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로 마음 전한 이산가족들…"통일된 그날 다시 만나길"
"南 친척 안부 들으니 통일된 것만 같아""부디 행복하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리숙희(90)씨는 26일 작별상봉이 열리는 금강산호텔에서 거동이 불편해 오지 못한 남측 사촌언니 이옥희(94)씨에게 쓴 편지를 전달했다. 숙희씨는 이번에 이산가족 상봉을 신청하면서 사촌언니 옥희씨가 가장 보고 싶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가족들은 숙희씨가 어릴 때부터 언니 옥희씨와 자라 정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숙희씨는 편지에서 "반세기 동안 혈육소식을 몰라 하다가 북남 수뇌분들의 배려로 상봉이 마련돼 이 기쁨을 어떻게 표현할지 모르겠다"며 "이것이 꿈이 아닌가 생각된다. 언니는 별세한 줄 알았더니 건강하게 있다니 반갑기 그지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친척들이 안부를 다 듣고 보니 통일이 된 것만 같다"며 "몸 건강히 잘 있기 바라며 통일된 그날까지 나도 살아서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이날 숙희씨의 남측 여동생 후남(81)씨는 북측 조카 김영길씨의 부인에게 즉석에서 손편지를 썼다. 그는 편지를 쓰며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쳤다. 후남씨는 편지에 "우리 큰 언니(숙희) 평생동안 잘 모셔서 정말 고맙네, 막내 이모 후남일세"라며 "큰 언니 모습을 뵈니 너무 좋아 보여서 정말 잘 모셨구나 싶어 많이 기쁘다네"라고 적었다. 목원선(85)씨, 원구(83)씨는 북측 형 목원희(86)씨에게 집주소가 써진 봉투 뒷면에 "사랑하는 우리 형님 잘 뵙고 돌아갑니다"라며 "부디 행복하고 다시 뵐 때까지 안녕히 계세요"라고 전했다.
이번 2차 상봉에서는 남북 가족이 손편지를 주고받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김현수(77)씨는 둘째 날 개별상봉 때 북측 형님 김용수(84)씨에게 남측 손녀의 손편지를 건넸다. 용수씨는 얼굴도 모르는 남측 손녀의 편지를 받고는 대성통곡했다. 용수씨는 단체상봉 때도 '편지' 이야기만 나오면 눈가에 눈물이 맺혔다. 리근숙(84·여)씨는 이튿날 단체상봉에서 남측 이부동생 황보원식(78·여)씨, 우영(69)씨, 구용(66)씨, 해용(58)씨에게 '이제 당장 한 생을 마쳐도 한이 없습니다. 조국통일을 위해 힘껏 노력하여라' 등의 내용이 적혀 있는 편지를 전했다. 동생들은 근숙씨의 편지를 보고는 서로 손을 잡고 부둥켜안으며 오열했고, 근숙씨도 끝내 눈물을 훔쳤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