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사주 수사 '가시밭길'..."선거때까지 가지고 갈 생각없다" 했지만
尹 겨눈 고발사주 의혹 수사 연이어 잡음'압수수색 절차'에 '주임검사-與 통화' 논란피의자 손준성 "공정 수사 불가능" 역공김진욱 "선거 때까지 가지고 갈 생각 없어"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을 '고발사주 의혹', '판사사찰 문건 의혹', '한명숙 전 국무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 '옵티머스 펀드 사기 부실수사 의혹' 등 4개 사건 피의자로 입건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중 수사력을 가장 집중하고 있는 사건은 고발사주 의혹이다. 윤 전 총장 재직 시절이던 지난해 4월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 등이 총선을 앞두고 제1야당인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측에 범여권 인사 고발장 초안을 넘겼다는 게 의혹의 골자다. 야당 대선 후보 윤 전 총장, 현직 검사 손준성 대구고검 인권보호관(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 현직 국회의원 김웅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 9월 이 사건을 수사3부(부장검사 최석규)에 배당해 수사에 착수한 공수처는 사안의 중대성과 피의자들의 특수성 등을 고려해 지난달 주임검사를 여운국 차장검사로 변경하고 인력을 추가 투입하는 등 수사력도 보강했다. 그런데 최근 여 차장의 '통화'가 도마에 오르면서 공수처가 또다시 곤란해진 모습이다. 지난달 국정감사를 마친 후 여 차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한 법사위원과 통화한 사실이 알려져 '윤석열 사건 주임검사가 여당 의원과 부적절한 접촉을 했다'는 식의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공수처는 차장이 수사와 행정업무를 병행하는 현실에서 법사위원의 전화가 걸려와 받은 것이고, 안부 정도만 물었을 뿐이라고 해명했음에도 야당 의원들은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다. 지난 17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은 김진욱 공수처장에게 "감찰하라"고 요구하는 등 공세를 이어갔다.
야권에서는 손 전 정책관 체포·구속영장을 청구하던 시점에 여권의 수사 촉구가 있었던 점 등을 의심하고 있다. 여기에 대검 감찰부가 진상조사 차원에서 임의제출 받아 포렌식을 한 대검 대변인 공용 휴대전화 자료를 공수처가 압수수색해 가져가자 일종의 꼼수를 쓴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이런 틈을 타고 이번 사건의 핵심 피의자인 손 전 정책관 측도 공수처 흔들기에 가세했다. 공수처의 지난 15일 대검 수사정보담당관실(옛 수사정보정책관실) 압수수색이 "형사소송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하더니, 여 차장과 여당 의원의 통화가 도마에 오르자 "공정한 수사를 기대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으로 판단된다"며 공수처에 고발사주 수사에서 여 차장을 배제해달라는 진정까지 제기했다. 공수처가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가 달린 범여권 인사 고발장이 작성·전달되는 과정에 누가 개입했는지를 밝혀줄 결정적 단서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주임검사와 여당 의원의 '통화'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역풍을 맞는 모습이다. 이는 잡음의 사실관계를 떠나 논란 자체만으로 수사 동력 약화를 불러올 수 있다. 여기에 야권에서는 고발사주 의혹 제보자인 조성은(전 미래통합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 배후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이 있을 것이라는, 이른바 '제보사주 의혹' 수사가 미진한 점도 문제 삼고 있다. 야권을 겨냥한 수사에 집중하는 반면, 여권을 겨냥한 수사에는 소극적인 것 또한 편향성이 의심되는 대목이라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판사사찰 문건 작성 의혹 역시 윤 전 총장과 손 전 정책관 사이의 지휘·보고 여부를 입증해야 하는데, 고발사주 의혹 수사와 마찬가지로 피의자들은 방어권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것으로 보여 수사에 속도를 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그나마 한 전 총리 수사팀 모해위증교사 수사 방해 의혹은 조남관 법무연수원장(전 대검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소환 조사하는 등 진척을 보이고 있다. 또 윤 전 총장 측에 서면진술을 요청한 상태다. 공수처는 진술서를 보고 향후 소환조사 여부 등을 판단할 전망이다. 김 처장은 전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수사가) 대통령 선거에 영향이 없도록, 선거 때까지 가지고 가거나 그럴 생각은 없다"며 "여러 의견을 듣고 독립적으로 판단해 중립성 시비가 없도록, 그 부분유념해서 수사하겠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