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무대 위서 죽어야 사는 남자’...뮤지컬 ‘영웅본색’ 박민성
2019년 마지막 월요일이자 비 오늘 날 만난 뮤지컬배우 박민성(38)의 양쪽 무릎은 시커맸다. 그는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괴물, 뮤지컬 '벤허'의 메셀라 등 작품에서 무릎을 꿇고 다리를 다치는 등 몸이 상하는 역을 주로 맡아왔다. 오는 3월22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서 초연하는 뮤지컬 '영웅본색'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프랑켄슈타인' '벤허'의 왕용범 연출·이성준 작곡가가 다시 뭉쳐 홍콩 누아르의 걸작 영화를 무대로 옮긴 이 작품에서 마크를 연기한다. 영화 속에서 저우룬파(周潤發)가 연기한 역으로, 다리에 총알을 맞고 다리를 절뚝이게 된다. 공교롭게도 마크까지 세 역 모두 죽는 캐릭터다. 박민성이 '무대 위에서 죽어야 사는 남자'로 통하는 이유다. 몸을 불사르는 그의 열연에 작품의 흥행하고 캐릭터는 생명력을 얻는다. 그럼에도 박민성은 마크 역을 제안 받았을 때 부담스러웠다고 털어놓았다. 트렌치코트를 입고 성냥개비를 입에 물고 있으며, 불붙은 위조지폐로 담배에 불을 붙이는 영화의 상징적인 장면은 모두 마크의 몫이었기 때문. 박민성은 "저는 마크처럼 올백 머리, 선글라스도 안 어울리거든요. 관객분들이 '네가 마크 역을?'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을까 걱정이 됐죠"라고 털어놓았다.
뮤지컬 '영웅본색'은 왕용범 연출의 영화에 대한 오마주 같은 작품이다. 그의 전작 '삼총사' '벤허' 등에서 '영웅본색'의 근간이 된 요소들을 찾을 수 있다. 그래서 박민성은 이번에 초연한 '영웅본색'이 낯설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왕용범 연출님이 (영화 '영웅본색'에서 마크가 형님으로 모신 '송자호'를 연기한) 룽티(狄龙)를 닮았어요. 외모뿐만 아니라 여러 면에서요. 제가 큰 형님, 선생님, 삼촌, 아버지처럼 생각하는 분이으로 제게 큰 영향력을 끼쳤다"고 미소지었다. 뮤지컬 속 박민성을 마주하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질문도 따라오게 된다. 괴물, 메셀라 등 모두 '돌고래소리' 같은 고음을 소화해야 하는 역이다. 영화 속에서 장궈룽의 노래 '당년정(當年情)', 즉 '러브 오브 더 패스트(Love Of The Past)' 등이 뮤지컬 메인 넘버지만 박민성이 연기하는 마크의 고음은 수시로 등장한다. 고음을 소화하는 캐릭터라 박민성이 캐스팅된 걸까, 박민성이라 그런 캐릭터들이 주어지는 걸까. 이성준 작곡가는 마크 역의 곡들을 쓰면서 박민성을 떠올렸다고 했다.
2007년 데뷔한 박민성은 '그리스'를 시작으로 '삼총사' '보니 앤 클라이드' '두 도시 이야기' '밑바닥에서' 등 다양한 장르에 출연하며 입지를 다져왔다. 최근 몇 년 동안 '벤허'뿐만 아니라 '여명의 눈동자' '홀연했던 사나이' '시데레우스' 같은 창작 초연 뮤지컬, '벙커 트릴로지' 등 연극에도 출연하며 존재감을 부각시켜왔다. 특히 초연에 연이어 캐스팅된다는 것은 그가 공연계에서 이미 검증됐다는 방증이다. 어느덧 13년차 뮤지컬배우가 된 그가 '영웅본색'에서 가장 좋아하는 마크 대사로 꼽는 것은 결국 자신에게 향하는 것이기도 했다. "난 아직 살아있어." 무대 위에서 죽어야 사는 남자, 박민성은 이렇게 말했다. 한편 뮤지컬은 홍콩누아르 장르의 시발점으로 평가 받는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영화 '영웅본색' 1편(1986)과 2편(1987)을 섞었다. 영화 '영웅본색' 1편은 조직의 부하인 '아성'에게 배신을 당해 감옥살이를 하는 자호, 자호의 복수를 하다 한쪽 다리가 불구가 된 마크, 형과 달리 경찰이 된 자호의 동생 자걸의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다룬다. 뮤지컬은 1편을 큰 줄기로 삼았다. 여기에 영화 2편에서 아걸의 비밀 임무 편이 녹아들어간다. 자호 역의 유준상·임태경·민우혁, 자걸 역에 한지상·박영수·이장우, 마크 역에는 박민성 외에 최대철이 캐스팅됐다.ㅣ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