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영화 산업 지형도…넷플릭스 VS 'OTT' 경쟁 본격화
디즈니 이어 워너브러더스 OTT 강화韓 승리호·콜·차인표 등 넷플릭스 직행"영화 제작·투자에도 변화 나타날 것"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반드시 극장 개봉을 거쳐야 한다는 전통적인 영화 산업의 규칙이 무너지고 있다. 상반기 극장 개봉을 예고했던 할리우드 대작들이 셧다운으로 극장을 거치지 않거나 혹은 온라인과 동시 개봉하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국내 신작들도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OTT) 직행이 이어지고 있다. 극장플랫폼을 중심으로 성장해온 영화 산업의 구조가 코로나 상황이 기폭제가 돼 변화하고 있는 셈이다. 12일 외신과 영화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그룹 디즈니가 OTT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한데 이어 할리우드 대형 영화사 워너브러더스도 OTT 서비스 강화에 나섰다. 워너브러더스는 최근 내년 영화 17편 모두를 극장과 자사 OTT HBO맥스에서 동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17편에는 '매트릭스4' 와 2억달러 대작 '듄', '고질라 vs 콩' 등이 포함돼 있다. 이에 앞서 '원더우먼 1984'을 이번 크리스마스에 영화관과 HBO맥스에서 동시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미국 극장들이 정상 영업을 하지 못하며 관객 수가 급감한 데 나온 조치다. 극장 구원자를 자임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이 실망스러운 흥행 성적을 남긴 영향도 컸다. 워너브러더스가 제작에 참여하고 배급한 '테넷'은 북미시장에 제작비(2억달러)의 4분의 1 수준인 5760만달러 벌어들이는 데 그쳤다. 워너브러더스의 이 같은 결정에 세계 영화계는 들썩였다. 지금까지 미국 영화는 통상 극장 개봉 후 90일이 지나서야 주문형비디오(VOD) 등 부가판권 시장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워너브러더스는 내년에 해당하는 한시적인 조치라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지만, 영화계에 상당한 파장을 던졌다. 국내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4월 '사냥의 시간'에 이어 극장 개봉을 계획했던 200억 대작 '승리호'를 비롯해 '콜', '낙원의 밤', '차인표' 등이 'OTT 골리앗' 넷플릭스로 방향을 돌렸다.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OTT와 계약하는 선택지가 부상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 영화는 통상 2~4주 정도의 극장 유예기간(홀드백)을 둔 뒤 OTT·IPTV 등 부가판권 시장에 공개됐다. 반대로 넷플릭스는 철옹성같이 서 있던 극장의 벽을 허물었다. 메가박스에 이어 한국 최대 극장 체인인 CGV와 롯데시네마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에 스크린을 내준 것이다. 지난달 11일 영화 '힐빌리의 노래'가 국내 1위 멀티플렉스 극장 CGV와 2위 롯데시네마의 스크린에 걸린 것을 시작으로 '맹크' 등 넷플릭스 영화들이 줄줄이 극장에서 상영됐다. 약 2주간의 홀드백을 두는 데 합의한 데 따른 결정이지만 2017년 6월 봉준호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옥자'의 극장 개봉을 강경하게 대응하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넷플릭스의 질주는 당분간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이 몇달 안에 시작하더라도 내년 가을까지 영화관 운영이 정상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업계 관계자는 "극장플랫폼의 복원이 향후 영화산업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요한 변수가 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에 달려있지만 영화시장의 구조 변화는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극장플랫폼이나 홀드백의 변화로 인해 영화제작과 투자에 있어서도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정인숙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온라인 영화 시장 변화 및산업 전망 분석 조사' 보고서를 통해 "대작 영화의 양적 감소, 체험특화 프리미엄 영화의 증가, 영화와 드라마의 경계 무너짐, 로맨스 장르 및 숏폼 콘텐츠의 제작 증가 가능성이 예측된다"고 내다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