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 '그래미' 2년 연속 불발에도 아쉽지 않은 이유
도자 캣&시저·가가&베넷 등 쟁쟁한 후보들과 경합히트곡 공식으로 제작된 곡으로 이례적인 지명 자체가 성과"이미 많은 걸 이뤘다…앞으로도 기회 많을 듯"
방탄소년단은 3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MGM 그랜드 가든 아레나에서 열린 '제64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글로벌 히트곡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에 올랐으나 수상은 하지 못했다. 올해 해당 부문의 트로피는 도자 캣&시저의 '키스 미 모어(KISS ME MORE)'에게 돌아갔다. 이 곡은 완성도 측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던 곡이다. 방탄소년단 '버터', 레이디 가가&토니 베넷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 콜드 플레이의 '하이어 파워', 저스틴 비버·베니 블란코 '론리' 등 강력한 경쟁자들을 따돌린 이유다. 미국 대중문화지 벌처는 앞서 이번 그래미 예측 기사에서 2020년 '세이 소'로 디스코의 부활을 알린 도자 캣이 작년 그래미에서 상을 받지 못했다며, 잘 만들어진 히트곡 '키스 미 모어'로 받아야 한다는 점을 별도로 강조하기도 했다. 그 만큼 가가&베넷 '아이 겟 어 킥 아웃 오브 유'와 함께 수상이 유력했던 곡이다. 방탄소년단은 작년에 이어 2년 연속 '그래미 어워즈'에서 고배를 마셨다. 작년 '제63회 그래미 어워드'에서는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대중 음악 가수 최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후보에 올랐었으나 수상이 불발됐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방탄소년단의 이번 그래미 수상 여부와 별개로 이 팀이 계속 새 역사를 써가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것이 모두의 공통된 의견이다. 방탄소년단은 이날 '그래미 어워즈' 퍼포머로 무대에 올라, 첩보 영화를 방불케 하는 '버터' 공연으로 호평을 들었다. 객석에 있던 동료, 선후배 뮤지션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이날 객석에서 멤버 뷔가 신인상을 받은 미국 '괴물 신예' 올리비아 로드리고에게 귓속말로 대화하는 등 현지 메인 스트림에 안착했음을 확인했다. 1959년부터 열린 '그래미 어워즈'는 미국 3대 대중음악상 중에서도 문턱이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객관적인 차트 성적이나 대중의 인기도가 아닌, 레코딩 아카데미 회원들의 주관적인 판단에 따른 투표로 수상자를 가린다. 이런 이유로 '버터'가 지난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100'에서 최장 기록인 10주간 1위를 차지했음에도 수상을 낙관할 수 없었던 이유다. 반면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차트 기반의 '2021 빌보드 뮤직 어워즈', 대중 투표 기반의 '2021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에선 좋은 성과를 거뒀다. 이번 '그래미 어워즈'까지 수상하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할 수 있었으나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그래미에 대한 열망을 처음 품은 건 연습생 시절이다. 2009년 2월 '제51회 그래미 어워즈'에서 티아이(T.I.), 릴 웨인(Lil Wayne), 엠아이에이(M.I.A)., 제이지(Jay Z)가 함께 '스웨거 라이크 어스(Swagger Like Us)'를 부르는 장면을 보고 나서다.
아울러 2018년 5월 발표한 정규 3집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 앨범 패키지를 디자인한 허스키 폭스가 당시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 부문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수상은 불발됐지만 후보에 오른 것 만으로도 힙합, 아시아 가수들에게 인색해 보수적이라는 평을 들어온 그래미어워즈가 철옹성을 깨나가고 있는 증거라는 분석이 나왔다. 2020년 제62회 시상식에서는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했다. 작년 '제63회 그래미 어워즈'에서는 디지털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한국 대중 음악 가수 최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른 동시에 단독 무대를 선보였다. 이렇게 3년 연속 퍼포머로 선정됐고 2년 연속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음악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한국인 최초 그래미상 2회 수상자인 황병준 사운드미러코리아 대표는 "시상식 전날 노미네이트된 사람들끼리 모이는 파티가 있는데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비석에 새길 것이 있다고 다들 입을 모은다"면서 "후보에 올랐던 것만으로도 대단한 뮤지션들이다. 수상은 운 때가 맞아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이번 방탄소년단의 수상 불발은 인종 차별이나 그래미의 보수적 색채를 확인한 것이 아니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본래 그래미 회원들이 아티스트의 곡의 관여도와 개성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버터'는 RM을 포함한 다국적 작곡가 집단이 히트곡 공식에 맞춰 제작한 곡이라 후보에 지명됐다는 것만으로도 놀랍다는 반응이 많았다. 무엇보다 이번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군은 누가 받아도 이상할 것이 없을 정도로 음악적·스타성 측면에서 쟁쟁했다. 이날 엠넷의 '그래미 시상식' 중계를 맡은 임진모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은 앞으로 더 많이 후보에 오를 것이고, 할 게 많다"고 했다. 중계의 진행을 맡은 팝 전문 DJ 배철수도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수상 여부에 관계 없이 많은 것을 이뤘고, 미국 공연 역시 성황리에 올리고 있는 만큼 일단 아쉬운 마음을 접는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