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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 한달]③현장은 변했을까…사각지대에 보여주기식 여전

등록 2022-02-28 07:00:00   최종수정 2022-03-07 09: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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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시행 후 사망사고 35건…전년보다 줄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 74%…적용 대상도 사각지대

일부 기업 보여주기식…"엄정한 법 집행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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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공항=뉴시스] 조성우 기자 =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시행을 하루 앞둔 지난달 26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4단계 건설사업 현장에 안전모와 장갑이 놓여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1.26.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강지은 기자 = 지난달 27일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경영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아닌 기업이 사전에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해 노동자의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있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에도 여전히 중대재해는 계속 발생하고 있어 법 시행 취지를 무색케 하는 상황이다.

특히 중대재해 발생 대부분이 법 적용을 받지 않는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일부 기업은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 '보여주기식' 행태를 지속하고 있어 실효성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법 시행 후 사망사고 줄었지만…50인 미만 등 '사각지대'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난달 27일부터 지난 26일까지 한 달간 산업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총 35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발생한 산재 사망사고(52건)보다 17건 감소한 것이다. 사망자 수도 42명으로, 전년 동기(52명)보다 10명 줄었다.

그러나 중대재해법 시행과 함께 기업들이 '1호 처벌'만은 피하자며 작업 중단 등 대거 휴업에 들어간 점을 감안하면 적지 않은 수치다. 법 시행에도 여전히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중 법 적용 대상인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의 경우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의 사고는 9건이었다.

1호 수사 대상이 된 지난달 29일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채석장 붕괴사고(3명 사망), 지난 8일 성남시 판교 신축공사 승강기 추락사고(2명 사망), 지난 11일 여수산단 폭발사고(4명 사망·4명 부상) 등이다.

고용부는 현재 이들 사고와 관련해서는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고, 사업주나 경영 책임자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살펴보고 있다.

문제는 나머지 26건의 경우 모두 50인 미만 사업장이라는 점이다. 이는 전체의 74%에 해당한다.

50인 미만 사업장은 중대재해법 제정 당시 영세 사업장의 어려움 등을 감안해 2024년 1월까지 적용이 유예된 바 있다. 이마저도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노동계는 우려했던 '처벌 사각지대' 실태가 확인되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은 중대재해의 80%가 50인 미만 사업장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법의 전면 적용을 주장해왔다.

하지만 사각지대는 법 적용 대상 사업장에서마저 계속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표적인 것이 판교 승강기 추락사고다. 해당 사고의 경우 시공사인 요진건설산업은 중대재해법이 적용됐지만, 해당 공사에 승강기를 공급한 현대엘리베이터는 공사금액이 5억원 미만이라는 이유로 법 적용을 받지 않게 됐다.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그동안은 법 적용 유예나 제외 등에 따른 개정의 필요성을 얘기했는데, 법이 시행되고나니 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장들도 해석을 놓고 사각지대가 생기는 게 확인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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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지난달 3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아파트건설 현장에서 건설노동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2022.01.03. [email protected]

◆실질적 노력보다 보여주기식도…"엄정한 법 집행 중요"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일부 기업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실질적인 노력보다 보여주기식 해법을 모색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고용부는 그간 "중대재해법은 경영 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것이 아닌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다"며 기업이 스스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해왔다.

특히 과잉처벌 우려 등 경영계가 거세게 반발하자 "경영 책임자가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다면 사망사고가 발생하더라도 법 위반으로 처벌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물론 법 시행을 앞두고 많은 기업들이 인력과 조직, 예산 등 안전과 관련한 투자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안전에 대한 현장의 인식 변화도 조금씩 감지되고 있다.

그럼에도 중대재해가 계속 발생하는 것은 기업의 준비가 제대로 안돼 있다는 방증이라는 지적이다.

중대재해전문가넷 공동대표인 권영국 변호사는 "여전히 기업들은 안전 강화를 기업 규제라고 공격하면서 법 적용을 회피하는 데 골몰할 뿐"이라며 "안전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노력과 투자에는 소극적이라는 인상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최 실장도 "예방이라는 게 현장 노동자와 같이 협의해 실질적인 개선 조치로 이어져야 하는데 그런 기업은 거의 없다"며 "상당수가 보여주기식과 처벌에서 빠져나가려는 논리만 펴는 처벌 대비용 예방에 그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결국 중대재해법 취지인 기업의 실질적인 예방 조치를 위해서는 엄정한 법 적용과 집행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최 실장은 "기업이 적극적으로 사업장 개선을 안하는 이유는 중대재해법으로 기업이 처벌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때문"이라며 "법이 제대로 집행되는 게 제일 중요한 영역 중 하나"라고 밝혔다.

권 변호사도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는 경영 책임자의 경영 철학과 기업의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의 안전 홍보는 장식용일 뿐"이라며 "경영 책임자의 의무를 정한 중대재해법이 제대로 작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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