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美 중거리 탄도미사일, 사드보다 더한 후폭풍 가능성
미 국방장관 "동맹국과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배치 상의"미군, 12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서 시험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1000~5000㎞ 사정거리 보유미국, 러시아와 중국의 군비 확장에 대응 위해 개발류성엽 "개발 완료되면 우리 정부는 진영 선택해야"신종우 "日에 배치될 가능성…내년쯤 배치지역 윤곽"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미국이 러시아와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 탈퇴 후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새 미사일 배치 장소로 거론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2016~2017년 큰 파장을 일으켰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이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특히 미국이 현재 개발 중인 중거리 탄도 미사일은 중국을 겨냥한 공격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국의 강력한 보복 조치가 예상된다. 미국이 실전 배치를 요구한다면 우리 정부로서는 사드 논란에 이어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는 상황이 연출될 공산이 크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우리가 중거리 미사일을 개발하고 나서 사령관들이 필요로 하면 우리는 유럽과 아시아 등의 우리 동맹국들과 배치 가능성을 긴밀히 상의하고 협력할 것"이라고 발언, 동북아 각국을 긴장시켰다.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빈말이 아니다. 미국은 러시아와 맺었던 중거리 핵전력(INF) 조약을 지난 8월 탈퇴했다. 이어 미군은 이달 12일 캘리포니아주 반덴버그 공군기지에서 지상발사형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 시험을 했다. 미군은 이번 중거리 탄도 미사일의 사거리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3000~4000㎞ 수준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미국령 괌에서 베이징까지 거리가 4030㎞라 괌에만 배치해도 중국은 위협을 느낄 수 있다.
미국이 이처럼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에 나선 것은 러시아와 중국의 움직임 때문이다. 러시아는 각종 전략 무기를 과시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지난 10월 우뢰-2019 훈련을 실시하면서 북해와 태평양 함대 잠수함에서 잠수함 발사 탄도 미사일(SLBM)을 시험 발사했다. 북부 기지에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가 이뤄졌다. 바렌츠해와 오호츠크해에서는 정밀 순항 미사일 '칼리브르'가, 남부와 동부 훈련장에선 핵탄두 장착이 가능한 단거리 전술 탄도 미사일 이스칸데르가 각각 발사됐다. 무역 문제로 미국과 갈등을 빚고 있는 중국의 전력 역시 미국에 위협이 되고 있다. 항공모함 잡는 미사일로 불리는 둥펑(DF)-100 지상 발사 순항미사일과 DF-17 등 극초음속 미사일이 미 항공모함을 위협하고 있다. 중국이 보유한 사거리 2150~3000㎞의 둥펑-21(DF-21)이나 사거리를 4000㎞까지 늘린 둥펑-26(DF-26) 중거리 탄도 미사일 역시 오키나와는 물론 괌 미군기지까지 노릴 수 있다.
이 때문에 동북아에서 미군 항공모함과 전투기의 활동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미국으로선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상을 공개적으로 알려 러시아와 중국의 군비 확장에 대응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아울러 미국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에는 러시아와 중국에 재정 부담을 안기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사드 등 미사일 방어 체계의 정당성을 주장하려는 노림수 역시 엿보인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탄도 미사일을 개발하면 중국이나 러시아도 사드 같은 요격 체계를 개발해야 한다"며 "중국과 러시아도 방어 자산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그걸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 개발을 지속하면 향후 배치 지역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이 경우 2016~2017년 사드 배치 당시처럼 국내에서 찬반양론이 대립하고 중국이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다.
사드의 여파가 아직도 가시지 않았는데 미국이 우리나라에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나서면 우리 정부로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류성엽 위원은 "지금은 미국이 미사일 개발 중인데 개발이 완료되면 미사일 배치 문제도 이슈가 될 것"이라며 "중국이 사드 때보다 더 큰 압력을 가할 수 있다. 그때는 우리 정부가 (미국과 중국 중에서) 진영을 선택해야 할 상황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중국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4일 방한했던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강경화 외교장관과 회담에서 미국 중거리 탄도 미사일 배치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이 미국의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한국에 배치하지 않도록 못박았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내년 한중 관계의 뇌관이 될 수 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 문제는 한중 사이에 2020년 들어 가장 많이 다뤄질 수 있는 사안이다. 이미 중국 관방 언론은 한국과 일본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바 있다"며 "중국이 이렇게 강하게 얘기할수록 미국은 자국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배치하고픈 마음이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미국이 중거리 탄도 미사일을 일본에 배치하면 논란을 피할 수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아직 개발이 초기 단계여서 제원이 나오지 않았다. 사거리가 1000㎞ 미만이라면 한반도에 배치되겠지만 중거리급 사정거리라면 일본 정도만 배치해도 작전을 할 수 있다"며 "내년 정도가 되면 (미사일 제원의) 윤곽이 나와서 배치 예상 지역이 나올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