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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디·앨리스·도로시···최현미·노신회 '우리가사랑한소녀들'

등록 2019-06-29 14:13:41   최종수정 2019-07-09 09:3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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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효령 기자 = 예측불허의 세상이다. 빠르게 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숨 가쁘게 살아가고 있다. 지치고 힘들때 어린시절 추억은 자체 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

'우리가 사랑한 소녀들'은 어린시절로 추억여행을 떠날 수 있는 책이다. 동화·애니메이션·만화·그림책 등에서 만난 사랑스럽고 어여쁜 소녀들을 소환했다. '오즈의 마법사'의 도로시,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 '빨간 머리 앤'의 앤, '캔디 캔디'의 캔디, '소공녀'의 사라, '인어공주'의 공주, '작은 아씨들'의 조 등이 등장한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 각광받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이들을 다시 바라본다. 저자는 50대 엄마(최현미 일간지 문화부장), 20대 딸(대학생 노신회)이다. 각각 독립된 존재로 살아가던 모녀는 어느 날 각자의 어린시절 성장의 동반자였던 소녀들을 생각해보게 됐다. 두 사람이 소녀들을 바라보는 시선의 온도, 표현 방식은 조금 다르다. 엄마는 자신에게 익숙한 매체인 글, 딸은 매체를 떠나 자유분방하게 말한다.

이야기 속 소녀들이 한때 우리가 지극히 사랑하고, 함께 울고 웃던 친구였음을 강조한다. 어린시절 어떤 고난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애쓰던 캔디를 보며 현실에서 마주하는 어려움을 극복했다. 이루어지지 못한 사랑 앞에서 물거품이 되어버린 인어공주의 운명을 보면서는 '슬픔'이라는 감정을 배웠다. 귀족의 아내가 되어 안락한 삶을 사는 대신 가난한 남편을 선택하고 자신의 삶을 온전히 살아가는 '작은 아씨들'의 조를 보며 또래소녀들과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힘든 상황에서도 귀족적인 품위를 잃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소공녀' 사라에게서는 계급주의를 극복하지 못한 일면을 발견한다. 훗날 다시 부자가 된 뒤 친구라고 칭한 하녀 '베키'에게 과자를 실컷 먹게 해주는 대신 학교에 보내 교육을 시켰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한다. 남성들의 전유물이었던 영웅의 자리에 여성이 등장함으로써 주목받았던 나우시카의 이면에 깃든 외로움과 쓸쓸함에 주목하기도 한다.

예전에는 미처 몰랐던 그녀들의 한계를 바라본다. 때로는 안타까움을 토로하고 이의를 제기하기도 한다. 하지만 분석과 비판의 대상으로만 이들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녀들을 향한 따뜻한 애정이 책 전반에 녹아있다. 여전히 사랑스러운 점은 사랑스럽다고 속삭인다. 어엿한 어른으로 성장한 수많은 소녀들에게 기꺼이 바치는 헌사다. 324쪽, 1만6500원, 혜화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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