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쌓이고, 인허가·착공은 줄고"…지방 중소 건설사 줄도산 위기
지방 건설경기 최악 수준…악성 미분양 12개월째 증가미분양 해소 위한 규제 완화 필요…공공공사 확충해야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지방의 중견·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이어지고 있다. 대형 건설사들은 도시정비사업과 해외사업 등으로 침체기에도 버티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기초체력이 부족한 지방 건설사들의 유동성 위기가 갈수록 커지면서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 중심으로 집값 상승에 따른 부동산 시장의 온기 역시 대형 건설사의 몫이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으면서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실제 미분양과 신규 인·허가 착공 건수 등 객관적 지표 모두 좋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 7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1822가구로, 8개월 만에 감소했다. 다만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038가구로, 12개월째 증가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2024년 7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총 7만1822가구로, 전월(7만4037가구) 대비 2215가구(3%) 감소했다. 다만 준공 후 미분양은 1만6038가구로, 전월(1만4856가구) 대비 1182호(8%) 증가했다. 전체 미분양 물량 중 80.2%(5만7833가구)가 지방에 집중돼 있다. 수도권은 1만3989가구로, 전월(1만5051가구) 대비 1062가구(7.1%) 감소했다. 미분양물량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1만187가구)와 대구(1만70가구) 등 순으로 집계됐다. 분양 전망도 밝지 않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이달 기준으로 수도권을 제외한 대부분 지역에서 아파트 분양 전망지수가 100을 넘기지 못했다. 분양 경기에 대한 전망을 100을 기준선으로 보고, 이 수치가 100보다 낮으면 미분양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산연에 따르면 ▲전남 64.3 ▲광주 66.7 ▲경북·경남 86.7 등 지방은 기준치에 미치치 못하는 수치를 기록했다. 또 신규 건설 허가 신청과 착공 건수가 급감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통계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7월까지 누적 인허가된 주택은 17만1677가구에 그쳤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8% 감소한 수치다. 착공 실적 또한 1만6024가구로, 전월 대비 22.6% 줄었다. 게다가 철도나 도로, 항만 건설 등 사회간접자본(SOC)와 관련된 내년도 예산안이 1조원 이상 줄면서 지방 중견·중소건설사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 예산안은 올해보다 2조7000억원 감액된 58조2000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특히 SOC 사업 예산은 1조2000억원(5.8%)이나 줄어든 19조6000억원으로 줄었다. 이는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올해 부도난 건설업체 수가 22곳에 달한다. 이는 2020년 이후 최다 수준이다.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9월(7일 기준) 누적 기준 부도난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로 당좌거래정지 당시 폐업 또는 등록 말소된 업체 제외)는 모두 22곳이다. 이는 동기 기준(1~9월) 지난 2019년(42곳) 이후 가장 많은 수치이자, 지난해 전체 부도 업체(21곳) 수를 넘어선 것이다. 면허별로 부도 업체는 ▲종합 7곳 ▲전문 15곳 등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 ▲서울 1곳 ▲경기 2곳 ▲부산 5곳 ▲광주 2곳 ▲울산 1곳 ▲강원 1곳 ▲충남 1곳 ▲전북 1곳 ▲전남 2곳 ▲경북 2곳 ▲경남 2곳 ▲제주 1곳 등이다. 건설사 폐업도 증가했다. 올해 1~7월 누적 종합건설사 폐업 신고는 295건으로, 전년 동기(218건) 대비 35.32% 늘었다. 같은 기간 전문건설사 폐업 신고는 1158건으로, 1270건 증가했다. 전문가들은 지방의 중소건설업계가 유동성 부족으로 도산 위험을 겪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박철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규제 완화로 수도권 분양시장 일부가 살아났지만, 지방은 미분양 물량이 쌓여있고, 여전히 침체된 상황"이라며 "상대적으로 유동성이 부족한 지방 중소건설업계의 자금경색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은 "지방의 미분양 물량이 시장에 흡수될 수 있도록 관련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며 "지역 경제의 침체를 완화하는 차원의 공공공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