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리뷰]매우 섬세하고 설득력 있는 사랑타령, 영화 '갈매기'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느냐에 따라 일생이 좌우된다. 심사숙고를 하는 일이지만, 기혼자들에게 물어보면 결혼을 결심한 계기는 찰나의 순간일 때가 많다. '이 사람이 내가 결혼할 사람'이라며 배우자를 '운명적인 인연'이라고 느꼈다는 것이다. '갈매기'는 결혼할 인연이 정말로 따로 있는 것인지,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만드는 영화다.
1896년 발표한 '갈매기'는 '바냐 아저씨'(1897) '세 자매'(1990) '벚꽃동산'(1903)과 함께 체홉을 대표하는 4대 희곡이다. 작가 지망생 '트레플례프'와 배우 지망생 '니나'의 비극적 사랑 이야기다. 오랜 기간 국내외 여러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으며, 국내 주요대학 연극영화학과 입학시험에도 자주 등장한다. 워낙 유명한 극작인만큼 어떻게 각색할지 부담감이 상당했을 것이다. 관객들의 높은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을지도 관건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다. 인간의 복잡한 내면을 사실적이면서도 감성적으로 담아냈다.
콘스탄틴은 성공한 여배우 '이리나'(아네트 베닝)의 아들이다. 유복한 유년시절을 보냈을 것 같지만, 자신 밖에 모르는 이리나 탓에 외롭게 자랐다. 그래서 니나는 더욱 각별한 첫사랑이었다.
니나는 보리스를 선망하기 시작하고, 보리스 역시 니나에게 호감을 느낀다. 보리스와 여유를 만끽할 생각이었던 이리나는 일생일대의 기로에 서게 된다. 아들과 연인 중 한 명을 선택해야 할 상황에 처한다. 콘스탄틴의 평범했던 일상도 송두리째 흔들린다. 니나를 향한 마음을 접지 못하고 계속 구애한다. '인간은 항상 두 가지를 열망한다. 가질 수 있는 것과 갖고 싶은 것.' 체호프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그의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가지고 싶은 것과 가질 수 있는 것이 다른, 우리 삶이 가진 아이러니를 느낄 수 있다. 고전을 재해석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다. 체홉의 희극 '갈매기'는 세상에 나온지 120년이 넘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현대를 사는 우리와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그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다. 결혼 적령기의 남녀가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 교제 중인 사람과 하게 되는 게 결혼인지도 모른다. 운명이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가까운 것이고, 타이밍이 중요하다. 올해 영화 '레이디 버드'로 제75회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받은 시얼샤 로넌(24)은 자신의 진가를 또 한 번 증명해냈다. 사랑스러운 매력을 발산하고, 명예를 중요시하는 캐릭터를 설득력있게 그려냈다. 아네트 베닝(60) 역시 극에 생명력을 불어넣었다. 복잡하고 내밀한 감정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했다. 빌리 하울(29)과 코리 스톨(42)의 열연도 돋보인다. 운명적인 사랑은 정말 존재하는 것일까. 우리 삶에서 보편적으로 '사랑'이라고 일컬어지는 모든 것을 되짚어보게 하는 작품이다. 13일 개봉, 98분, 12세 관람가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