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천 호텔 화재’ 7명 사망…또 인재로 피해 키웠나
호텔 2003년 준공,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 아냐"탄 냄새 난다" 화재 앞서 투숙객 객실 변경 요청소방 에어매트, 두번째 투숙객 때 위 아래 뒤집혀
[부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경기 부천의 한 호텔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로 인해 7명이 목숨을 잃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벌어졌다. 이 불은 호텔 전체로 확대되지 않았지만 많은 인명피해를 발생시켰는데, 객실 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피해를 확산시킨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특히 불이 난 객실에서 타는 냄새를 맡아 객실을 바꿔달라고 했던 손님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 못해 결국 인재로 피해를 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39분께 경기 부천시 원미구 한 9층짜리 호텔 8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당시 호텔에는 27명의 투숙객이 머물고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소방 당국은 신속하게 출동해 진화 작업을 벌였으나, 유독가스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7명이 숨지고 12명이 중경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이 불은 최초 발화로부터 2시간47분 만인 오후 10시26분께 완전히 꺼졌다. 불은 810호에서 발생, 호텔 전체로 확대되지는 않았지만 많은 연기를 내뿜어 냈다. 이에 유독가스가 8층과 9층을 덮으면서 많은 사상자를 만들었다. 실제로 사망한 투숙객 대부분은 8~9층 계단과 복도 등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이번 화재를 두고 인재로 피해를 더 키운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해당 호텔 객실 내에는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스프링클러는 화재 발생 시 불길이 확산되기 전에 진압을 하거나 억제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현행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층수가 6층 이상인 건물에는 스프링클러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1990년 이전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규정은 없었다. 이후 1992년에 16층 이상 아파트 가운데 16층 이상의 층에만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규정됐고 점차 규정이 강화됐다. 하지만 해당 호텔은 2003년에 준공 돼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았다. 이상돈 부천소방서 화재예방과장은 “해당 호텔은 2003년에 건축이 완료됐다”며 “당시 스프링클러 설치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화재 당시 상황에 대해 이상돈 과장은 추가적인 설명을 이어갔다. 그는 “화재 발생 전, 한 투숙객이 타는 냄새가 난다며 방 교체를 요구했다는 제보가 있었다”며 "정확한 시간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로 인해 초기 대응이 늦어졌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810호에는 투숙객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호텔 측에서 “탄 냄새가 난다”는 투숙객의 민원에 즉각 반응을 했다면 화재 피해 규모를 줄일 수 있었던 셈이다. 또 이번 화재에서 사망한 7명 중 2명은 긴급 탈출을 시도하다가 에어매트로 뛰어내린 뒤 사망했다. 소방 당국은 사고 현장에서 에어매트를 설치해 구조를 시도했으나, 첫 번째 투수객이 뛰어내린 이후 예상치 못하게 매트가 뒤집히며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했다. 한 소방전문가는 "에어매트의 상부와 하부는 구조가 다르다"며 "에어매트의 상부와 하부에 가해지는 압력이 다르고 상부의 경우 공기가 옆으로 세어나가면서 완충작용을 하지만 이를 뒤짚어 놓을 경우 에어매트가 정상 작동하지 않을 확률이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이상돈 과장은 “처음에는 에어매트가 정상적으로 설치돼 있었으나, 요구조자가 떨어지는 과정에서 매트가 뒤집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트가 뒤집힌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며, 추가적인 확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소방 당국과 경찰은 화재의 정확한 원인과 경위를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건물 구조, 내부 설비, 그리고 당시 상황에 대한 전반적인 조사를 통해 이번 참사의 원인을 규명할 예정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