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가인 "할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데뷔 10주년은 아기"
정규 3집 '연가' 활동…28·29일 서울서 전국투어 포문올해 겨울에 발라드곡 내보고 싶어
원래 트로트보다 옛날 노래를 더 불렀다. 광주예고를 졸업하고 중앙대 음악극과를 졸업한 그녀는 판소리를 전공했다. 국립창극단 단원들로 스타 소리꾼인 김준수, 유태평양과도 잘 아는 사이다. 어머니 송순단 명인(국가무형문화재 제72호 진도씻김굿 전수교육조교)의 권유로 2010년 '전국노래자랑'에 참가, 연말 결선에서 우수상을 받은 뒤 2012년 트로트 가수로 데뷔했다. 2019년 TV조선 '미스 트롯' 시즌1을 통해 스타덤에 오른 그녀는 최근 몇년 동안 분 트로트 열풍의 주역 중 하나다. 고(故) 백영호(1920~2003) 선생의 미발표곡 '비 내리는 금강산'을 내세운 정규 3집 '연가(戀歌)'도 인기고 오는 28~29일 서울 잠실 학생체육관에서 전국 투어의 포문을 여는 '연가' 역시 매진됐다. 이처럼 대중적인 인기 가운데도 개정 초·중·고교 교육 과정에서 국악이 축소될 우려가 있다는 국악계의 지적에 힘을 보태는 등 우리 전통음악에 대한 애정을 여전히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지난 13일 논현동 소속사 포켓돌 스튜디오에서 만난 송가인은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비 내리는 금강산' 뮤직비디오가 공개 직전 삭제돼 재촬영을 했습니다. "청천벽력이었어요. 그런 일은 없다고 하더라고요. '얼마나 '대박'이 나려고 이런 일이 있나' 긍정적으로 생각했어요. 팬분들이 기다리시니까 재촬영을 했죠. 팬분들이 다시 찍어줘서 고맙다고 하셨는데, 저도 감사했습니다." -이번 3집에 정통 트로트를 내세우셨습니다. "정통 트로트는 제 장점이에요. 국악을 했고, 판소리를 전공했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죠. 오디션('미스 트롯') 첫 무대에서도 '한 많은 대동강'을 불렀죠. 특히 이번 '비 내리는 금강산'은 제가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 (살아계신) 실향민분들이 (이산 가족을 겪은) 마지막 세대잖아요.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부르고 싶었습니다."
"음악도 시대에 맞게끔 변화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전통의 뿌리는 잊지 않아야 하죠. 그 가운데 어떤 시도든 다 좋다고 생각합니다. 따라부를 수 있을 때 발전한다고 생각하거든요. 퓨전 국악도 많은 (국악) 전공자들이 하고 있고요. 그런 노력으로 K팝도 해외 진출을 하고 있고요." -올해 초에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기리는 헌정곡 '시간이 머문자리' 음원을 발매하셨어요. "제에게 곡을 주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해요. 제 목소리가 조금 더 한(恨)스럽고 애환성이 담겼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맡기시지 않으셨을까 해요. 다른 건 생각하지 않고 피해자 할머니분들만 생각했어요. 제가 후세대로서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했죠. 그랬더니, 노래를 불러드리는 것밖에 보답이 없을 거 같더라고요. 대학교 때 위안부에 대해 리포트를 쓴 적이 있는데 모니터를 보면서 너무 화가 났어요." -한의 원동력은 무엇인가요? "판소리를 15년 넘게 정통으로 배웠어요. 그래서 좀 더 특별함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국악의 기초를 가지고 와서 이 자리에 있을 수 있었고, 그것이 많은 어르신들이 좋아해주신 이유이기도 하죠." -문화의 고장 진도 출신이세요. "아무래도 그 영향도 있죠. 그곳은 개(犬)도 문화재(진돗개)예요. 학교 특별활동 시간에 (인간)문화재 선생님이 오셔서 수업을 하시죠. 그렇게 무엇인가를 배워서 상도 타고, 자연스럽게 전통을 접하면서 애기 때부터 살아왔죠. 국악을 하려면 진도로 보내야 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을 정도입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진한 한이라는 것이 장착이 된 거 같아요. 저희 어머니도 문화재 굿을 하시는 무녀이시기도 하고요. 제가 밝은 노래를 부르고 있어도 울고 계시는 분들이 많아요. 제가 부르면 슬프다고 하시죠. 진도에서는 울 때도 곡조를 넣어서 우세요. 그런 것을 보면서 저 역시 한스러움이 표현되지 않았나 해요."
"아무래도 국악을 15년 넘게 해왔으니까요. 오빠(아쟁·타악 연주자 조성재)도 공연을 하고 있고, 엄마도 그렇고. 영향력 있는 사람이 나서서 할말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앞장서 한 부분도 있고. 틀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할말은 하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시대에 어린 친구들도 자기 할말은 하잖아요. 또 전공자로서 말을 안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우리 국악을 우리나라에서 하지 않으면 어디서 하겠어요. 저 같은 경우는 어렸을 때부터 듣고 보고 자라 국악을 했고 그렇게 전공을 했고 그래서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일(국악 교육 축소)이 벌어지는 자체가 말이 안 됩니다." -친오빠 조성재 씨가 속한 전통음악 창작단체 '바라지'의 최근 국립극장 공연에도 함께 하셨습니다. "관객들분도 진짜 좋아하세요. 1석2조 같은 느낌이 있는 게 팬분들 중에서 트로트만 아시고 국악을 모르셨던 분들도 공연을 보시고 이렇게 국악이 좋고 매력 있고 재밌다는 걸 알게 됐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 또한 뿌듯했고 감사했죠." -정말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인기는 한 때라고 생각해요. 찾아주실 때가 감사한 거죠. 코로나19 시국에 무대가 없는 분들도 많은데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어요. 제게 주어진 일이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다시 무명 때로 돌아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코로나19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비대면 공연을 하면서 혼자 감정을 감당하기 힘들더라고요. 두렵기도 하고 공포심도 생기고요. 팬분들을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어요. 아직 실내에서 마스크를 쓰는 게 아쉬운데 관객분들의 표정을 보고 싶어서 투명 마스크를 써주시면 감사할 거 같아요. 하하. 제 공연은 특별해요. 어르신 분들이 많아 방석을 준비하죠. 콘서트 굿즈도 특별합니다. 돋보기, 유기수저 세트 등이죠. 70대에도 (스마트폰 음원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스밍(스트리밍)하시고 아이돌 투표에도 저를 위해 참여하시는 '어게인'(송가인 팬클럽) 분들도 많으세요. 저희 부모님께서도 해주시는 못하시는 것을 해주신다는 것에 감동을 받아요. 그동안 부모 세대 분들이 자식들 뒷바라지 하시느라 취미 생활이 없었구나는 생각도 들고요. 그래서 더 열정적이신 거 같아요. 저희 팬카페에서 스밍 교육도 해요. 콘서트를 할 땐 스밍 교육을 할 수 있는 부스도 따로 마련하죠 팬카페에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죠." -'SNL 코리아2'에도 출연하신다고 예고가 됐습니다.
-벌써 가수 데뷔 10주년을 맞이하셨습니다. "사실 체감이 안 돼요. 아무래도 선생님, 선배님들 생각하면 (제 경력은) 아기죠. 10년 가지고는 어디 가서 말도 못 꺼내요. 50주년 될 때까지 열심히 해서 '국민가수'라는 타이틀 위를 걷고 싶어요. 팬분들이 축하해주시는데 이제 잘 된 지 3년이 돼 사실 체감은 안 됩니다." -트로트가 계속 인기를 얻을 것으로 보세요? "(트로트 인기 유지에 대한) 부담감도 있고 책임감도 있어요. 어깨가 무거운 건 사실입니다. 후배들에게 모범이 돼야 하고 진심을 전하는 가수가 돼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제가 하는 것을 보고 국악 하는 친구들이 (트로트 쪽으로) 많이 넘어와 국악 쪽에서는 안 좋아하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아이돌이 한창 붐일 때도 다 아이돌을 한다고 했잖아요. 하나의 현상이자 붐이라고 생각해요. 언제까지 갈 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붐이 됐을 때 가수들이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때 방송에서 지나치게 트로트 관련 프로그램을 방송하다 보니까 역효가를 본 게 아닌가도 싶어요. 채널만 돌리면 트로트 방송을 했었으니까요. 그런 부분이 염려스럽긴 했어요. 많은 분들이 트로트에 관심을 가져주셔서 감사한데 다시 싫어하시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누구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고, 피해는 고스란히 트로트 가수들에게 가니까요. 그런데 시기가 지나니 자연스럽게 변화하더라고요. 시기와 흐름이 중요한 거 같아요." -올해 안에 준비 중인 다른 프로젝트가 있나요? "사실 발라드 음악을 내보고 싶어요. 또 다른 장르의 침범이기도 하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발라드 쪽으로 곡도 써보고 싶고 가사도 써보고 싶어요. 제가 하면 또 다른 느낌이 나지 않을까 합니다. 트로트 가수가 다양한 장르를 잘 할 수 있다는 것도 보여드리고 싶고요. 겨울 때쯤 돼서 발라드 좋은 곡을 받아서 내보고 싶습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