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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미술' 어렵지 않아요…'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외 2권

등록 2015-10-27 08:45:40   최종수정 2016-12-28 15:4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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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시내 기자 = 다양한 장르의 예술이 대중화돼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미술’의 문턱은 높게 느껴진다.

 학창시절 시험공부를 위해 줄줄 외운 미술사조는 기억에서 희미해진 지 오래고, 교과서에서 본 그림은 다 비슷해 보인다. 오히려 어느 경매에서 최고가 판매액을 기록했다거나, 어느 기업이 비자금 조성을 위해 그림 하나를 수십억원에 사들였다더라 등 기사로 미술작품을 접하다 보니 ‘가격’만 눈에 들어오기 일쑤다.

 정말 미술은 특정 부류의 사람만 즐길 수 있는 것일까. 물론 그렇지 않다. 이를 증명하듯 다양한 방법으로 쉽게 미술을 접할 수 있게 해주는 책들이 소개되고 있다. 문외한에게는 관심을 북돋워 주고, 애호가에게는 새로운 시야를 열어주는 책들을 모았다.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북스코프 펴냄/ 200쪽/ 1만3000원

 사람마다 그림에서 보는 것이 각기 다르지만, 이 책의 저자 나카노 쿄코는 조금 더 특이한 것에 주목한다. 바로 ‘남자의 패션’이다.

 서양의 명화 속에서는 실용성과는 거리가 먼, 때로는 기괴하게 느껴지는 차림의 남성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저자는 그런 남성들의 패션을 테마로 삼아 인물들의 내밀한 심리와 당대의 문화를 흥미롭게 추적했다. 전작 ‘무서운 그림’ 시리즈에서 명화와 관련된 섬뜩한 뒷이야기를 풀어내 많은 독자에게 사랑받았던 작가답게 이번에도 그림 속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내는 ‘명화 탐정’의 역할을 톡톡히 한다.

 총 30가지 명화를 통해 나이와 신분, 스타일을 막론한 15~20세기 유럽 남성 패션과 그 패션이 유행한 역사·문화적 배경을 함께 풀어낸다.

 첫 타자는 자크 루이 다비드의 ‘알프스 산맥을 넘는 나폴레옹’(1800년경)이다. 누구나 한번은 스쳐 지나가면서라도 보았을, 이 유명한 그림은 ‘희대의 영웅’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두 앞발을 든 백마를 탄 채 망토를 휘날리며 오른손을 번쩍 들고 있는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 “나를 따르라!”는 호령이 귓가에 생생히 들리는 듯한 역동적인 그림이다.

 저자는 이 그림에서 화려한 군복에 주목한다. 진한 감색의 장군복에 화려하게 수 놓인 금실, 겹겹이 감은 비단 새시(장식띠)가 키가 작았던 나폴레옹에게서 위엄을 느낄 수 있게 한다. 턱없이 높이 세워 접은 모양의 ‘칼라’(덧깃)와 필요 이상으로 넓게 접어 뒤집은 ‘라펠’(코트 등의 앞몸판이 깃과 하나로 이어져 접어 젖혀진 부분)은 ‘나폴레옹 칼라’라고 불리며 제1차 세계대전 시기에 만들어진 트렌치코트에 반영돼 오늘날까지 사랑받고 있다.(17~18쪽)

 현재까지 사랑받는 패션 스타일을 그린 그림은 또 있다. 프란츠 빈터할터의 ‘앨버트 에드워드 왕자’(1846)다. 그림 속 세일러복을 입고 둥근 모자를 쓴 귀여운 소년은 훗날 대영제국의 왕위를 차지하는 에드워드 7세다. 가족과 함께 왕실요트 선내파티에 참석한 다섯 살의 왕자는 사랑스럽기 그지없었다. 화가 빈터할터는 이를 그림으로 남겼다.

 “당시는 아직 해군 제복이 없던 시기로 해군 사병들은 제각각으로 입었다. 갑판복으로는 세일러복을 많이 택했다. 세일러복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가슴께에 깊이 파인 역삼각형은 사실 파도에 휩쓸렸을 때 곧바로 벗을 수 있도록 고안된 것이다.…하지만 에드워드 왕자가 입음으로써 아이가 입어도 나름의 독특한 매력이 드러난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때문에 상류계급부터 그렇지 않은 계급까지 점차 세일러복을 자주 입게 된다.”(82~83쪽)

 이 책의 표지를 장식한 ‘작가 로베르 드 몽테스키외 백작’(1897)도 눈길을 끈다. 군살 없는 몸에 착 달라붙은 갈색 정장에서부터 산양 가죽 장갑, 푸른색 커프스, 아무렇게나 맨 듯하지만 세심하게 연출된 타이, 패션의 마무리인 지팡이까지. 이 그림은 19세기 말 파리 사교계 신사의 댄디함을 한껏 뽐낸다.

 이 밖에도 보기 민망한 코드피스가 눈에 띄는 ‘개를 데리고 있는 황제 카를 5세의 초상’(1533), 기괴할 정도로 뾰족한 구두를 신은 ‘책을 헌정 받는 필리프 선량공’(1448), 각선미가 돋보이는 ‘루이 14세의 초상’(1701) 등 저자는 초상화 속 인물들이 패션을 통해 어떤 욕망을 표출했으며, 이것이 시대정신과 어떻게 연관되는지를 흥미롭게 조명한다.

 옷이 곧 신분이었던 시절, 패션에서 드러난 남자들의 감춰진 욕망을 들여다보는 동시에 시대 분위기와 문화 흐름까지 읽을 수 있어 명화를 감상하는 색다른 즐거움을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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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 차려진 식탁들…이여신 지음/ 예문당 펴냄/ 284쪽/ 1만5000원

 요즘 방송가에 ‘쿡방’ 신드롬이 불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먹을 것에 관심을 가지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시대를 초월한 명화에도 다양한 음식들이 등장한다.

 이 책은 옛사람들은 어떤 음식을 먹었고, 어떤 음식 문화를 이뤘는지, 또 오늘날 음식 문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그림을 통해 상세히 설명한다. 김홍도의 ‘벼 타작’에서는 한국인의 힘 ‘쌀밥’을, ‘중세의 건강서적’(Tacuinum Sanitatis)에 수록된 그림 ‘국수 만들기’에서는 이탈리아의 파스타를 보는 식이다.

 1장 ‘식사 준비를 해볼까?’에서는 시대와 배경에 따라 식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떻게 다른지를 다루고 있다. 2장 ‘차려진 식탁 엿보기’에서는 시대에 따라 어떤 음식이 차려졌는지, 상황에 따라 어떻게 먹고 음식을 즐겨왔는지를 설명한다. 기념일이나 잔치가 있을 때 옛날 사람들은 어떤 식탁을 차렸고,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알 수 있다. 3장 ‘디저트를 먹어볼까?’에서는 우리나라의 엿이나 유럽의 치즈, 이슬람의 커피 등 식사를 마치고 먹게 되는 음식들에 관해 배우게 된다. 마지막으로 4장 ‘밖에서 즐기는 식사’에서는 동서양의 외식 문화와 의미를 다룬다. 집에 머물러 먹는 식사를 벗어나서 식당이나 카페 등 외부에서 먹는 외식이 왜 즐겁고 유행하는지를 인간 본성과 감정을 예로 들며 알려준다.

 자상한 말투로 수업하는 듯 설명해 청소년이 접근하기에 좋다.

◇장우진의 종횡무진 미술 오디세이…장우진 지음/ 궁리 펴냄/ 340쪽/ 2만원

 “이집트에서 기원한 유럽 미술의 발전을 따라 오늘날 미국 미술에서 끝을 맺는 미술의 역사. 너무나 자주 마주치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피카소.” 이러한 교육이나 관례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보고 즐길 수 있게 도와주는 ‘미술 가이드북’이다. 재기발랄한 만화를 곁들여 어려운 미술 이야기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저자는 ‘과연 미술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보는 것이 그림을 잘 보는 것일까’ ‘그림의 해석은 어디까지 진실일까’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권력 구조의 그림자는 작품에 어떻게 작용하는가’ 등 자신이 미술을 공부하며 가졌던 의문을 바탕으로 그 답을 흥미롭게 풀어냈다.

 미술의 정의에서 조형원리, 장르, 미술을 둘러싼 다양한 담론, 기호학·정신분석학·페미니즘·포스트모더니즘 등 어려운 미술이론과 현대미술 이야기 등을 모두 아울러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도식적이고 규정적인 해석은 그림을 보는 데 오히려 방해가 되기도 한다”(61쪽)고 말한다.

 그렇다면 저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미술교육은 무엇일까. 저자는 “되도록 덜 가르치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미술지식을 머릿속에 채워 넣기에 급급하기보다 세상을 따뜻하고 솔직하게 바라보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는 얘기다.

 이렇듯 미술교육의 새로운 관점도 제시해 만화 형식이지만 자녀뿐만 아니라 부모도 함께 읽으면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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