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대로]'지뢰 제거' 특화 전차 달린다…폭발 사고 감소 기대
현대로템, '장애물 개척 전차' 생산사업 수주 발표지뢰 제거 쟁기로 차량 전방 매설 지뢰 제거 가능현대로템 "전투 지역서 장애물 신속히 제거한다"금속탐지기, 마인 플레일 등보다 진일보한 방식한반도 매설 지뢰 약 200만발 수준으로 추정돼文대통령 "DMZ 지뢰 제거 국제사회 참여 요청"北, 9·19 군사합의 하고도 지뢰 공동 제거에 불참
※ '군사대로'는 우리 군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전하는 연재 코너입니다. 박대로 기자를 비롯한 뉴시스 국방부 출입기자들이 독자들이 궁금해할 만한 군의 이모저모를 매주 1회 이상 소개합니다.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비무장지대나 민간인 통제구역에 설치된 지뢰를 제거할 수 있는 전차가 개발됐다. 한반도에 남아있는 지뢰가 수백만발 이상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새 전차 도입으로 지뢰 제거에 속력이 붙을지 주목된다. 철도·방위사업체인 현대로템은 지난해 연말 '장애물개척전차' 생산 사업을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수주했다. 장애물개척전차는 지뢰지대 극복과 각종 장애물 개척, 우회로·기동로 신설, 도하지점 진·출입로 개설 등 임무를 수행할 수 있다. 장애물개척전차는 이동할 때 차체 앞에 달린 지뢰 제거 쟁기를 이용해 차량 전방에 매설된 대인·대전차 지뢰를 제거한다. 지뢰 제거 쟁기를 지면에 박아 넣은 후 땅을 갈아엎으면 묻혀있던 지뢰가 드러난다. 앞에 달린 자기감응 지뢰 무능화 장비는 자기장을 발사해 주변에 설치된 자기 감응 지뢰를 터뜨린다. 지뢰 제거를 완료한 지역에 안전한 통로임을 표시하는 통로 표식 장치를 설치하는 기능도 있다. 공기압으로 표식 막대를 지면에 꽂는 방식이다. 제작사인 현대로템은 "우리 군이 그간 써왔던 지뢰 제거 장비는 줄에 폭탄을 매달아 발사하는 방식으로 매번 발사 시 비용이 발생하고 장비 이동에 별도의 견인 차량이 필요했다"며 "장애물개척전차는 지뢰 제거 시 추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전투 지역에서 다양한 장애물을 신속히 제거해 기갑부대의 전투지원을 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장애물개척전차는 기존 지뢰 제거 방식에서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국방홍보원에 따르면 지뢰 탐지를 위한 금속 탐지기는 2차 세계대전 때부터 지금까지 활용되고 있다. 금속의 자기장 특성을 이용해 땅 속의 지뢰를 찾아낸 후 땅을 파 지뢰를 제거하는 방식이었다. 설령 지뢰를 탐지한다 해도 폭발 없이 제거하기는 어려웠다. 사람이 하나하나 발견하고 제거하는 전통적인 방법은 아직도 활용되고 있다. 총검이나 쇠막대기로 땅을 찌르면서 지뢰를 찾는 것이다. 지뢰 탐지기나 지뢰 탐지견, 폭발물 흔적을 찾는 '전자코', 지면 아래를 보여주는 지중레이더 등이 동원된다.
마인 플로우(Mine Plow)는 전차나 장갑차량 등의 앞에 장착하는 쟁기처럼 생긴 장치로 이번에 도입된 우리 장애물개척전차가 택한 방식이다. 마인 플로우는 전차의 궤도 폭 만큼의 면적을 갈아엎을 수 있다. 지뢰를 파내어 옆으로 밀어내면서 전진한다. 옆으로 떠밀린 지뢰들은 전문 제거 인력에 의해 처리된다. 마인 롤러(Mine Roller)는 무거운 롤러를 밀면서 지뢰밭 위를 지나가 지뢰를 터뜨리는 방식이다. 미클릭(MICLIC : Mine Clearing Line Charge)은 폭약으로 지뢰를 제거하는 방법이다. 폭약을 채운 유연한 관을 지뢰지대에 로켓으로 쏴 터뜨린다. 이를 통해 100m 거리에 폭 8m 정도 공간에 매설된 지뢰가 터진다.
지뢰를 제거하는 방법은 이처럼 다양하지만 지뢰 없는 한반도를 만들기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다. 정확한 매설량을 추정하기도 쉽지 않다. 6·25전쟁 과정에서 우리 군과 미군, 북한군, 중국군은 전선 곳곳에 지뢰를 묻었다. 냉전기인 1960년대에도 미군이 민간인 출입 통제선에 지뢰를 매설했고 이는 대부분 미확인 지뢰로 남았다. 2016년 합동참모본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측에 약 127만발, 북측에 약 80만발 등 모두 200만발 정도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 군이 올해까지 약 10년간 약 56억원을 투입해 제거한 지뢰는 약 6만2000발에 불과하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우리나라 안에 있는 지뢰를 제거하는 데 469년이 걸리고 1조340억원이 투입돼야 한다고 추산한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9월24일 유엔총회 연설에서 비무장지대 지뢰 제거 문제를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문 대통령은 당시 "비무장지대에는 약 38만 발의 대인지뢰가 매설돼 있는데 한국군이 단독으로 제거하려면 15년이 걸린다"며 "유엔지뢰행동조직 등 국제사회와의 협력은 지뢰제거의 투명성과 안정성을 보장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를 단숨에 국제적 협력지대로 만들어낼 것"이라고 발언했었다. 다만 북한이 비협조적이다. 남북 군사당국은 2018년 9·19 군사 합의를 통해 강원 철원군 대마리 화살머리고지 일대 비무장지대에서 지뢰 제거와 유해 발굴을 공동 시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남북 관계가 경색되고 북미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우리 군인들만 지뢰 제거에 투입됐다. 북한이 비협조적으로 나오는 데는 이유가 따로 있다. 북한 입장에서는 비무장지대 내 지뢰밭이 만에 하나 있을지도 모를 급변사태 때 철원평야 등 중부 전선이나 중동부 전선에서 우리 군과 주한미군의 대규모 북진을 지연시킬 수 있는 일종의 방어벽이기 때문이다. 경의선과 동해선만으로는 한미 연합군의 대규모 지상 병력이 통과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북한 입장에서는 대비 태세를 갖출 시간을 벌 수 있다. 이 때문에 북한이 체제 안전을 보장 받기 전에는 지뢰 제거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