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국제일반

[창사 20주년 특집]기후변화 억제 못하면 코로나19보다 더 한 전염병 온다

등록 2021-11-01 05:00:00   최종수정 2021-11-08 10:11:01
  • 크게
  • 작게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기사내용 요약

기후변화, 전염병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코로나19 경고 있었다…"기후변화, 간접원인"
전세계의 목표 이행 중요…COP26 성공 주목

associate_pic
[인천공항=뉴시스] 고범준 기자 = 중국에서 코로나19의 4번째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지난해 1월 2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입국장에서 인천국제공항 위생소독용역 직원들이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2021.10.27.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기후변화로 인해 더 많은 전염병은 불가피하다(More infectious diseases inevitable due to climate change)"

세계 학술기관, 유엔 기관 연구원들로 구성된 국제연구공동체 랜싯 카운트다운이 지난 10월 20일 발표한 '건강과 기후변화에 대한 2021 랜싯 카운트다운 보고서: 건강한 미래를 위한 코드 레드'에는 이 같은 내용이 담겨있다.

보고서는 "기후에 민감한 전염병은 전 세계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으며, 모든 전염병의 전염에 대한 환경적 적합성이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코로나19 팬테믹(세계적 대유행)으로 2년째 고통받고 있는 현 상황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보고서다. 과학자들은 코로나19가 처음 발생했을 때부터 그 기원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기후변화의 영향에 주목했었다. 다소 낯설게 느껴졌던 이 관점은 코로나19 발생 2년이 다 되어가는 현 시점에는 사실상 정설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다. 세계가 기후변화에 무감각하게 대응하는 동안 코로나19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는 것이다.

문제는 앞으로도 지금처럼 대응할 경우 코로나19보다 더 치명적인 전염병이 인류를 덮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과학자들은 기온 상승으로 인해 북극과 남극의 빙하가 녹아 정체 모를 바이러스들이 세상에 노출되면 대응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기후변화를 단순히 환경문제가 아니라 안보문제로 다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결국 기후변화를 억제하는 것은 전염병으로부터 인류를 지키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다.

◆기후변화, 전염병에 적합한 환경을 만든다

정용승 고려대기환경연구소 소장도 1일 기후변화로 "(전염병을 부르는) 바이러스 종류의 숫자가 더 늘어나고 밀도가 높아진다. 추운 환경보다 더운 기후에서 바이러스가 빠르게, 많이 증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늘어날 확률이 높다. 해로운 바이러스가 새롭게 생겨나 인류에 문제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구체적으로는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 강수량, 습도 등이 변화하면서 매개체의 생존 기간과 서식지, 병원균의 성장, 숙주 분포와 개체수 등에 영향을 미치게 되고 이에 따라 전염병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랜싯 보고서 역시 기후변화가 전염병인 뎅기열, 지카, 말라리아, 콜레라 등을 통제하기 위한 인류의 수십년의 진보를 이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늘한 고지대는 말라리아 등 열대성 전염병에 좋은 환경 조건으로 변하고 있으며, 북유럽과 미국 등에서는 위장염, 패혈증 등을 유발하는 박테리아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비콜레라 비브리오 박테리아의 경우 1980년대 이후 북반구 위도에서 전염에 대한 환경적 적합도가 56%나 증가했다.

유엔의 인간개발지수(HDI) 순위가 낮은 국가들에서는 말라리아 전염에 적합한 개월 수가 39% 증가했다.

최근 5년 간 아르보바이러스 전염에 대한 환경적 적합성은 1950년대 보다 7~13% 늘었다. 아르보바이러스는 뎅기열, 지카, 치쿤구니야 등 절지동물에 의해 전염되는 바이러스를 말한다.

이와 관련 안병옥 전 환경부 차관은 "모든 동·식물들은 최적 기온 분포 내에서 살아간다"며 각 생물마다 생활 최적 기온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기온이 올라가면 주로 바이러스, 감염병을 일으키는 균이 대부분 최적 기온이 높고 온도 범위가 넓다. 내성이 강하다. 기온이 오르면 바이러스는 두 가지 면에서 이점을 얻는다. 하나는 번식 측면에서 이점이 있다"고 했다.

특히 "바이러스의 활동성이 강화된다"며 이 점이 "기후변화로 인한 직접적인 감염병의 증가 가능성의 원인"이라고 짚었다.

랜싯 플래니터리 헬스는 지구 온난화가 계속된다면 2080년까지 세계 인구의 90%가 열대성 전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적도의 기존 열대 국가는 물론 북아메리카를 포함한 고위도 지역까지 이런 전염병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새로운 전염병의 탄생도 우려된다.

국제 학술지 '임상연구저널(Journal of Clinical Investigation)'이 지난해 게재된 존스홉킨스 대학의 아르투로 카사데발 박사 등 연구팀은 기후 변화가 새로운 미생물들의 열쇠를 열고 질병과 죽음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카사데발 박사는 미생물이 더 높은 온도에 적응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지구 온난화가 열 내성이 있는 미생물을 선택할 우려가 있다. 이는 우리의 내온성 방어를 패배시키고 새로운 전염병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온성은 인간과 다른 포유류가 전염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도록 높은 온도를 유지하는 것을 말하는 데, 이것이 무너지며 많은 미생물들로 인한 전염병에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09년 발견돼 2017년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로부터 '치명적 위협'이라는 수식어를 받았던 칸디다속 진균(Candida auris)을 사례로 들었다. 슈퍼박테리아의 일종으로 3개 대륙에서 거의 동시에 출현했다. 기온 상승이 특정 미생물, 칸다다속 진균에 대한 적응을 촉진시켜 인간에게 전염병을 가져다줬다는 지적이다.
associate_pic
[파리=AP/뉴시스] 지난 1월 1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사람들이 쉬고 있는 모습. 2021.10.27.
◆기후변화와 코로나19, 우연이냐 필연이냐

2019년 코로나19가 발생한 후 세계보건기구(WHO)는 기원 추적을 계속하고 있다.

올해 3월에 낸 보고서에서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매개 동물을 거쳐 인간에게 옮겨갔을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박쥐에서 감염된 인수공통감염병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안 전 차관은 기후 변화가 전염병을 가져오는 간접적인 원인으로 "바이러스를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야생동물의 서식지가 과거보다 많이 줄었다. 원인을 보면 기후변화와 인간의 개발 행위"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이 접촉할 수 있는 기회가 과거보다 많이 늘었다"며 야생동물과 인간이 활동하는 범위가 겹치는 점을 간접적인 원인으로 설명했다.

인간에게 옮길 수 있는 병을 가지고 있더라도 인간을 만나지 못한다면 감염병은 드러나지 않는다. 기후변화, 인간의 개발로 활동범위가 겹치면서 인간으로 옮기게 됐다는 뜻이다.

신종 전염병의 60%는 인수공통감염병으로 75%는 야생동물로부터 비롯됐다. 매개체가 낙타였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박쥐였던 에볼라 바이러스 등이 그런 사례다.

하버드대 보건대학원은 지구의 기온이 상승해 육지와 바다에 있는 동물들이 더위를 피해 극지방으로 가는 경우도 사례로 들었다. 평소 접하지 않던 동물들의 접촉은 병원균이 새로운 숙주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낸다고 지적했다. 산림 벌채 등도 이유로 들었다.

온난화는 기후변화를 가속하고 있다. 유엔환경계획(UNEP)은 지난 10월 26일 '2021 배출간극' 보고서를 내고 국가들의 탄소 배출 감축량이 목표를 밑돌고 있다면서, 지금 같은 상태가 이어진다면 지구 기온은 21세기 말 2.7%나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구의 기온은 계속해 상승해왔다. 세계보건기구(WHO)은 지구 기온이 1도 상승할 경우 전염병은 4.7%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같은 전염병은 기온 상승 등에 따른 악재로 볼 수 있다. 필연이었다고 말할 수 없지만 완전한 우연이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기후변화로 인한 전염병에 대한 경고는 계속 있었다.
associate_pic
[리튼(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AP/뉴시스]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 리튼에서 발생한 산불로 지ㅏㄴ 7월 1일 연기가 치솟고 있다. 49.6도(화씨 121.3도)라는 캐나다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리튼의 산불로 마을 전체의 90%가 불타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상고온이 지구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의 결과라는 견해를 내놨다. 2021.10.27.
◆전 세계 목표 이행 중요…COP26 성공 주목

'1.5도'를 위해서 1일(현지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회의(COP26)가 열린다.

1.5도란 세계가 인류의 안전을 위해 제시한 수치다. 지난 2015년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당사국 총회(COP21)에서 채택된 협약에서 1.5도 이하 제한 목표를 세웠다.

전문가들은 지구 기온 1.5도 상승을 한계선으로 보고 있다. 2도 이상 상승할 경우 심각한 위험을 부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COP26는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하로 억제하기 위한 이행 사항을 짚어보고 새로운 목표, 방법 등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하지만 회의 전 부정적인 의견이 부상하고 있다. UNEP은 코로나19로 각국 탄소 배출이 감소했으나 각국의 목표치를 밑돌았다고 지적했다.

COP26의 알로크 샤르마 의장은 지난 10월 23일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회의에서 결과를 내기는 5년 전 파리 협약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2021년 랜싯 보고서는 전 세계가 기후변화가 인류 건강에 끼치는 영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진전을 거의 이루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세계 각국은 불평등을 줄이고 인류 건강을 개선하는 정책을 시행하며 저탄소 경제 회복을 추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보고서는 랜싯의 지표가 이러한 문제의 긴급성의 증거를 보여준다며 "모든 사람이 안전해질 때까지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aci27@newsis.com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스토리
  • 이메일
  • 프린트
  • 리플
텝진으로 위클리 기사를 읽어보세요
위클리뉴시스 정기구독 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