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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시스 이 책]우다영 "소설가, 징조를 발견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

등록 2018-11-29 06:05:00   최종수정 2018-12-10 10:0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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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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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설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작가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도전'하면 흔히 새로움을 떠올리지만, 문학에서는 통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새롭지 않은 익숙한 소재를 다루는 것, 작가에게 엄청난 도전이다.

연애가 특히 그렇다. 많은 남녀가 겪어본 일이어서 진부하다 못해 지루할 수도 있다.

 작가 우다영(28)의 첫 소설집 '밤의 징조와 연인들'(민음사)은 그러나 기발하면서도 참신하다. 평범한 연애 이야기를 뛰어넘는다.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의 인연, 우연과 필연을 돌아보게 만든다.

우 작가는 "소설을 혼자서 쓰고 읽어왔다"며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정식으로 책을 내면서 보여주게 됐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면 좋겠다. 떨리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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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설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작가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지금까지 해온 연애에 대한 소감문 같은 느낌으로 써보고 싶었다"며 "'밤'이라는 상태와 분위기를 좋아한다. 모든 사람한테 물리적인 밤이 아니라 비유적인 밤이 지나간다고 생각한다"고 이번 소설집을 소개했다.

"무수한 밤을 지나가기 전에는 못 느끼지만, 시간이 흐른 뒤에 늘 징조를 발견하게 된다. 대체로 사랑하는 사람들이 그런 세계를 살아가는 것 같다. 누군가를 열렬히 사랑하기도 하고, 자신이 누구를 사랑하는지 모르고 사랑하기도 한다. 이런 감정들을 알지 못하고 지나가기도 하는데, 독자들이 인생의 조각들을 발견하길 바랐다. 소설가는 징조를 발견하고 만들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연인관계에 집중해서 친밀하고 내밀한 관계가 가지는 의미를 짚고 싶었다."

표제작은 생생한 연애 관찰기다. '이수'는 신인 큐레이터들을 소개하는 전시에서 '석'을 만난다. 두 사람은 애인사이가되고 청춘의 시간을 함께 보낸다. 평범해 보이는 연애지만 비범하다. 달콤 쌉싸름한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궁금했던 사람이 있는데 잘 모르겠다고 생각되면 소설로 썼다. 석이는 우리가 많이 만날 수 있는 유형의 사람이다. 그를 이해해보고 싶은 마음으로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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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설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작가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사랑은 여러가지 이유에서 시작된다.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 있는가 하면, 만남이 반복되면서 호감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 어떤 사랑은 언제 시작됐는지 모르기도 한다. 사랑이 끝난 줄 알았는데 계속 이어지기도 한다. 사랑의 시작과 끝,  경계가 모호할 수밖에 없다. 우 작가는 이 지점을 예리하게 포착했다.

시작되는 사랑, 변해가는 마음, 끝나버리는 사랑 등 연애의 순간순간을 섬세하게 그렸다. 표제작을 비롯해 '노크' '조커' '얼굴 없는 딸들' '셋' '크림' 등 8편이 실렸다. 412쪽, 1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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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설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작가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함께 지내면서 알게 된 석이는 언제나 가장 안 좋은 경우부터 떠올리는 사람이었다. 이를테면 주머니에 지갑이 없다는 걸 깨달았을 때 나는 대수롭지 않게 방에 두고 나왔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석이는 그 지갑이 천변 징검다리 사이에 떨어져 이미 먼 곳까지 떠내려갔을 거라고 거의 확신했다. 지갑 속에 든 것들을 이미 잃은 것처럼 행동했고 그때문에 생기는 온갖 불이익을 미리 감수했다. 지갑은 책상 모퉁이에 얌전히 놓여 있었다."('밤의 징조와 연인들' 중)

 "나는 그와 만난 지 두 달 만에 결혼을 승낙했다. 시기가 좋을 때 만난 탓이었다. 시기도 운명이라면 운명이지라고 농담처럼 말했다. 그는 드디어 운명적 사랑을 만났다고 믿는 눈치였지만 나는 사랑은 대체로 운명적인 구석이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사랑이라면 할 만큼 해보았다고 생각했다."('셋' 중)

단편 소설 3편에 매우 각별한 애정을 드러낸다. "'크림' '노크' '조커' 순으로 썼다. 마음 속에서는 연작 소설이었다. '크림'을 쓰고 남았던 질문이나 궁금했던 세계가 '노크'였다. '노크'에서 남은 의문을 '조커'의 공간으로 가서 썼다. '노크'를 썼을 때 많이 느낀 감정은 죄책감이다. 작가가 된 해에 세월호 참사가 있었다. 누군가의 불행, 죽음에 이유없이 죄책감을 느꼈던 것 같다. 그게 소설에 영향을 많이 끼쳤고 '노크'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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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소설 '밤의 징조와 연인들' 우다영 작가가 23일 서울 삼청동 카페 보드레 안다미로에서 뉴시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mail protected]
앞으로는 "인간에 대한 탐구, 사람 이야기를 많이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처음에 소설을 쓸 때는 거시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봤다. 그 때는 인물을 다루면서도 사람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저 세계가 돌아가는 곳에 배치됐다고 여겼는데, 그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또 "시간이 지나고나면 달라지는 것에 관심이 있다"며 "기억이 달라지고 사람이 달라지면 관계가 달라지고 상황도 달라진다. 그게 어떤 형태가 되는지 여러가지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짚었다.

"모든 순간이 소중하지만, 당시에는 소중함을 느끼지 못할 때도 있다. 무수한 가능성이 있었는데, 그 중에서 하나를 선택헤 지금이 있다. 무수한 가능성이 있었다는 자각이 현재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것 같다. 그 순간들을 소설에서 많이 포착하고 싶다."

우다영은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재학 중이던 2014년 '세계의 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운좋게도 대학교 4학년 때 바로 등단했다. 교수님과 친구들이 기뻐해줘서 큰 힘이 됐다. 그 때 소설을 쓰면서 평생 살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에 길이 놓이면서 그 길을 걸어가게 됐다. 등단 이후에 항상 소설을 생각하면서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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