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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 불 불…' 봄마다 화마에 휩쓸린 강원 백두대간 '잿더미'

등록 2017-05-23 05:50:00   최종수정 2017-05-29 09: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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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8일 새벽 강원 강릉시 성산면 어흘리 대관령 길목의 백두대간 야산에서 전날 꺼졌던 산불이 초속 20m 이상의 강한 바람을 타고 재발해 번지고 있다. 2017.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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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축구장 457개 면적의 산림을 잿더미로 만든 강릉 삼척 산불. 이번 산불은 강원 백두대간의 깊은 상흔을 남겼다. 예전 모습으로 복원되기까지는 최소 수십 년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6일 입산자의 실화가 원인으로 추정되는 이번 산불은 사흘 만에 진화됐지만, 총 327㏊(삼척 270㏊ ·강릉 57㏊), 축구장 457개와 맞먹는 숲이 한 순간에 잿더미가 됐다. 또 주택 37채가 소실됐고, 이재민도 79명이 발생했다. 산불 진화 과정에서 투입된 헬기가 추락해 정비사 조모(47)씨가 숨졌다.

 앞서 지난 2005년 4월 천 년 고찰 낙산사를 집어삼킨 양양 산불과 2000년 4월 강원 동해안을 덮친 산불로 여의도 면적의 80배가 넘는 산림이 초토화되는 등 봄철마다 반갑지 않은 화마(火魔)에 강원 백두대간이 몸살을 앓고 있다.

 ◇바짝 마른 백두대간, 작은 불씨에도 '확'

 봄마다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 지역에서 크고 작은 산불이 왜 반복되는 것일까.

 산불이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는 원인으로 '건조한 날씨'가 꼽힌다. 봄이면 고온 현상이 계속되고, 비까지 적게 내리면서 산불 발생 빈도를 높이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이 모두 451건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발생한 397건보다 15.3%나 높은 수치다. 피해 면적은 513.11ha로 지난해 피해 면적(378㏊)보다 35.7%나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봄에 산불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발생한 산불 391건 중 봄철 발생 건수가 285건(57%)에 달했고, 지난 10년간 봄철 발생 평균 건수가 절반 이상인 59%나 차지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 1월부터 지난 10일까지 건조 특보가 총 93일 발령됐다. 올해는 유난히 비도 적게 내렸다. 지난달까지 강릉 등 영동 지방의 누적 강수량은 예년의 50~60% 수준에 머물렀다.

 또 지난달부터 이례적인 고온 현상까지 겹쳤다. 지난달 전국 평균기온은 13.9도로 평년(12.2도)보다 1.7도 높았다. 1973년 기상청이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998년(14.9도)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일조시간은 246.5hr로 역대 4월 중 최대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건조한 날씨에 강한 바람까지 부는 봄철에는 대형 산불 위험이 높다고 지적한다.

 산림청 관계자는 "지난해보다 강수량이 적고, 기온도 1~2도 높아서 건조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낙엽 등이 바짝 메마르는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는 봄철에는 산불에 더 더욱 취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작은 불씨에도 삽시간에 번져…국지성 강풍 '양간지풍'

 산불이 급속하게 번지는 데 국지성 강풍 탓도 크다. 강한 바람을 타고 불씨들이 널뛰듯 삽시간에 번져 피해를 키웠다. 산불이 시작된 지난 6일 영동지방에는 강풍주의보가 발효 중이었다. 실제 순간 최대풍속 20m 안팎의 강한 바람까지 불었다.

 양양과 간성 사이에는 고온 건조하고, 속도가 빠른 이른바 '양간지풍(襄江之風)'이 분다. 봄철 이동성 고기압이 우리나라 남쪽을 지나고, 북쪽에는 저기압이 자리 잡는 '남고북저'의 기압 배치 때 나타난다.

 이때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 영동지방으로 내려가면서 고온 건조해지고, 바람도 강해진다. 초속 20m 안팎의 강풍이 불어 불씨가 이곳저곳으로 옮겨 붙는다. 잡힌 줄 알았던 산불이 강한 바람에 두 시간여 만에 되살아나 사방으로 번지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고, 일부 주민들의 긴급 대피했다.

 기상과 험준한 강원도 지형 조건 못지않게 산불을 키운 요인이 소나무와 같은 침엽수림이다. 침엽수는 잎이 넓은 활엽수에 비해 불에 취약하다.

 산림청 관계자는 "강원 영동지역은 소나무처럼 불에 타기 쉬운 침엽수가 우겨져 있다"며 "잎이 넓은 활엽수보다 불에 취약한 침엽수가 많다 보니 대형 산불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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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뉴시스】김경목 기자 = 7일 육군 제23보병사단 장병들이 강원 강릉시 성산면 일대 산림에서 발생한 산불을 끄기 위해 잔불을 찾아 끄고 있다. 2017.05.07. (사진=육군 제23보병사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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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안전처 재난문자 '먹통'…초기 진화가 '관건'

 강원 삼척시과 강릉시에서 잇따라 산불이 발생했을 때 소방헬기가 곧바로 투입됐다. 하지만 이날 경북 상주시를 비롯해 충북 청주시, 경기 남양주시 등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산불이 발생해 소방 헬기가 전국으로 흩어져야 해서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또 가장 큰 불이 난 강원 삼척 지역은 해발 800m의 험난한 고지인 데다 소방헬기가 물을 퍼올 수 있는 가장 가까운 거리가 발화 지점에서 11㎞나 떨어져 이동 시간이 많이 소요됐다. 

 재난 안전 총괄기관인 국민안전처는 대형 산불이 발생했지만, 재난문자 한 통 보내지 않아 논란이 일었다.

 당시 산림청은 산불 위기경보 최고 수준인 심각 단계를 발령했고, 300여 이재민이 발생했지만, 국민안전처는 주민들에게 재난문자조차 보내지 않았다.

 '긴급 재난문자 서비스'는 재난·재해 발생 예상지역과 재난 발생지역 주변에 있는 국민에게 재난정보 및 행동요령 등을 신속히 전파하는 서비스다.

 이에 대해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산불 수습 주무부처는 산림청"이라며 "산림청이나 강원도, 강릉시에서 문자발송 요청이 없어 발송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국민안전처는 지난해 9월 발생한 경주 지진 사태 이후에도 재난 문자 발송 논란이 계속되면서 재난 시스템이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 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4~2016년) 발생한 산불은 총 928건으로, 이 중 800건(86%)이 부주의가 화재 원인으로 나타났다.

 발화 원인으로 담뱃불이 298건으로 가장 많았고, 쓰레기 소각 183건, 불씨 방치 109건, 논·밭 태우기 87건, 기타 123건 순으로 집계됐다. 

 이흥교 소방본부장은 “입산 시에는 인화성 물품을 소지하지 말아야 하고, 지정된 곳이 아닌 곳에서는 농산 폐기물을 소각하는 행위를 하지 않도록 하는 등 산불 예방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의로 산불을 내면 7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 산림 인접 지역에 불을 피우거나 라이터를 갖고 입산하다 적발될 경우 50만원 이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초기 진화를 위해 소방 장비와 인력 등을 집중적으로 투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산불이 발생할 경우 더 이상 불이 번지지 않도록 초기 진화를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산불 초기에 소방헬기 등 자원과 소방 인력 등을 집중적으로 투입해 확산을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류 교수는 "산림 지역에서 불을 피우거나 라이터 등을 가지고 입산하는 것을 법으로 금지하지만, 이에 대한 단속도 형식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산행할 때나 들에 갈 때 라이터나 휘발유 등 인화성 물질을 가져가지 않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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