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 살인' 경찰 고심…"모든 출동에 강력범죄 상정하나"
신고 접수 당시 '코드2'…긴급성 떨어지는 상황1차 출동 경찰 "'죽여버린다'는 식의 발언 없어""종일 신고 쏟아지는데 일일이 귀가 확인 불가"김씨, 집에서 흉기 챙겨 PC방에 다시 가 범행"단순 시비 건으로 민간인을 뒤쫓을 순 없어""말려서 돌려보내고도 현장에 대기해야하나"서울 인구 970만, 경찰 지구대 인원은 1만명
경찰은 애초 1차 출동 현장에서 살해 협박이나 흉기가 등장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사태를 막기 어려웠다고 해명하고 있지만 비난 여론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일선 경찰들은 "안타까운 일이 발생했지만 첫 출동 당시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형사팀장은 "폭행이나 업무방해가 없는 이상 강제수사를 할 수 없다. 단순 시비 사건으로 경찰이 민간인 뒤를 쫓아가면 그 자체로 불법사찰 아니냐"며 "시비 후에 집에서 칼을 가져와서 휘두를, 그런 아주 낮은 가능성을 가정하고 경찰이 쫓아가거나 체포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고 밝혔다. 경찰은 지난 14일 오전 7시38분께 김모(30)씨의 동생(27)이 한 112신고를 받았다. 당시 형과 피해자 신모(21)씨가 말다툼을 벌이자 동생이 먼저 신고 전화를 걸어 온 것이다. 발산파출소는 '불친절 서비스 시비'로 코드2 출동했다. 신고 내용을 듣고 경중이 정해지는 코드 분류에 따르면 코드2는 현장에 출동해야 하지만 코드0이나 코드1과 비교해 긴급함은 덜하다. 코드0과 코드1은 살려달라는 비명이 들리거나 성폭력, 납치, 심각한 위험 등 최우선 출동이 필요하다고 분류되는 상황이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 2명은 김씨 형제, 신씨의 이야기를 들은 뒤 '좋게 화해하라'는 식으로 타일렀다. 당시 '죽여버리겠다'는 식의 협박은 들리지 않았다는 것이 경찰 설명이다. 경찰은 체포나 임의동행을 할 상황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를 보면 이후 오전 8시께 경찰은 김씨 형제와 PC방을 나섰다. 동생은 PC방 건물에 머물렀고 형은 건물 밖으로 나와 집으로 향했다. CCTV엔 김씨가 경찰과 같은 방향으로 걷는 모습이 포착됐다. 당시 경찰은 김씨로부터 "집에 간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이후 김씨는 집에서 흉기를 챙겨 다시 PC방으로 가 신씨에게 휘둘렀다. 이 대목에서 '경찰이 귀가조치를 했어야 한다' '경찰이 현장에 더 오래 머물며 달랬어야 한다'는 비판이 일각에서 나온다. 경찰은 코드2에서 귀가를 확인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모든 출동 사건에 경찰이 강력범죄를 염두에 두고 인력을 투입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피의자가 집에 들어가서 흉기를 들고 다시 범행 장소로 향한 이상 귀가를 확인하는 조치가 의미가 있느냐는 근본적인 의문도 제기된다. 일선서의 한 형사과장은 "일단 체포할 상황이 아니면 말리고 끝내는 수밖에 없다. 종일 신고가 쏟아지는데 통상 귀가했는지 확인하지 않고 애초에 그럴 수도 없다"고 단언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9월말 기준 서울 인구는 970만명(한국 국적) 이지만 서울 내 지구대와 파출소 인원은 1만511명이다. 지구대와 파출소 경찰 1인당 담당 인구가 922명인 셈이다. 3~4교대로 근무가 이뤄진단 점을 고려하면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일선서의 한 경찰은 "시비나 폭행 현장에 가보면 '죽여버린다'는 차라리 점잖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입에 담기도 힘든 끔찍한 욕설이나 위협이 오고 가는 경우도 많다"며 "이제 그런 상황만 되면 말려서 돌려보낸 후에도 따라가 보거나 현장에서 한동안 우리만 대기하고 있어야 하는 건가라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그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한숨을 쉬었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