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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and]'금배지 반납' 배수진 역대 대선주자들의 성적표는?

등록 2021-09-11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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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배신 비판에도 역대 대선마다 사퇴 선언

박근혜·김영삼 당선 성공…안철수·이회창 수포로

이낙연 전남지사 경선 때도 사퇴 선언…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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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21대 총선을 이틀 앞둔 13일 오전 국회 사무처가 의원회관에서 21대 국회의원 배지를 공개하고 있다. 2020.04.1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지현 기자 = 내년 3월9일 치러지는 20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로 나선 이낙연 전 대표가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졌다.

충청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더블 스코어 격차로 대패했지만 물러서지 않겠다는 결기를 보여준 것이다. 이 전 대표의 '승부수'는 이 지사 독주 체제에 균열을 낼 수 있을까.

지난 30년 한국 정치사에서 의원직 사퇴로 배수진을 치고 대권에 도전한 주자들은 거의 매 대선마다 있어 왔다. 정치인의 금배지 반납은 더 큰 야망을 위해 권력을 내려놓는 것은 자유지만 유권자 배신, 의정 공백이라는 비판의 소지도 다분한 행보다. 역설적이게도 그만큼 절박함을 호소하는 무게감 있는 행동으로 해석돼 왔다.

이 전 대표 역시 '굳은 결심'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8일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주의와 민주당, 대한민국과 호남, 서울 종로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며 사퇴를 선언했다. 이후 즉각 박병석 국회의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하고 의원실을 정리하는 한편, 만류하는 당 지도부를 향해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그러나 '1보 후퇴, 2보 전진'에 성공한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먼저 1992년 14대 대선에서 당선된 김영삼 전 대통령이 꼽힌다.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총재는 대선을 두 달 앞둔 10월, 국회 본회의 대표 연설에서 "대통령 후보로 전력투구하기 위해 국회를 떠나고자 한다"며 의원직 사임을 선언한 뒤 대권에 도전해 꿈을 이뤘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새누리당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례도 있다. 그는 후보 등록에 즈음해 "저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의 선택을 받으려고 한다"며 비례대표 사퇴 의사를 띄웠다. 박 후보는 당시 "이번 대선에서 국민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저의 정치 여정을 마감하려고 한다"며 강력한 대권 의지를 보였고, 결국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를 상대로 승리를 거머쥐었다.

금배지 반납으로 대권 의지를 보였지만 수포로 돌아간 경우가 더 많다. 2017년 19대 대선 출마와 함께 지역구 의원에서 사퇴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그 중 하나다. 안 후보는 후보 등록 직후 "제 모든 것을 다 바쳐서 꼭 우리나라를 구하겠다는 각오를 가지고 있다. 그 각오의 일환"이라며 사퇴를 선언했지만 낙선했다.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는 두 번이나 의원직을 걸고 대선에 뛰어 들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이 전 총재는 1997년 15대 대선 후보로 등록하면서 비례대표직을 던졌지만 대선에서 패했다. 이 전 총재는 5년 뒤인 2002년 16대 대선 때도 의원직 사퇴로 재차 결의를 보였지만 고배를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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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가 8일 오후 광주 서구 광주시의회 시민소통실에서 광주·전남 발전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2021.09.08. [email protected]
현직을 거는 배수진이 소속 정당에 파장을 일으킨 경우도 있다. 김두관 전 경남지사는 18대 대선 출마를 위해 지사직에서 중도 사퇴했지만 당내 경선에서 패배했고, 보궐선거에서 보수야권의 홍준표 후보가 당선돼 당내에서 거센 비판을 받았다. 홍 지사는 도백 이력을 발판으로 19대 대선에서 자유한국당 후보로 선출됐다.

이낙연 전 대표의 사퇴를 두고도 데자뷔 우려가 나온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인 서울 종로는 여야 잠룡을 다수 배출한 곳이라 상징성이 남다르다. 민주당으로서는 서울시장에 이어 정치 1번지를 보수야권에 내주는 악재를 맞을 수도 있다. 경선 과정에서 이 전 대표 저격수를 자처한 추미애 법무장관은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고 정면 비판했다.

한편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에서 직을 건 '배수진' 싸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2014년 전남지사에 출마하며 국회의원직 사퇴를 승부수로 띄운 바 있다. "기득권을 과감히 버리겠다"며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한 이 전 대표는 경쟁자인 주승용 후보를 상대로 당내 경선에서 승리했다.
 
이 전 대표의 두 번째 금배지 반납 선언도 전례를 따를지는 미지수다. 이 전 대표는 '불안한 후보'인 이 지사로는 정권 재창출이 어렵다고 주장하지만, 이 지사 대세론이 이미 형성돼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당 지도부는 "원팀 정신을 해칠 수 있다"며 이 전 대표의 사퇴안 처리를 대선 경선 이후에 논의할 방침으로 전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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