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국조특위, 野 "컨트롤타워 책임" 與 "신현영 증인채택해야"(종합2보)
여야, 참사 책임자 규명에 서로 다른 주체 내놓아야당 대통령실 등 지적에 여당 엄호하는 모습도이상민 "이미 골든타임 지나…제가 놀고 있었나"유족 "의미없다" 반발하며 퇴장…2시간 만에 속개책임 공방 계속…경찰·지자체·대통령실 등 질타
[서울=뉴시스]신재현 최영서 기자 =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국조특위) 여야 의원들이 참사 책임을 두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폈다. 야당 측 의원들이 대통령실과 행정안전부 등에 컨트롤타워로서의 책임을 묻자 여당 측 의원들은 이에 대한 비판은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반박하며 엄호에 나섰다. 대신, 경찰·소방의 대응에 대한 지적과 함께 신현영 더불어민주당의 '닥터카 탑승 논란'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오후 한 때 유가족들의 항의로 중단된 특위는 두 시간만에 속개되기도 했다. 국조특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회 본관에서 국무총리실, 행정안전부, 경찰청 등 9개 기관을 대상으로 첫 기관보고를 진행했다.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한오섭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 등에게 부실한 자료 제출의 책임을 물으면서 참사 전후로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주도로 국회에서 해임 건의안이 통과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으로 장내가 소란스러워지는 일도 있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 장관에게 "(현장까지) 이동하는 데 85분이 걸렸다. 택시라도 타고 현장에 갔어야 한다. 일산에 사는 기사가 압구정까지 데리러 오는데 기다렸나"라며 "안전불감증"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이 장관이 "시간이 이미 골든타임이 지난 시간이었고 의원님과 생각을 달리한다"며 "제가 그 사이에 놀고 있었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셔야 한다. 누굴 기다리는 게 아니라 여기저기 전화하면서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고 발끈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비난의 화살이 윤석열 대통령 등에 향하지 않도록 한 실장 등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지적을 적극 반박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이 사고는 사실 여러 가지 원인들이 있겠지만 1차적으로는 이 재난상황에 대한 대비를 했어야 할 지자체와 경찰에게 책임이있다고 생각한다"며 "지금 전반적으로 보고체계가 늦어져서 이러한 참사에 대해서 대응도 늦어졌고 사후수습도 늦어진 것에 대해서 모두가 다 질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당의 전주혜 의원도 "앞서 의원님들이 말씀하신 걸 들어보면 결국은 '대통령실이 제대로 못했다', '왜 중대본 구성을 늦게 했냐' 이런 말씀을 하고 계시는 것 같다"며 "진상조사를 함에 있어서는 거기에 대한 구체적인 책임을 묻기 위한 사실확인을 한 상태에서 해야지 이렇게 답정너식의 '국가책임이다, 대통령실의 책임이다, 행안부장관이 제대로 못했다' 식의 질문은 삼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 및 지방자치단체를 향해서는 현장 대응이 부적절했다며 질타를 쏟아냈다. 박형수 국민의힘 의원은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을 향해 "과연 (서울청이) 기관으로 제대로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이있는 기관인가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굉장히 부적절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닥터카 논란'도 도마에 올랐다. 신 의원은 논란이 불거진 이후 국조특위에서 사퇴한 바 있다. 여당 간사인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디맷(DMAT) 요원을 태운 응급차량을 자신과 배우자를 태운 콜택시로 전락시킨 사람 얘기만 온갖 언론에 보도가 되고 있다"고 쓴소리를 쏟아냈다. 또 "두 번 다시 재난의료체계를 무너뜨리고 훼손하는 행위가 없기 위해서라도 (신 의원이) 증인이 채택이 돼야 하고 명지병원도 증인으로 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의 이름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서 언급되자 현장에 와 있던 참사 희생자의 유족들은 "신현영 의원 하나만 물고 늘어지는 국정조사는 의미가 있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국 국조특위 기관보고는 이날 오후 4시50분께 파행했다. 고(故) 이지한씨 어머니인 조미은씨는 파행 직후 울부짖으며 "다 죄가 없다고, 몰랐다고 그렇게 말할 게 아니다"며 이 장관의 가슴을 치며 항의하기도 했다. 30여분 간 항의하던 유가족들은 더 이상 국정조사를 지켜볼 이유가 없다며 회의장에서 철수했다. 이종철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희생자 유가족들의 원한을 밝혀달라 했는데, 이건 오히려 국민의힘이 정부 고위 공직자들을 다 대변해주고 있다. 질문도 대답도 (본인들이) 한다"고 비판했다. 이 과정에서 유가족들은 국민의힘 측 의원들을 뒤따라가며 거세게 항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만희 간사는 "회의를 이런 식으로 하나"라고 불만을 표했다.
특위는 파행 약 2시간 만인 오후 7시33분께 속개됐다. 여당 측 위원들은 "의원들의 질의 내용과 태도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주변에 있는 분들이 항의하고 (특위가) 파행되면, 답변하는 기관장들이 어떻게 자유롭게 하겠나"라며 "(국정조사의) 존재 목적 자체가 반감된다"고 반발했다. 여야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진 회의에서도 ▲이상민 장관의 '골든타임' 발언 ▲관계기관의 부실대응 ▲사망자 및 유가족 명단 관리 ▲용산 대통령실 인근 경찰 기동대 경력 배치 등을 두고 책임 공방을 이어갔다. 야당이 이 장관의 발언을 두고 공세를 펴자 이 장관은 "아까 골든타임 얘기를 한 건, 제가 골든타임에 대해 판단할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데 성급한 발언이었던 것 같았다"며 "이 점에 대해 유감의 말씀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여야를 가리지 않고 경찰 및 소방의 부실대응에 대한 질타도 이어졌다. 이만희 의원은 참사 당시 소방청의 환자 병원 이송 현황을 공개했다. 그는 "환자 상태가 사망 39명, 심정지 77명, 부상자가 80명, 미확인이 2명 등 총 198명이었다"며 "심정지 77명 중 오후 11시35분에 최초로 병원에 도착한 단 한 분만 소생했다"고 지적했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경찰과 행정안전부가 사망자 및 유가족 명단을 일괄적으로 관리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행안부가 이미 윗선 지시에 의해 명단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이렇게 뻔뻔한 사람과 어떻게 (특위를) 해야하는지 모르겠다"고 비난했다. 다만 여당 측은 오후에도 대통령실을 적극 방어하며 참사와 선 긋기에 나섰다. 전주혜 의원은 "민주당이 말하고 싶은 건 용산으로 대통령실을 옮겨서 이런 참사에 대응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고 말하자 한오섭 실장은 "용산 이전과 이태원 참사는 직접적 연관관계가 없다"고 반박했다. 한편 사망과정에 대한 철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전주혜 의원은 "유족들은 자녀들의 죽음 과정을 전혀 목격하지 못했기 때문에 믿기지 않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제대로 발견돼서 옮겨졌는지 제대로 밝혀서 유족들의 한이 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장관은 "소방관들의 트라우마 때문에 현실적 어려움이 있지만 파악해서 상당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화답했다. 한편 국조특위는 지난주 두 차례의 현장 점검에 이어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를 넘은 현재까지 첫 기관보고를 진행 중이다. 특위는 오는 29일 대검찰청, 서울특별시청, 용산구청, 용산소방서, 서울교통공사 등을 대상으로 두번째 기관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