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선 결과로 야권재편 태풍 온다…'태풍의 눈'은 윤석열
野재편 주도권은 국민의힘…변수는 尹의 선택안철수, 윤석열 등 합류할 경우 제1야당 위상 강화尹, 독자 세력화 후 국민의힘과 '역빅딜' 나설수도제3지대 신당? '킹메이커' 김종인 행보 관심 증폭
'대선시계'에 맞춰 가속도가 붙게 될 야권 재편의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쥐겠지만 '윤석열'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른바 야권에 불어닥칠 윤석열 바람이 어디로 향할지, 그 바람이 태풍급으로 세력을 키워 제1야당을 집어삼키지 않을지 야권 전체가 촉각을 곤두세운 형국이다. 2016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선, 2020년 총선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4연패로 패배주의가 만연했던 국민의힘은 이번 재보선이 정국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는 분기점이 됐다. 그간 제1야당으로서 흔들려 온 위상을 회복하고 대선 준비를 염두에 둔 야권 재편을 본격화 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반해 군소정당과 정치권 밖 인사들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3지대론은 기세가 한풀 꺾일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힘이 이번 재보궐선거에서 이기든 지든, 야권의 지형 재편은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예고된 변화였다. 관건은 누구를 중심으로, 어떤 방식으로 재편될 것인가에 따라 감동적 변화냐, 단순 야합이냐로 갈린다는 점이다. 서울·부산 시장 보선에서 상당한 표차로 압승이 기정사실화 된 만큼 국민의힘 쪽에 무게추가 쏠리는 반면, 근소한 차이로 신승을 거두면 제3지대론이 급부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일단 국민의힘이 정계 개편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한 건 분명해 보인다. 여권과 달리 야권은 특정 계파가 득세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세력 분화 대신 통합에 더 무게가 쏠릴 것이란 관측이 우세한 편이다. 현재 시점에서 추론해볼 수 있는 야권 재편의 시나리오는 ①국민의힘에 국민의당·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합류하는 방안 ②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선(先) 독자 세력화 후(後) 제1야당과 역빅딜 ③'윤석열+α' 신당 창당 등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다. ①번 시나리오의 경우 국민의힘이 서울·부산 보선에서 압승함으로써 야권 통합에도 구심력이 실리게 돼 별다른 잡음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재보선 선거 후 어떠한 지분도 요구하지 않고 합당을 약속한 바 있고, 국민의힘 후보 당선을 위해 전력을 다했던 것도 추후 합당에 대비해 국민의힘 안에서 입지를 높이기 위한 사전포석으로 분석된다. 마찬가지로 정치적 기반이나 세력이 전무한 윤석열 전 총장도 제1야당이 가진 조직의 응집력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국민의힘에 우선 입당한 뒤 차츰 당내 영향력을 키워나가는 게 현실적으로 대권가도에 유리해 보인다. 다만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합당 논의가 틀어지거나 국민의힘 내부에서 자당 인물만으로 대선을 준비할 수 있다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 수도 있다. 이번 서울시장 보선에서도 야권 후보 단일화의 매듭을 짓자마자, 국민의힘 내부에선 의석수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에 대한 '무용론' 기류가 있었다. 중도노선을 추구하는 국민의당 입장에선 보수 색채가 여전한 국민의힘에 거부감을 가진 당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합당 추진에 소극적으로 나올 수도 있다. 안 대표나 윤 전 총장도 선거가 끝나자마자 곧장 국민의힘에 합류하는 대신 당분간 정국이 돌아가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몸값'을 높일 타이밍을 노릴 수도 있다. 이 경우 야권 재편의 시계는 천천히 가게 된다. 이런 연장선상에서 윤 전 총장이 독자 세력화로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충분히 다진 다음에 대선 정국이 본격화되면 움직이는 ②번 시나리오도 설득력이 떨어지는 건 아니다.
보수진영 안에선 '문재인 정부 검찰총장' 시절 전 정권에 대한 적폐청산을 진두지휘한 윤 전 총장에 대한 거부감이 아직 남아 있는 점도 걸림돌이 아닐 수 없다. 윤 전 총장 역시 탄핵을 당한 당에서 정치를 시작하는 모양새가 부담이 따르지 않을 순 없다. 일각에선 '윤석열+α' 신당도 심심찮게 거론된다. 이렇게 되면 이른바 '제3지대'를 표방하는 중도연합체 성격을 띠게 될 가능성이 높다. 이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좌표를 잡고 윤 전 총장이 결단을 내리느냐가 관건이다.
결과적으로 4·7재보선에서 압승한 국민의힘 입장에선 ①번 시나리오가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에 바짝 엎드려 구애에 나설 가능성은 떨어진다는 점을 고려할 때 궁극적으로는 ②번 시나리오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야권 재편 과정에서 가장 큰 변수는 정치를 향한 윤 전 총장의 권력욕이라 할 수 있다. 야권 재편 주도권은 국민의힘이 쥐게 됐지만, 변수는 윤 전 총장이 '별의 순간'을 잡는가 여부가 된다. 정치권에선 여야를 통틀어 가장 높은 지지율을 가진 윤 전 총장이 재보선 후 야권 재편 향방에 맞춰 정치판에 본격 뛰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정계 입성 시기를 놓고 윤 전 총장의 숙고가 길어지고 있다. 일부에선 윤 전 총장이 언론 인터뷰 형식으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치르게 된 이유를 강조하고 나선 점이나 사전투표 공개 일정으로 반문(반문재인) 진영에 보이지 않는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지만, 이 같은 행보를 정치권이 지나치게 너무 확대해석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역대 검찰총장 가운데 자리에서 물러나자마자 곧바로 정치권에 발을 들인 전례가 없는 점이 부담인데다, 윤 전 총장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여줬던 보수 진영이나 중도층에서도 정치 행보에 부정적인 여론이 감지되기 시작했다. 검사 시절에도 정치권의 러브콜을 뿌리친 바 있는 윤 전 총장의 성향을 감안할 때 정치 한복판이 아닌 후방에서 정권 교체를 위한 '밀알'에 만족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