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영화 투자배급사도 생존 경쟁...드라마 사업 진출 배경
코로나19로 지난해 상업영화 평균 수익률 -34.1%국내외 OTT 업체 성장 등으로 드라마 수요↑IP 활용해 콘텐츠 제작으로 돌파구 마련 안간힘
[서울=뉴시스] 김지은 기자 =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영화 투자배급사들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드라마 제작 등의 IP(지식재산권) 확보 및 투자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업체가 성장하고, 콘텐츠를 유통할 수 있는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기존의 영화관 위주의 콘텐츠 개발보다는 다채로운 IP를 활용해 유통 채널 다변화에 맞춘 콘텐츠 제작에 속도를 내고 있다. 8일 영화계에 따르면 미디어 그룹 NEW(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의 콘텐츠 제작사업 계열사 스튜디오앤뉴가 올해 첫선을 보이는 드라마 '어느날 우리집 현관으로 멸망이 들어왔다'가 tvN을 통해 오는 10일 처음 방송된다. 100일만 살 수 있는 '동경'과 '멸망'이라 불리는 특별한 존재의 판타지 로맨스로 박보영과 서인국이 주연을 맡았다. NEW가 제작한 첫 드라마는 2016년 KBS 2TV에서 방영한 '태양의 후예'다. 당시 NEW는 드라마 TF팀을 구성 후 100% 사전 제작 방식을 택하는 강수를 뒀다. 영화 투자와 배급을 하면서 쌓았던 노하우를 살려 기존의 드라마 유통 구조를 깬 해외 선판매를 필두로 하여 중국 OTT 동시 방영이라는 새로운 유통 방식으로 드라마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이후 드라마 제작을 전담할 부서를 만들어 tvN '오마이베이비', SBS '날아라 개천용' 등의 다양한 드라마 라인업을 구축하며콘텐츠 제작 사업에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있다. 2019년 드라마 제작을 발표한 쇼박스는 웹툰으로 잘 알려진 '이태원 클라쓰'를 첫 작품으로 제작했다. '이태원 클라쓰'는 2020년 1월 방영 후 대중성과 작품성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데다 수출까지 성공적으로 이루며 소위 대박을 터트렸다. 최근작의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다수 드라마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기존의 기획, 제작 역량을 활용해 콘텐츠 제작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CJ ENM은 2016년 드라마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하며 스튜디오드래곤을 설립했다. 여러 제작사 인수를 통해 국내 최고 작가와 연출자들을 공격적으로 영입하면서 현재 우리나라에서 가장 강력하고 전문적인 드라마 제작사로 꼽힌다. 주로 tvN과 OCN 드라마를 제작했으나 최근에는 네이버 웹툰으로 유명한 작품 '스위트홈'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 지난해 말 세계 13개국에서 넷플릭스 인기 순위 1위에 오르는 등 한국 콘텐츠의 저력을 보여줬다. 롯데컬처웍스의 콘텐츠사업부문인 롯데엔터테인먼트도 기존 영화 위주의 콘텐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드라마 제작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콘텐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상파 출신 유명 PD를 드라마 사업 부문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현재 웹툰 '유쾌한 왕따' IP를 활용해 영화 '콘크리트 유토피아'와 추가 드라마를 기획 개발하는 등 다양한 포맷의 콘텐츠 제작 프로젝트를 기획 중이다. 이 밖에 '승리호'의 배급사 메리크리스마스도 10대와 20대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웹툰 '연애혁명'의 IP를 확보해 2020년에 카카오TV와 네이버 시리즈ON에서 동시에 공개했고,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는 KBS 2TV '안녕? 나야'를 통해 드라마 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영화 투자배급사들의 드라마 사업 진출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영화산업의 침체로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20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관 관객 수는 전년 대비 73.7% 감소한 5952만명으로 통합전산망이 구축된2004년 이후 최저치였다. 영화관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3% 감소한 5104억 원으로 2005년 이후 최저치를 나타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순제작비 30억원 이상 상업영화 29편의 평균 추정수익률은 –34.1%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영화관이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투자배급사들이 영화관 플랫폼만으로 매출을 올리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한국의 영화산업 자체가 위축되는 것이 아니냐는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당분간 이러한 상황은 계속될 전망이다. 여러 플랫폼에서 콘텐츠 확보를 위해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며 드라마 수요는 많아진 반면 영화산업은 투자, 제작, 배급, 상영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는 특성상 단기간 회복되기가 쉽지 않아서다. 지난해에도 주요 투자배급사들은 영화 투자 및 제작을 진행했으나 우선 올해는 지난해 공개하지 못한 영화들의 개봉을 우선 목표로 두고 시장 상황을 살피는 양상이다. 이와 함께 리크스 관리를 위해 장기적으로는 동일한 IP 하나로 영화와 드라마 혹은 제3의 콘텐츠라는 멀티 유즈 시스템을 만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 투자배급사 관계자는 "코로나19 이전에는 영화 투자, 유통 쪽으로 큰 무게를 두었다면 이제는 자체 IP 개발로 양질의 콘텐츠를 기획, 개발하면서 더 좋은 퀄리티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다양한 플랫폼 유통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일상이 정상적으로 회복된다고 하더라도 기존 시스템처럼 가기까지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영화 투자배급사에서 드라마 제작을 진행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필연적인 부분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