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하는 MZ]②"그래 너 알아서하렴"…부모도 독촉 않고 결혼관 존중
결혼 적령기 자녀 선 자리 마련·독촉은 옛날 얘기오히려 결혼관 존중…MZ, 눈치 안 보고 비혼 결심비혼 MZ "부모 응원·지지에 천군만마 얻은 기분"
[서울=뉴시스]이소현 기자 = #50대 주부 이모씨는 딸이 결혼을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이다. 속마음은 안 한다고 하면 오히려 환영이다. 딸은 2년 뒤면 이씨가 결혼한 나이가 된다. 이씨는 "아무리 세상이 달라졌다고 하지만 결혼과 출산으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건 사실"이라며 "대학원에 가려고 직장을 그만두겠다 하면 학비를 지원해 주겠지만 결혼 때문에 그만둔다고 하면 결혼을 반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 본인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이씨의 남편도 결혼을 강요할 생각은 전혀 없다. 자녀와 많은 얘기를 나눠보고 조력자로서 도움만 주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23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과거에는 결혼 적령기 자녀의 선 자리를 마련하거나 결혼을 독촉하는 부모들이 많았지만, 최근 기성세대는 오히려 자녀의 결혼관을 존중하는 분위기다. 부모 세대의 공감과 응원에 힘입어 MZ세대도 눈치보지 않고 비혼을 결심하거나 결혼을 늦추고 있다. 지난해 서울시가 서울서베이와 주민등록인구 통계자료를 활용해 조사한 결과,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에 대한 MZ세대의 동의 정도는 10점 만점에 4.46점을 기록해 반대 의견이 더 높게 나타났다. 결혼 후 '자녀는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응답도 4.22점을 나타낸 반면, '동거를 결혼의 형태로 인정한다'는 점수는 5.24점, '부부사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이혼이 해결책'이라는 점수는 6.92점을 기록했다. 이처럼 MZ세대가 주체적인 결혼관을 갖게 된 데는 의외로 기성세대의 영향이 크다. 40대 중반 A씨는 "딸에게 항상 결혼은 선택이지 필수가 아니라고 말해주고 있다"며 "늦은 나이에 결혼했지만, 친정엄마가 결혼으로 스트레스를 준 적은 없다"고 했다. 또 "결혼식 전날, '살다보면 이런저런 일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건 정말 아니다 싶을 만큼 힘들고 참을 수 없다면 주저하지 말고 와라. 남 눈치보면서 살 필요없다'는 친정엄마 말씀이 아직도 든든하다"며 "딸에게도 똑같이 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딸 둘을 키우는 B씨도 "우리때만 해도 꼭 이라는 단어가 붙었다"면서 "애들을 키우다 보니 '하고 싶은 일 하면서 혼자 살아'라는 말을 자주 한다"고 웃었다. 결혼을 고민하는 MZ세대에게도 부모의 응원과 지지는 큰 힘이 된다. 직장인 홍모(28·여)씨는 "결혼은 안 할 거라고 했더니 아빠께서 하기 싫으면 하지 말라고 하시더라. 너네는 내가 먹여 살릴 수 있으니 하고 싶은 거 하라는 말씀이 참 든든했다"고 전했다. 대학생 때 비혼을 결심했다는 직장인 주모(29·여)씨도 "처음 부모님께 결혼하지 않겠다 말씀드렸을 때는 충격 받으신 것 같았다. '나는 결혼생활이 행복했는데, 이 삶이 참 즐거운데, 왜 우리 딸은 하지 않으려 할까'라는 식의 고민과 걱정을 안겨드렸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주씨는 "무엇보다 우리 딸을 험한 세상에 어떻게 혼자 살게 하나 하는 걱정이 크셨던 것 같다"며 "그 이후에 끊임없이 삶에 대해 고민하는 모습, 단지 직업이 아닌 소명을 찾기 위해 애태우고 준비하고 또 이뤄가는 모습, 더 단단하게 성장해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이제는 믿어주시고, 응원해주심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