. 큰 미미는 최근 문화지원 일을 그만뒀고, 그간 결혼과 출산을 한 작은 미미는 남편이 인도로 발령이 나 현지에서 살고 있다. 이번 신곡 발표와 공연을 위해 내달 중순까지 한국에 머문다.

신비주의를 앞세운 데뷔 초기는 이들에게 분명 즐거운 경험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고뇌를 던져주기도 했다. 큰 미미는 "우리가 언제 사라질까, 불안했어요"라고 고백했다. 작은 미미도 "데뷔 초창기에는 마네킹처럼 웃지도 않고 말하지도 않았어요. 회식에서도 선글라스를 벗지 않았어요"라면서 "처음에는 재미가 있었는데 어느 순간 힘들어지더라고요. 저의 모습과 미미의 모습의 갭이 크다 보니 정체성이 혼란스러웠어요"라고 돌아봤다.

10년을 해오면서 이제 미미와 자신들의 균형을 맞출 수 있게 됐다. 큰 미미는 "자연인으로서 저와 큰 미미로서의 저가 적절히 공존할 때 삶의 균형이 맞아요"라면서 "지금은 이 순간 자체를 감사하게 받아들이고 있어요"라며 흡족해했다. 작은 미미도 "혼란을 멈추고, 괴리를 지나 미미가 잘 버무려지고 흡수됐다"며 웃었다.

미미시스터즈는 K팝 걸그룹의 시대에 한국형 원조 걸그룹의 계보를 잇고자 노력하는 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들의 음악은 1950~70년대를 풍미한 '펄시스터즈'와 '바니걸스' '숙자매' 등을 떠올린다. 1960년대 초 유행한 서핑 사운드부터 당시의 사이키델릭 정서, 1970년대 솔 사운드, 1990년대 그런지·펑크까지 두루 소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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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미미
2016년 그룹 '바버렛츠'와 가수 이난영(1916~1965) 탄생 100주년 헌정 공연을 열었고, 1950년대 활약하며 '한국 최초의 걸그룹'으로 통하는 '김시스터즈' 멤버 김숙자와 KBS 1TV '가요무대'에서 함께 노래하기도 했다.

1집에 신중현이 작곡하고 1970년대 활약한 걸그룹 '바니걸스'가 부른 '우주여행'을 리메이크해 싣기도 했던 미미시스터즈는 "저희의 뿌리를 찾는 것이 중요해요"라고 입을 모았다. 음악적으로나 일상적으로나 일이 풀리지 않을 때 앞선 선배 걸그룹들로부터 해답을 찾는다는 미미시스터즈는 "선배들 덕분에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칠 수 있다"고 했다.
 
"여성 그룹은 수명이 짧고, 나이든 여자는 매력이 없다고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할머니가 된 미미를 더 쉽게 상상해요. 연륜이 생기면서 더 멋지고 재미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죠. 잘 삭은 김치처럼 좀 더 전할 수 있는 매력이 풍성해질 수 있다고 믿어요. 기획사 없이 저희 힘만으로 음악을 만들고 팀을 유지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게 가능하다면 대중음악계가 더 재미있어지지 않을까요."

미미시스터즈는 11월9일 성산동 문화 비축기지 T2 공연장에서 이번 신곡과 같은 제명의 디너 콘서트 '우리 자연사하자'를 연다. 지난 10년 동안 발표한 곡을 이야기로 엮어서 선보인다. 장수를 기원하며 국수, 술도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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