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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음지시에 회유까지…'가짜 수산업자' 경찰수사 삐걱

등록 2021.07.25 07: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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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산업자 비서에게 '변호인 대화 녹음' 지시
의혹 일자 '녹음본 안 넘겼다고 해라' 부탁도
수사권 조정으로 확대된 경찰 수사권 '우려'
전문가 "적법한 수사 절차는 기본 중의 기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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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가짜 수산업자에게 금품을 받은 의혹으로 입건된 이동훈 전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치고 취재진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2021.07.13.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박민기 기자 = 유력 인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가짜 수산업자' 김모씨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김씨 측 비서에게 변호인과의 대화 내용 녹음 지시 및 녹음본 제공 사실 함구를 부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수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수사종결권 등 권한을 갖게 된 경찰의 수사력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다시 꺼내고 있다. 앞서 경찰은 사전에 3차례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를 접수했음에도 이를 부실 처리해 결국 입양아를 사망하게 한 '정인이 사건' 등으로 수사력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25일 경찰 등에 따르면 서울경찰청은 최근 가짜 수산업자 김씨의 비서에게 불법 수사로 비춰질 수 있는 부적절한 지시를 한 의혹을 받는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A경위를 이번 사건 수사에서 배제했다.

A경위는 김씨에게 '김씨 측 변호인과의 대화 내용을 녹음해오라'는 취지의 지시를 하고 실제로 해당 대화 내용 녹음본을 넘겨받은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의 비서는 '공동 폭행' 등 별건으로 체포된 뒤 풀려나 김씨 사건과 관련해 참고인 조사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A경위가 수사를 위해 비서에게 대화 녹음 지시를 했다는 것이다. 사실관계 확인에 나선 경찰은 진상조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A경위를 직무에서 배제했다.

A경위 관련 의혹이 제기된 직후에는 같은 강력범죄수사대 소속 B형사가 김씨의 비서를 찾아가 부적절한 부탁을 했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다시 한 번 경찰 수사 관련 논란이 불거졌다.

B형사는 지난 20일 오후 경북 포항에 사는 김씨 측 비서를 찾아가 약 1시간 동안 사건 관련 조사를 진행한 뒤 '(A경위에게) 대화 녹음 파일을 안 줬다고 하면 안 되겠느냐'는 식으로 말했다고 한다. 이후 B형사는 다음 날 새벽 조사 내용을 사건 담당 수사팀에 보고하면서 비서에게 함구를 요청한 자신의 부탁 내용은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한 서울경찰청은 당시 B형사의 발언이 신뢰성 측면에서 부적절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를 대기발령 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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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선웅 기자 = 김창룡 경찰청장이 지난 1월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에서 '정인이 사망 사건'과 관련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1.01.06. photo@newsis.com


경찰이 김씨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관계자들을 추가 소환하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이같은 불법수사 논란이 불거지자 경찰 수사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에 수사 종결권이 주어지는 등 수사 권한이 대폭 확대됐지만 경찰 주도적인 수사 과정에서 부실·불법수사 관련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은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16개월 입양아 '정인이 사망 사건' 부실 수사 관련 의혹으로 인해 홍역을 치렀다. 사건 초기 3차례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결국 정인이가 사망했다는 국민적 질타가 이어졌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정인이 사건을 담당했던 서울 양천경찰서 및 경찰 조직 전체를 상대로 부실 수사에 대한 책임을 묻고 경찰 조직 권력 확대를 감시해야 한다는 등 취지의 청원글들이 올라오기도 했다.

이에 김창룡 경찰청장은 "앞으로 사회적 약자 보호에 한 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며 국민 앞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 당시 양천경찰서 서장 등은 수사 및 지휘에 대한 책임으로 대기발령 조치 등을 받았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경찰 직무에 맞는 사람을 선발하고 교육·훈련을 통해 윤리적인 전문가로 양성해야 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찰 선발 및 채용, 배치 과정은 다 그렇지 못하다"며 "수사 인력을 전문화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했는지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적법한 수사 절차를 지키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고 그에 대한 엄중한 책임이 따라야 한다"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재판을 청취했던 오제이 심슨 사건도 그가 살인을 했다는 확실한 증거들이 있었지만 과잉 수사 등 적법한 절차를 어겼다고 해서 결국 형사에서는 무죄를 선고받지 않았느냐.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 적법한 수사 절차"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러나 우리나라는 경찰 비리 등에 대해 엄중하지 못했다"며 "(불법 수사 논란은) 일벌백계하고 외부 감시 및 감독 등을 통한 해결 방법은 없는지도 연구해 볼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minki@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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