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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국민의당…文대통령 때리지만 보이콧은 '글쎄'

등록 2017-06-21 11:13:42   최종수정 2017-06-26 09:0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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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홍효식 기자 =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당 제75차 의원총회가 진행되고 있다. 2017.06.19. [email protected]
말로는 '文대통령 때리기'…보이콧 합세엔 '부담'

【서울=뉴시스】김성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강경화 외교부장관 임명 강행 이후 국회 상임위가 연이어 파행 사태를 이어가는 가운데, 캐스팅보터를 자처했던 국민의당 입지가 애매해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임명강행 및 청와대의 인사검증 미비를 비판하며 보수야당의 '문 대통령 때리기'에 표면적으로는 합세하고 있지만 정작 상임위 보이콧 등 야당 간 공동전선 형성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존재감 부각은커녕 여야 사이에 '낀 정당'이 되는 모습이다.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20일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및 주호영 바른정당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진 후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있어야 된다"며 "청와대 인사관계자들을 불러서 인사검증시스템을 따져보겠다"고 밝혔다. 국회 상임위 파행 사태를 풀려면 문 대통령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입장 표명 요구가 청와대에 얼마나 압박으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국민의당은 자유한국당, 바른정당과는 달리 상임위 보이콧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면서 보수야당과 거리를 두고 있다. 특히 문 대통령의 강 장관 임명강행 직후 열린 19일 의총에서도 국민의당은 보이콧 돌입은커녕 문 대통령이 당의 입장 표명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취할 입장조차 정리하지 못했다. 단지 '협조를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에둘러 으름장을 놨을 뿐이다.

 전통적으로 야권 텃밭인 호남에 기반을 둔 국민의당으로선 문재인 정부에 정면으로 날을 세우며 보수야당과 궤를 같이 했다간 호남 민심의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내려놓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호남 외 지역에 내놓을 마땅한 후보군조차 확보하지 못한 상황에서, 자칫 보수야당과 대여(對與) 공동전선을 형성했다간 호남과 비호남 모두에서 완패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그러나 국민의당이 이처럼 호남 민심 역풍을 우려하며 애매한 '스탠스'를 유지하는 새, 한때 국민의당 주도로 이낙연 국무총리 등 인준을 끌어냈던 국회 상황은 더불어민주당과 보수야당의 강대 강 싸움 구도로 흘러가고 있다. 잠시 부각되는 듯했던 국민의당 존재감 역시 자연히 다시 가라앉는 모양새다.

 국민의당은 일단 '의회주의'를 내세우며 극과 극 대결로 치닫는 정부여당과 보수야당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맡겠다는 입장이지만, 정국을 풀어갈 마땅한 중재안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정부여당에 협조할 명분으로 이른바 '5대 원칙 후퇴 논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 및 사과를 요구하고는 있지만 이미 여야 구도가 강대 강 대치 국면에 들어선 상황에서 문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한다고 해도 이를 근거로 보수야당을 설득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아울러 문 대통령이 입장 표명을 한다고 해서 향후 정국에서 마냥 정부여당의 편을 들 수도 없는 게 현실이다. 이 경우 보수야당으로부터 '민주당 2중대'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뿐더러, 되레 지방선거를 앞두고 민주당과의 통합론이 다시 거론될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같은 상황에 대해 당내에선 불만 목소리가 속속 나온다. 특히 비호남 원외 지역위원장들 사이에선 이낙연 국무총리 인준 이후 청문회 정국에서 국민의당이 야당으로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다는 불만이 이미 팽배한 상황이다. 청문회 정국에서의 애매한 스탠스로 인해, 국민의당이 고질적으로 품어온 호남·비호남 갈등이 재촉발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국민의당은 일단 문 대통령의 입장 표명 및 사과를 요구한 상황인 만큼 청와대의 태도를 좀 더 주시한다는 방침이다. 최명길 원내대변인은 이와 관련 뉴시스와 통화에서 "제3당인 국민의당과 제4당인 바른정당이 없었다면 제1당인 민주당과 제2당인 자유한국당이 무엇 때문에 대립하는지 말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라며 "그게 바로 국민의당 존재이유다. 국민의당은 이쪽저쪽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나 여야 간 강대 강 대치 정국이 길어질수록 국민의당의 애매한 노선을 두고 당내 불만이 점차 증폭되는 건 물론,당외 존재감 하락에 대한 고민 역시 더욱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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