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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인 수 감소 역대 최대…'비혼' 때문일까, '만혼' 때문일까

등록 2018-12-02 09:30:00   최종수정 2018-12-10 09:4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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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혼인 건수, 37년 만에 역대 최대 감소

'비혼주의' 탓 해석은 무리…규모 파악도 안돼

만혼 인구 증가가 영향 더 큰 듯…"데이터 명확"

자유·자아실현 추구, 경제적 이유로 결혼 유예

전문가들 "만혼, 무한 경쟁 속에 강화되는 현상"

"비슷한 사람 많아져 문제라 인식도 안하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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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현호 기자·김병문 수습기자 = 최근 혼인 건수가 3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난달 28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9월 신고된 혼인은 1만4300건으로 1년 전(1만7900건) 대비 20.1%(3600건)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9월 기준으로 1981년 이후 최대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이 같은 추세에 대해 최근 시대적 트렌드처럼 회자되고 있는 '비혼(非婚)주의'가 크게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이 나온다. 비혼은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통하기 때문에 미혼(未婚)과는 달리 주체적 성격이 강하다. 

하지만 혼인 건수 급감의 이유를 막연히 비혼주의의 등장으로만 보기에는 무리한 측면이 있다. 비혼으로 추정되는 인구는 모호하거나 극소수에 머물러 있는 반면, 늦게 결혼을 하는 '만혼(晩婚)족'이 꾸준히 늘어왔다는 점이 이를 방증한다.

◇비혼족보다 만혼족 증가폭이 더 커

비혼족은 그 규모나 변화를 정확히 특정하기도 쉽지 않다. 결혼처럼 신고하는 개념이 아니고 개인의 인식이기 때문이다.

다만 비혼족 인구 비중으로 짐작할 수 있는 수치들은 있다.

지난달 6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사회조사 결과'에서 결혼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여기서 결혼에 부정적인 응답을 한 비율은 3%에 불과했다.

12년 전 같은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2%였다. 소폭 증가하긴 했지만 0.8% 차이를 혼인 건수 급감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보기는 어렵다.

다만 '해도 좋고 하지 않아도 좋다'고 응답한 이의 비율은 46.6%로, 2006년 27.5%에 비해 크게 올랐다. 그러나 이 부분도 비혼족의 증가를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보기에는 모호한 측면이 있다. 결혼 가능성이 내포돼 있기 때문이다.

반면 만혼 건수는 10여년 사이 명확한 변화를 보인다.

올해 상반기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 중 20대 후반(25~29세)이 차지하는 비중은 21.6%에 그쳤다. 2007년에는 20대 후반 혼인 비중이 34.0%에 달했다. 10년 사이 20대 후반의 결혼 비중이 급락한 것이다.

같은 기간 30대 초반의 혼인 비중은 34.1%에서 37.1%로 늘었고, 30대 후반의 혼인 비중은 13.0%에서 18.2%로 확대됐다.

통계청 관계자는 "결혼에 대한 태도나, 결혼할 확률이 낮은 50대 미혼 인구 정도를 비혼으로 보긴 하지만 비혼족에 대해 따로 정해서 조사하는 부분은 없다"면서 "만혼의 경우 결혼을 미루는 것이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오른다는 데이터가 명확하게 나와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결혼 가능 연령대에 속하는 일반인들은 주변에서 비혼족을 찾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한다.

몇 달 전 결혼식을 올린 직장인 송모(41)씨는 "나도 그랬지만 주변에 남은 사람들을 보면 비혼 개념까지는 아닌 것 같다"면서 "혼기 타이밍을 놓쳤거나 결혼 필요성을 늦게 알게 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한때 비혼족이었다는 진모(36·여)씨는 "예전의 나처럼 비혼이라고 당당하게 말하다가 생각이 바뀌는 경우도 있다"면서 "어릴 때는 비혼족이라고 하다가도 안정감 같은 걸 다시 추구하게 되는 것 같기도 하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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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삶 원해…경제적 이유도

이같은 만혼 추세에는 결혼을 언젠가 하기는 하더라도 자신만의 자유로운 삶, 또는 자아실현 등을 충분히 도모한 뒤 하겠다는 심리와 경제적 이유 등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혼자'라는 개념은 부정적에서 긍정적으로 바뀐 지 오래다.

빅데이터 분석 기업 다음소프트가 최근 몇 년 간 인터넷 블로그에 올라온 약 4억 건의 글 중 '혼자'라는 단어와 함께 쓰인 말을 분석한 결과는 이 같은 경향를 잘 보여준다. 여기에 따르면 2013년까지는 '혼자여서 힘들다'가 1위였지만 2014년부터는 '혼자라서 좋다'가 1위를 차지하고 있다.

IT업계에서 일하는 직장인 강모(34)씨는 "여자친구가 생기게 되면 장점도 있지만 일을 좀 오래하니까 주말에는 쉬고 싶다"면서 "자유로운 생활을 원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수년 째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직장인 조모(35)씨도 "안 만나다보니 굳이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안 든다"면서 "어른들 시선으론 왜 장가를 안 갈까 생각하겠지만, 요즘 예능에서도 많이 나오는 것처럼 혼자 잘만 지내고 있다"고 밝혔다.

경제적인 이유도 만혼족이 늘어나는 이유 중 하나다.

서울시의회 '서울시 1인 가구 대책 정책연구'를 보면 경제적 여건 때문에 결혼하지 않겠다는 20대는 전체의 39.7%, 30대는 39.2%에 달했다.

사회생활을 상대적으로 늦게 시작했다는 직장인 민모(38)씨는 "출발도 33세에 하다보니 금전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쓰지 못했다"면서 "집안이 넉넉한 것도 아닌 상황에서 요즘 결혼의 필수조건이라는 것들을 챙기기엔 아직 역부족"이라고 털어놨다.

부모 종용으로 원치 않는 선을 여러 차례 본 경험이 있다는 류모(30·여)씨는 "요즘은 여자도 직장이 없거나 경제력이 일정 수준 이상 되지 않으면 남자들이 꺼려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이 경쟁 위주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발생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어린 나이 때부터 경쟁이 반복되다 보니 결혼에 대해 신경 쓸 여력이 없거나, 자유를 갈망하는 가치관이 더욱 강해졌다는 것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입시부터 취업까지 끝없는 경쟁 속에서 결혼할 시기를 놓쳐버리고, 주변에 나와 같은 사람이 많기 때문에 문제라고 인식하지 않게 됐다"고 해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커리어 관리에 보내야 할 시간이 많아지고 노동 시간이 길어지면서 이성을 만나는 시간과 여유가 없어진 측면도 작용했을 것"이라며 "개인의 주관적인 가치관이고 자유로운 삶 욕구이기 때문에 복합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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