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날리고도 "경찰은 가짜"…심리까지 장악한 보이스피싱범죄[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⑨]
보이스피싱 피해액 3000억, 1년새 두배 급증경찰·검찰 사칭해 '심리 지배형' 범죄로 진화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 〈편집자 주〉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보이스피싱 지옥(3부) 올해 1분기 보이스피싱 범죄로 인한 피해액이 30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경찰은 최근 범죄 수법이 더욱 정교해지고 있으며 피해자의 심리까지 지배하는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경찰에 따르면 올해 1~3월 보이스피싱 범죄는 총 5878건으로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17% 증가했다. 전체 피해액은 31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배, 건당 피해액은 1.9배 증가해 평균 5301만원에 달했다. 특히 검찰과 경찰, 금융감독원 등을 사칭하는 '기관 사칭형' 수법이 전체의 절반을 넘는 2991건(51%)을 차지했고 피해자의 53%는 50대 이상이었다. 보이스피싱은 최근 ▲저금리 대환 대출 ▲수사기관 사칭 ▲카드사 위장 발신 ▲가족 사칭 문자 등 다양한 시나리오와 원격제어 앱 설치를 통한 정보 탈취 수법으로 고도화되고 있다. 여기에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며 피해자를 모텔 등 외부와 단절된 공간에 머물도록 유도하거나, 가족과의 연락을 차단해 고립시킨다.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정보를 넘기도록 만드는 '심리 지배형 범죄'로 진화한 셈이다. 최근 서울 도봉경찰서의 수사 사례는 보이스피싱 범죄 수법의 실체를 그대로 보여준다. 도봉서 수사팀은 올해 초 피해자가 카드사에서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는 전화를 받은 후 수천만원을 송금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피해자의 딸이 '어머니가 요새 이상하다'며 신고했고 수사팀이 출동했지만, 문제는 피해자가 경찰의 말을 믿지 않고 "검사님이 경찰은 가짜라고 했다"며 의심했다는 것이다. 당시 수사팀 관계자는 "경찰관이 직접 설명하고, 112에 확인 전화를 권유해도 피해자는 끝까지 경찰을 믿지 못했다"며 "텔레그램으로 '검사님'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결국 피해자는 한 달간 보이스피싱범의 지시를 따르며 총 수억원 이상을 송금했다. 본인 예금과 집을 담보로 대출받은 돈이었다. 경찰은 현재 해당 범죄조직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으며 아직 피의자는 모두 검거되지 않은 상태다. 경찰 관계자는 "보이스피싱은 단순한 전화사기가 아니라 피해자의 불안과 양심을 정교하게 조종하는 심리 지배형 범죄"라며 "특히 초년생, 주부, 노년층이 주요 표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사나 의사, 공무원 등 정보 접근성이 높은 이들조차 피해자가 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경찰은 보이스피싱을 피하기 위한 두 가지 수칙을 제시한다. 모르는 전화나 문자, 카카오톡은 반드시 의심할 것. 또 가족이나 친구, 지인과 반드시 상의할 것. 경찰 관계자는 "단 한 번의 상의가 수천만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며 "심리적으로 고립되지 않도록 주변과의 긴밀한 소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