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사람] 독서와 관계를 팝니다…트레바리 윤수영 대표
2015년 창업…4년새 회원 6000여명으로 4년새 75배'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경영이념
윤수영(31) 트레바리 대표는 지난 2일 강남 아지트(지점)에서 이뤄진 인터뷰에서 "책을 읽고, 이를 정리해서 써 본 후 다른 사람과 얘기를 나누면 자신의 세계를 더 깊이 파고들 수 있다"면서 "이는 현대사회에 꼭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현대인들은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는 압박을 끊임없이 받는다"면서 "독서모임은 지적인 업데이트와 함께 인적 관계까지 넓힐 수 있는 효과적인 방식이다"라고 설명했다. 영상이 텍스트를 덮치고, SNS를 통한 비대면 교류가 소통의 대세가 된 세상에서 독서 기반 커뮤니티의 가치를 윤 대표는 이같이 강조했다. 트레바리는 10~20명 규모로 꾸려지는 다양한 클럽 중에 선택해 가입하면 4개월간 한 달에 한 번씩 독서모임을 할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한다. 독서모임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면서 제출 자료 체크, 장소 섭외, 물품 준비, 원활한 모임 진행 등의 번거로움을 최소화해 준다. 4개월 활동 회비는 19만~29만원이다. 기업 대표, 교수 등 저명인사가 클럽장으로 있는 클럽일수록 회비가 더 높다. 아지트는 강남, 압구정, 성수, 안국 4곳에 마련됐다. 독서 문화가 척박한 한국에서 트레바리는 신생 벤처기업임에도 특별한 광고 없이 2040세대 입소문과 화제성을 동력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이에 따라 현재 트레바리가 운영하는 클럽수는 360개, 회원수는 6000명이 넘었다. 윤 대표가 27살 홀로 창업할 당시 클럽 4개, 회원수 80명에서 4년도 안 돼 75배로 불어난 것이다. 지난 2월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와 패스트인베스트먼트로부터 50억원을 투자받기도 했다. 윤 대표는 "성인교육과 커뮤니티 서비스를 결합한 시장 잠재력을 보고 투자가 들어왔다"며 "내년에도 외부 투자를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내다봤다.
트레바리의 인기 비결은 우선 '강제성'에 있다. 돈을 지불했더라도 400자 이상 분량의 독후감을 마감 기간 내에 제출하지 못하면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못한다. 독서모임 토론의 수준과 몰입도를 향상시키기 위한 '독후감 넛지'에 회원들은 거부감은커녕 반긴다. 트레바리는 또 온라인 플랫폼이 대세인 이때 얼굴을 맞댔을 때만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관계를 체험하게 해준다. 공식 독서모임 외에 클럽 자체적으로 희망자를 중심으로 월 1회 '번개'가 추진되는 것은 이런 배경이다. 윤 대표는 "점차 혈연, 지연 등의 연대의 느슨해지는 가운데 같은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얼굴을 맞대고 모여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것"이라며 "트레바리 사람들은 새로움에 설레하고 자신과 다른 생각을 마주하는 것을 편안하게 여긴다"라고 전했다. 대학 시절 중학교 동창들과 5년간 운영한 독서모임의 운영 노하우도 살렸다. 트레바리 멤버들은 ▲나이, 지위, 친분을 버리고 이름에 '님'을 붙여 호칭하기 ▲독백이 아닌 대화 ▲ 잘 설득하기보다 잘 설득당하기 ▲비난과 인신공격 금지 등 독서모임 시작 전에 4가지 북토크 기본 수칙을 함께 낭독한다. 상처받지 않고 더 좋은 대화를 하기 위한 토대인 것이다. 아울러 클럽을 이끄는 클럽장과 파트너 스타일에 따른 회원 참석률, 독후감 제출 시간에 따른 클럽 재등록률 등 독서모임의 운영 정보를 데이터화해 분석하면서 미래 경쟁력도 키워가고 있다. 윤 대표는 "독서모임을 운영하면서 겪는 시행착오를 데이터화하는 것은 물론 실제 비즈니스 액션 플랜으로 연결하고자 하고 있다"며 "지금까지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최고의 독서 모임을 만드는 데 누구보다 압도적으로 잘 할 수 있다"라고 자신했다.
통상 성공을 위해선 시대의 변화를 잘 예측하라고 하지만 윤 대표는 예측보다는 대응에 방점을 두라고 조언한다. 그는 "예측보다는 대응이라는 단어를 더 좋아한다.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은 시대지 않은가"라면서 "어떤 파도가 와도 그 물결을 잘 타는 서퍼가 되고 싶다. 트레바리도 예측을 잘했다기보다 시대 흐름에 잘 탔기 때문에 반응을 얻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라고 풀이했다. 그는 또 명확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성공을 위한 왕도라고 여겨지는 통념에 대해서도 고개를 가로저었다. 윤 대표는 "목표를 너무 명확하게 세우면 그 과정에서 잃게 되는 게 많다. 가령 트레바리가 회원수 천명을 추가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달성을 위해 무리하게 서비스 가격을 낮추는 게 최선은 아니지 않는가. 진정성으로 똘똘 뭉친 트레바리 크루들은 명확한 목표를 세우고 움직이기보다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 회원들을 만족시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팀 멤버들에게도 계획이나 목표보다 애매모호함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자주 말한다"라고 언급했다. 그런 그였기에 장기 비전을 묻는 말에 답변을 망설였다. 윤 대표는 "책을 팔던 아마존이 세상 모든 것을 파는 기업이 됐고 클라우드, 인공지능, 우주개발 등 신시장 개척 첨병에 있다. 제프 베저스 아마존 창업자가 처음부터 아마존이 이렇게 될 줄 알고 사업을 시작했을까요"라며 "어떤 사업으로 시작했다는 데 연연하기보다 시장의 기회를 잘 포착해서 고객의 문제를 잘 해결하는 데 역량을 발휘해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학창 시절 누구나 한번쯤 해봤을 법한 독서모임을 비즈니스로 판을 제대로 키운 윤 대표가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만드는 향후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