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완저우 풀려났지만…미중 무역협상의 '화웨이 변수'
◇화웨이 '후계 0순위' 멍완저우, 왜 체포됐나 논란의 주인공인 멍 부회장은 런정페이(任正非) 화웨이 회장의 장녀이자 런 회장의 뒤를 이어 화웨이를 이끌 '0순위' 후계자다. 2011년 4월 화웨이 상무이사 겸 CFO로 취임한 뒤 지난 3월 런 회장으로부터 부이사장직을 넘겨받으며 후계자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1일 캐나다 밴쿠버에서 멕시코로 가기 위해 비행기를 환승하던 도중 검찰당국에 돌연 체포됐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를 위반했다는 혐의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5월 이란핵협정(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 파기 선언 이후 이란을 상대로 하는 자동차 거래를 금지하는 등 대이란 제재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란과 거래관계를 이어온 외국 기업도 제재 대상이다. 이번 체포는 미국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멍 부회장은 지난 2016년부터 제재를 위반하고 미국산 제품을 이란에 운송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유령회사 '스카이콤'을 통해 금융기관을 활용한 혐의도 있다. ◇중국, 멍완저우 체포에 비난 화살 캐나다로 멍 부회장이 체포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전 세계 언론은 이 사건이 미중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공교롭게도 멍 부회장이 체포된 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무역전쟁 해결을 위해 정상회담을 가진 날이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을 직접적으로 비난하는 대신 캐나다에 화살을 돌렸다. 중국 외교부는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8일 주중 캐나다대사를 초치했으며, "캐나다 당국이 필요한 의료조치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캐나다 검찰당국의 처우 문제를 이슈화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중국도 무역전쟁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에서 자유롭지 않은 만큼 화웨이 사태로 인해 무역협상이 차질을 빚는 상황을 원치 않는다고 분석한다. 이와 관련, 맥쿼리캐피털 전망에 따르면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올해 6.6%에서 2019년 6.2%로 둔화될 전망이다. 유럽 최대 보험 및 자산관리회사인 알리안츠그룹 수석경제고문 모하메드 엘-에리언은 "(중국이) 무역 긴장을 진정시킴으로써 '중진국 함정(개발도상국이 중진국 수준에 도달해 맞이하는 장기 성장정체 현상)'에 빠질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협상 과정에서 중국의 양보 필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중국이 무역관계 완화와 화웨이 체포 사태 사이에서 분노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중, 무역협상 의지 확고…화웨이, 여전히 변수 양국은 일단 90일간 이어질 무역협상에 차질 없이 임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10일 CBS 인터뷰에서 화웨이 사태가 무역협상에 미칠 영향에 대해 "큰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며 "내가 하는 일(무역협상)과 행정부의 무역정책 결정 과정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라고 했다. 아울러 라이트하이저와 스티브 므누신 미 재무장관, 중국 류허(劉鶴) 부총리는 화웨이 사태에도 불구하고 미국 시간으로 같은 날 오후, 중국 시간으로 11일 오전 전화통화를 통해 향후 무역협상 일정과 로드맵을 공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더 나아가 로이터 인터뷰에서 무역협상에 도움이 될 경우 화웨이 사건에 개입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입' 발언 직후 멍 부회장은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법원으로부터 보석 허가를 받았다는 점은 의미심장해 보인다. 아울러 멍 부회장이 보석을 허가 받긴 했지만 미국 송환 절차는 여전히 남아있다. 멍 부회장이 미국에 송환돼 재판을 받을 경우 최대 30년의 징역형을 선고 받을 수 있다. 미국은 체포 당일부터 60일 이내에 공식적인 송환 요청이 가능하지만 아직 멍 부회장에 대한 공식 송환 요청에 나서진 않고 있다. 미국이 화웨이 사태를 무역협상 '카드'로 활용하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통신산업 주도권 염두, 트럼프의 '견제'라는 분석도 한편 이번 사태가 자국 우선주의를 강조해온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 기업 견제 시도라는 분석도 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멍 부회장 체포 소식이 전해진 직후인 지난 6일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IBM 등 미국 첨단기업 최고경영자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인공지능, 5G 등 분야에서 미국이 우위를 구축할 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이란 제재 문제 외에도 미 행정부가 꾸준히 중국 기업 제재 움직임을 이어왔다는 점도 '견제설'에 무게를 더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엔 미국 핵무기 기반시설에서 화웨이와 ZTE 장비사용을 제약하도록 하는 법안에 서명했으며,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미군 주둔 동맹국들에게 화웨이 통신장비 사용을 금지해 달라고 요청해왔다. 중국도 당하기만 할 분위기는 아니다. 중국 입장에서 자국 대표 기업이자 글로벌 통신기업인 화웨이 차기 후계자가 미국에 송환돼 재판 받고 수감되는 상황은 자존심 문제와 직결된다. 일단 정부 차원의 공식적 조치는 없지만, 중국 내에선 민간 기업 위주로 화웨이의 미국 경쟁기업인 애플 제품에 대한 보이콧 움직임이 일고 있다. 2018회계년도 애플 순매출액 중 범중국(대만, 홍콩 포함) 지역 매출 비중은 19.6%에 달한다. 아울러 중국 푸젠성(福建省) 푸저우(福州) 중급법원은 애플의 퀄컴 특허침해를 이유로 아이폰 6S와 6S Plus, 7, 7 Plus, 8, 8 Plus, X 등 7개 기종의 중국 내 판매 중단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이 판결은 멍 부회장이 체포되기 전인 11월30일에 나왔지만, 항소심이 예정된 만큼 중국이 이를 충분히 무역협상에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