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리 "덕선처럼 사랑스런 캐릭터 없지, 예쁜이는 많아도…" 공감!
첫 방송 전 혜리의 캐스팅 소식에 가자미눈을 하고 보던 시청자들은 초반부터 서럽게 우는 그녀의 연기에 설득 당해 '덕선맘'이 됐다. 혜리는 '응답하라 1988'을 평균 시청률 18.8%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로 이끌었고, 광고 수십 편을 연달아 찍으며 차세대 '100억 소녀'로 불리고 있다. 그런데 혜리는 "조금만 있으면 다 잊어버릴 것"이고 "뭔가를 이뤘다고 해서 악착같이 연연해 하고 싶지도 않다"며 그저 "도와주는 사람이 많았다", "운이 좋았다"는 말을 계속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신원호 PD는 애초에 예능프로그램에서 비춰진 혜리를 보고 '덕선'을 만들었다고 했다. 운 좋게 들어맞은 배역의 성격과, 본래 실력을 가려주는 섬세한 연출력이 지금의 혜리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운을 어떻게 가져갈지는 혜리에게 지금 주어진 가장 큰 질문이자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이다.
바꿔 말하면 혜리가 '덕선'으로 이렇게 잭팟을 터뜨린 것도 그동안 수많은 방송에서 꾸며내지 않고 열심히 했던 결과다. 신원호 PD는 "너, 그 때 그 표정 있잖아. 그 바보 같은 표정해봐"라고 할 정도로 혜리도 몰랐던 자신의 모습을 끄집어냈다. "촬영 시작하기 직전에 제가 나온 프로그램을 다시 봤어요. 저도 모르는 제 모습을 보려고요. 사실 제3자의 입장에서 저를 관찰하는 게 좀 어려웠어요. 그러면서 제 행동이나 걸음걸이, 표정 같은 걸 많이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제 사적인 평소 모습이 덕선이랑 비슷한 점이 많거든요."
"마음고생이라기보다는! 처음에 그런 반응을 보고 '그 정도로 못했나?' 싶은 거예요. '선암여고 탐정단'은 제가 하고 싶어서 한, 정~말 애착이 가는 작품이었고 열심히 찍었거든요. 그 때 생각했어요. 아, 내가 아예 몰랐구나. 나는 열심히 한다고 했는데, 아니었구나. 다음 작품을 할 때는 정말 이런 참사는 만들면 안 되겠다. 제가 숙련된 연기자가 아니라는 걸 다시 한 번 느꼈죠." 그래서 혜리는 처음부터 칼을 갈았다. 초반에 자신에 대한 비난 섞인 눈길을 반전시키지 못하면 극이 어떻게 전개돼도 '혜리의 연기'만 도마 위에 오를 것 같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수십 번 극본을 읽고, 연출자와 회의를 거쳐 찾은 혜리의 '덕선'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사랑스러움'이었다.
연기력으로 대한민국 18,8%를 설득해 자신감이 붙을 법도 하지만 앞으로의 연기를 생각하면 멍해진다. 1시간이 약간 넘는 인터뷰 시간 내내 술술 대답하던 혜리의 말문이 막히는 순간이다. 하지만 혜리는 벌써 답을 찾은 듯 했다. "전 운이 좋았고, 그걸 너무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하고 싶냐는 질문에는 대답을 못하겠어요. 멍해져요. 전 그냥 좋은 대본에 저랑 잘 맞는 좋은 감독님과 함께 하고 싶어요. 지금 저는 연기에 대해 아예 몰랐다가 이제 겨우 5를 알았다는 것 정도에요. 앞으로 95를 열심히 채워 나가야죠."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