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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클럽]윤병락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 작가 꿈"

등록 2022-05-03 15:50:12   최종수정 2022-05-16 09:2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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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미술시장서 '사과=윤병락' 유명…궤짝 사과 인기
전시때마다 솔드아웃...기본 2년 이상은 기다려야
'사과' 그림 20년 호리아트스페이스 '윤병락 아카이브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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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과 작가' 윤병락의 '가을향기' 한지에 유채, 82.3×50.5cm, 2007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사과=윤병락’이다. 흔한 사과지만 미술시장에 오면 다르다. 비싸서 엄두가 안 나는 '사과'다. 가격은 해마다 올라 현재 100호 크기에 담긴 사과값은 9000만 원이다. 윤병락의 사과는 2004년 등장했다. 궤짝에 담긴 사과는 컬렉들을 홀렸다. 덕분에 ‘솔드아웃 작가’다.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아트옥션과 갤러리의 러브콜이 줄을 잇는 인기 작가다. '윤병락 사과'를 차지하려면 기다림은 필수다. 기본 2년 이상은 참아야 할 정도다. '사과' 그림이 나온지 20여 년. 수많은 사과 그림이 쏟아지지만, '윤병락의 사과는 원조의 위엄을 뽐낸다. 명품의 차이는 디테일. '사과 그림'은 '진짜 사과'도 움찔할 정도로 감쪽같다. 맑고 깨끗한 색채와 독창적인 표면 처리는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손맛 덕분'이다. 변형 캔버스, 공간연출도 비법이다. 가정집이든 사무공간이든 사과나 사과 상자만 그려진 그림 만으로도 무한대의 여백을 만들어낸다. 사과 그림은 '윤병락 사과'로 통하지만 제목이 따로 있다. '가을향기'로 명명됐지만 사시사철 싱싱한 향으로 진동한다.

윤병락은 왜 사과를 그리게 된 것일까? 3일 서울 청담동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윤병락: 아카이브'전을 연 작가에게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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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호리아트스페이스 윤병락 아카이브전이 6월18일까지 열린다. 


◆처음부터 과일만 그렸나?
지금의 사과 그림을 본격적으로 그린 것은 2003년 연말 이후다.  과일이 처음 등장한 것은 2002년도 접시 모양의 변형 캔버스와 함께다.  이전엔 지금과는 다소 다른 전통적인 미학에 심취해 있었다. 물론 표현기법은 지금과 같은 극사실주의 화법이었다. 대학졸업 후 초기엔 낡고 퇴색된 옛 민속 기물에 주목했다. 시간의 훈장인 먼지가 곱게 내려앉은 기물들에서 남다른 삶의 정취를 보게됐다.

◆윤병락에게 ‘사과는?
‘사과=고향’이다. 경북 영주 출신으로 영천에서 고등학교까지 살았다. 영천은 천지에 사과밭이 널린 곳이다. 아버지께서도 포도 과수원을 운영하고 어머니는 자식의 교육을 위해 과일 행상도 마다치 않으셨다.

◆위에서 내려다 본 부감시점(俯瞰視點)’ 화면이 독특하다
정물화 구성법을 정면으로 거스른 화법이다. 보통 정물화라고 하면 물체가 앞쪽부터 뒤쪽으로 겹겹이 쌓여가며 공간감을 만들어내는 것을 정법으로 삼는다. 대개 앞쪽에 크고 무거운 기물을 배치해 안정감을 도모한다. 하지만 내 그림은 무겁고 큰 물건을 위쪽에 올리고 각각의 기물들은 독립적으로 흩어지게 배치했다. 미술학도 청년시절 새로움을 추구했던 객기로 출발했지만, 20년이 훌쩍 지난 지금은 서양화와 동양화 기법이 융합된 나만의 차별화 기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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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사과작가'로 유명한 윤병락의 '아카이브전'이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6월18일까지 열린다.


◆‘변형 캔버스’, 어떻게 나왔나?
'변형 캔버스'를 짜는 과정은 쉽지 않다. 튀어나온 모양대로 나무패넬(합판)을 잘라내고 홈을 파내며, 수작업으로 최소 이틀 정도는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작업실 한쪽에 목공실을 따로 마련해뒀다. 원하는 형태를 합판에 스케치한 후 직소(Jigsaw)를 이용해 곡선에 따라 자르는데, 오랜 기간 뒤틀림을 방지하기 위해 자작나무 합판을 두 겹으로 덧댄다. 이 위에 찢어도 잘 안 찢어질 정도 두께의 우리나라 전통한지(삼합 닥종이)를 캔버스 천처럼 입혀 붙인다. 붓질이 밀리거나 유화물감이 지나치게 스며들지 않도록 미디엄으로 서너 번 밑칠을 하면 바탕화면이 완성된다. 그 위에 처음부터 다시 스케치를 하고 밑칠을 한 다음 기본 채색에 들어간다. 유채물감의 무게감과 질감, 한지에 스민 부드러운 투명함 등이 어우러져 사과만의 신선도’가 완성된다.

◆자유로운 연출방식과 색다른 공간 구성도 눈길을 끈다
대형 사과상자 그림 주변에 마치 상자에서 굴러 내린 것같이 낱개의 사과 몇 알을 붙여놓다 보면 아주 색다른 생동감을 자아낸다. 낱개 사과를 어디에 어떻게 붙여 놓느냐에 따라 공간은 더욱 무한하게 확장되어, 회화의 평면성을 넘어 입체적인 설치 영역으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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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과작가' 화가 윤병락이 3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개인전 '윤병락 : 아카이브展'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윤 작가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유명 아트옥션과 갤러리에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작가이며, '솔드아웃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8일까지. 2022.05.03. pak7130@newsis.com


화가의 꿈은 초등학교 2학년 즈음에 키우기 시작했다. 경북대 미술대학에 진학했다. 어릴 적부터 화가는 ‘남들과는 좀 달라야’ 된다는 강박관념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남들이 하지 않은 걸 시도해보는 것으로 발전하고, 대학 재학시절 창의적인 작품을 만들어보기 위한 실험을 쉬지 않았다. 특히 군 제대 후 2학년에 복학하면서 학과의 암실 관리를 맡게 된 것이 행운이었다. "회화 작업 외에도 사진이나, 실크스크린 작업 등 다양한 시도를 해볼 계기가 되었다."

◆김흥수 화백 격려 큰 힘…전업작가로 "화가로 성공 살아남기" 목표
1993년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으면서 전업작가의 꿈을 시도했다. 당시 심사위원이었던 김흥수 화백이 직접 전화를 걸어 “색감과 구성이 우수했고, 대상 후보로까지 거론됐다. 앞으로 훌륭한 작가가 될 자질이 있다”고 격려해준 것이 큰 힘이 됐다.

대학졸업 후 작가로 등단한 이후에도 늘 고민은 ‘화가로서 성공해 살아남기’였다. 몇 십 명이 한 공간에서 전시하는 그룹 전시에선 ‘제일 먼저 떠오르는 그림이 내 그림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어떻게 하면 관람객이 집에 돌아가 잠을 자려고 누웠을 때까지 ‘내 그림의 잔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게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그런 바람은 졸업하자마자 가진 첫 개인전에서부터 기질을 발휘했다. 당시 그림의 주인공은 사과가 아니었고, 초현실주의적인 형식이었다. 다소 장식성이거나 상징적인 성격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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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윤병락 작가가 3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개인전 '윤병락 : 아카이브' 기자간담회에 앞서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특선을 받은 작품 '기억재생III'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윤 작가는 국내외 아트페어와 기획전, 유명 아트옥션과 갤러리에 러브콜이 끊이지 않는 작가이며, '솔드아웃 작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전시는 오는 6월 18일까지. 2022.05.03. pak7130@newsis.com


◆1995년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첫 개인전 화단 데뷔
1995년 대학졸업후 고금미술연구회 수상 기념으로 대구 봉성갤러리에서 열린 선정 작가로 개인전을 열고 화단에 데뷔했다. 그 첫 시작이 없었다면 지금의 윤병락도 없었을 것이다. 그때 작품은 건장한 남성이 정면을 보며 서 있는 형상을 닮은 화면을 연출했다. 떡 벌어진 어깨에 다부지게 주먹 쥔 양팔인데, 곧게 뻗은 두 다리는 다소곳하게 모으고 있다. 이는 제각각 인체 부위의 나무 조각들을 이어 붙여 만든 것인데, 현재 ‘윤병락 스타일 변형 캔버스’의 시발점으로 볼 수 있겠다.

이를 계기로 1995년부터는 본격적으로 ‘정형화된 사각 형태의 화면’을 탈피하는 변형 작업을 본격화 했다. 캔버스의 사각 틀을 뭉갠다든가, 더 튀어나오게 덧붙여 나만의 기호에 맞는 화면으로 재구성했다. 이후 처음 배경을 없앤 그림은 2003년 주판을 그린 작품이다. 주판은 사각이니까 캔버스 비율만 맞추면 되겠다 싶어 실험해봤다. 작업을 하고 나니 ‘배경이 없어도 그림이 되는 구나’라는 확신을 갖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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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가구 반닫이 작품 '가을향기' 75.5×157.5cm, 한지에 유채, 2003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간담회 배경 걸려 유명세
위에서 부감시점으로 바라본 그림은 2003년 시작됐다. 반닫이 위에 접시가 놓였고, 뽀얗게 쌓인 반닫이와 접시를 가로질러 나뭇가지를 기다랗게 올려놨다. 이 시기를 전후해 소소한 기물을 올려놓은 접시 시리즈가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되었고, 작품에 ‘가을향기’라는 제목이 꾸준히 이어졌다. 고가구 반닫이 작품 '가을향기' 작품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1주년을 기념해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장 배경으로 걸려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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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병락 '가을향기', 한지에 유채, 82.3×50.5cm, 2007


◆사과는 단지 소재?
사과 궤짝만으로 화면을 구성하기 시작한 것은 2004년경이다. 사과는 단지 소재일 뿐이었다. 변형 캔버스를 통해서 ‘그림의 공간을 확장시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었기 때문에 무엇을 그리든지 소재는 중요하지 않았다. 2007년 나온 '가을향기'는 의미있다. 농부의 땀을 훔쳤던 흰 수건도 걸쳐놨다. 이건 화면의 숨구멍 역할이다. 이 시기에는 사과 자체의 묘사보다, 사과 상자가 지닌 공간감으로 ‘열린 조형성’을 연출하는데 더 집중했다. 사과는 전체적인 균형과 긴장감을 조율하는 요소였다. 초창기 사과 그림에선 간혹 반쪽으로 쪼개졌거나, 한 입 크게 베어 문 사과들이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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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사과작가' 윤병락의 개인전 '윤병락 : 아카이브' 전시가 열린 3일 서울 강남구 호리아트스페이스에 환경적 이슈를 그린 작품 'National Geographic'(2010)이 잡지 모양의 '변형 캔버스'에 그려져 전시되어 있다. 환경에 대한 고민이 투영된 작품이다. 작품 속 돼지는 내셔널지오그라픽에 실린 복제돼지 기사이다. 전시는 오는 6월 18일까지. 2022.05.03. pak7130@newsis.com


◆사과가 커졌다. 전하는 메시지는?
2010년 전후 사회적으로 환경적 이슈가 크게 부각되었던 시기에 그렸던 사과에는 그러한 고민이 투영됐다. 환경문제의 화두를 상징하는 키워드가 됐다. 기온 상승에 따라 사과의 재배지가 점차 이동하다보면 결국 우리나라에서 사과를 만날 수 없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해서 내셔널지오그래픽 매거진에 소개된 북극곰이나 돼지를 등장시키거나, 그 위에 사과를 올려놓았다. 이런 작품은 2006년부터 그렸다. 동시대적 사회적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언젠가는 새로운 사과시리즈를 건축물과의 콜라보 또는 컴퓨터 그래픽을 통한 거대하고 독창적인 공간 속 작품설치를 꿈꾸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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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윤병락 작가.


◆사과 컬렉터, 미술애호가들에 하고 싶은 말은?
내게 사과는 유년시절 기쁨을 동반하는 고향의 향수가 어린 과실이다. 감상자 개인마다 추억과 기억은 다르겠지만, 행복을 소환하는 매개체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햇빛, 비, 바람 등 자연의 수혜 속에 결실을 맺은 사과는 수확의 기쁨이자 풍요로움의 상징이다. 온 우주의 에너지가 사과 한 알에 응축되어 있으며 우리는 사과를 통해 그 에너지를 느낄 수 있고, 또한 인간 존립에 필수적인 자연에 대해 감사함을 잊지 않게 된다. 햇살을 듬뿍 받는 작품 속 사과를 보며 긍정적인 행복의 에너지가 전해지길 기대한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작가,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사과 작가로 기억되고 싶어요. 역사적으로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과들이 있습니다. 아담과 하와의 선악과, 트로이 전쟁으로 점화된 그리스신화 속 황금사과, 중력을 발견한 뉴턴의 사과, 그리고 세잔의 사과가 대표적입니다. 세잔은 고전적 원근법의 규칙에 얽매이지 않고 독자적인 다시점으로 입체주의 화가들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지요. 나 또한 나만의 시각과 조형 어법으로 완성된 사과 작품으로 훗날 ‘윤병락의 사과’로 회자되는 꿈을 꿉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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