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 나비효과①]맑은 하늘에 날벼락…내년에는 전기차 더 어려워진다
美의 '中 견제' 차원 정책에 車 업계 '비상'현지 공장 가동 전까지 보조금 혜택 제외지난달 판매 실적 감소세 등 우려 현실화광물 비중 등 조건도 더 까다로워질 예정
[세종=뉴시스] 고은결 기자 = "미국 현지 공장 가동까지 2~3년 걸리고 손익분기점(BEP) 도달까지는 더 걸리는데, 그 기간에 전기차 판매가 중단되면 브랜드 인지도 하락과 딜러망(판매망)이 약화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10월 4일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 증인 출석 당시 발언) 우리 전기차 업계가 미국발(發) 전기차 쇼크에 그야말로 비상이 걸렸다. 최근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이 발효되며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 지역에서 최종 조립되지 않은 전기차는 최대 7500달러의 세액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지난 8월 16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IRA는 미국이 자국 중심의 공급망을 강화하는 한편, 중국의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을 견제한 입법조치로 분석된다. 북미 내 최종 조립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 배터리 핵심 광물이 중국산일 경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는 점에서다. 이런 가운데 IRA 등을 통한 미국의 탈(脫) 중국 압박이 거세지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맹과 우방국까지 피해를 면치 못하게 됐다. IRA가 서명 즉시 발효됨에 따라, 국내에서 생산해 미국에 수출 중인 현대차 아이오닉5와 기아 EV6 등은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갖추지 못해 세제공제 대상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북미에 공장을 돌리기 전까지 테슬라 등 경쟁사에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완전히 밀리게 된 것이다. 현대차·기아는 올해 들어 북미 시장 점유율이 2위 수준까지 올라섰는데, IRA 유탄에 점유율 하락은 물론 브랜드 가치 타격까지 고민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정부와 업계의 우려는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미국 판매법인이 집계한 지난달 판매 실적에 따르면, 현대 아이오닉5는 1306대가 팔리며 전달 1616대보다 13.9% 감소했다. 기아의 전기차 EV6도 지난 8월 미국에서 1440대가 팔려 전달 1840대보다 21.7% 감소했다. 지난 7월 판매량인 1716대에 비해서는 16.1% 줄어든 규모다. 물론 9월 판매량을 IRA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 유무를 따지기에는 부족할 수 있지만 피해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우리나라는 IRA로 가장 피해를 보는 국가가 됐고, 8월이 지나며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단 현대차는 조지아주에 전기차 공장 건설을 2024년 10월 연간 30만 대 규모로 조기 완공하고 2025년 증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완공을 앞당긴다고 해도, 법 개정 등 해결 방안 없이는 약 2년의 시간 동안 역차별을 견뎌야 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IRA가 본격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조건이 더 까다로워진다. 니켈·코발트·리튬 등 광물을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국가에서 일정 비율 이상 조달해야 한다. 이런 배터리 광물 조달 비중은 2023년에는 40%, 2027년에는 80%로 높여야 한다. 또한 배터리 부품의 북미산 비율은 2023년 50%, 2029년 100%로 상향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같은 배터리 관련 규정은 국내는 물론 미국 등 나라의 기업도 충족시키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이 최근 발간한 'IRA의 국내 산업 영향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연료인 흑연은 중국에서 생산하는 물량이 82%에 달한다. 천연 흑연 정제는 거의 전량이 중국에서 이뤄지고 있다. 리튬도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인도네시아가 주로 정제하고 있다. 이에 보고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의 미국 공장 완공 시기를 앞당기는 것뿐만 아니라, 단기간에 변화가 어려운 배터리 광물 공급망을 정부 주도로 조속히 확보하는 것도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금융, 세제, 정보제공 등 배터리 원료·소재·부품 공급망 다변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이 더욱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