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기획-리얼 메타버스①]미래 플랫폼 패권 경쟁 시작…'게임' 넘어 현실로
삼성-메타 '메타버스 동맹' 가능성…구글·애플 플랫폼 시대에 도전PC·모바일 이어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 위한 기술 개발 및 투자VR헤드셋·AR글라스 등 실감미디어 기기 발전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규모 2025년 341~555조원 전망메타버스 산업 초기 성장 단계…메타버스 정의 및 게임과의 구분 모호네이버·SKT, 아바타 기반 메타버스…롯데·컴투스, '미러 월드' 구현멀리서 촉각 느낄 수 있는 꿈의 기술도 눈앞
"고객이 언제 어디서든지 메타버스 경험을 할 수 있게 최적화된 메타버스 디바이스와 솔루션을 개발하겠다." -2022년 3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최근 메타버스 산업 투자에 강한 의지를 보였던 메타와 삼성전자의 협력 가능성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커버그 CEO와 한종희 부회장이 지난달 삼성 개발자 콘퍼런스(SDC)가 열린 미국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져서다. "구체적인 논의 내용은 확인해줄 수 없다"는 것이 삼성 측의 공식 입장이지만, 두 회사가 신사업으로 추진하는 분야가 '메타버스'로 귀결되는데다, 시기도 공교롭게 겹친다. 최근 메타는 차세대 VR(가상현실)헤드셋 '메타 퀘스트 프로'를 공개했고, 삼성전자는 SDC 행사 등에서 메타버스 플랫폼과 각종 기기 간 '연결성'을 강조했다. 삼성전자와 메타의 이런 행보에서 차세대 플랫폼을 선점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두 회사는 각각 스마트폰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분야에서 글로벌 초일류 기업이 됐지만, 구글 안드로이드와 애플 iOS의 벽을 넘지 못했다. 삼성은 갤럭시스토어를 내놨지만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페이스북은 애플과 인앱결제 수수료 문제로 부딪혀왔다. 이에 반해 모바일 플랫폼을 장악한 구글과 애플 입장에선 급할 게 없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는 최근 한 현지 언론과 인터뷰에서 "일반인들이 메타버스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구글의 전 CEO 에릭 슈밋도 메타버스 개념의 혼란에 대해 언급한 뒤 "메타버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합의된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바야흐로 미래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새로운 패권 경쟁을 앞두고 눈치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VR/AR기기로 메타버스 대중화…미·중, 메타버스 플랫폼 선점 경쟁 이미 우리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애플 앱스토어처럼 특정 플랫폼에 한 번 종속되면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이에 국내외 IT 기업들은 PC와 모바일에 이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해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혼합현실(MR), 확장현실(XR), 디지털트윈 등 메타버스 기반 기술 개발 및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이전부터 메타버스 산업에 관심을 보였다. 지난 2014년 메타와 손잡고 출시한 VR헤드셋 '기어 VR'이 대중화에 실패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 및 투자를 진행했다. 2020년 4월 실리콘밸리의 AR 기반 홀로그램 디스플레이 업체 '디지렌즈(DIGILENS)'에 추가 투자를 단행했고, 작년엔 섬성전자가 개발 중인 것으로 추정되는 AR 글라스 영상이 유출됐다. 나아가 삼성전자는 최근 정부가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해 결성한 '메타버스 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삼성전자는 '기어VR', '오디세이 플러스(Odyssey+)' 등 VR헤드셋을 개발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에 앞장서겠다는 계획이다. 해당 얼라이언스에는 현대차, SK텔레콤, 우리금융 등 200여개 기업이 참여 중이다. 중국 기업들의 공세도 거세다. 중국의 VR헤드셋 제조사 '피코(PICO)'와 AR글라스 제조사 '엔리얼(Nreal)'이 가성비를 앞세운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며 글로벌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신제품 '피코 4'와 '엔리얼 에어' 모두 40만원 후반대로, 메타가 최근 선보인 고급형 모델 '메타 퀘스트 프로'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구글과 애플은 AR글라스를 준비 중이다. 구글은 지난 5월 '구글I/O 2022' 행사를 통해 실제 안경과 매우 유사한 디자인으로 실시간 번역기능을 제공하는 AR글라스를 공개했다. 애플은 2024년 출시를 목표로 AR글라스를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우운택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그동안의 기술 흐름을 보면 대략 10년 주기로 바뀐다. 개인 컴퓨터에서 모바일로 바뀐 것처럼 앞으로는 '안경용 디스플레이'가 각광받을 것이다. 메타,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 기업들이 굉장히 많이 투자를 하고 있는 중"이라며 "새로운 폼팩터가 등장할 시기가 됐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재질이 단단한지, 거친지, 부드러운지 느낄 수 있는 차세대 텔레햅틱 기술을 개발했다. 이는 가상·증강현실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로, 향후 메타버스 산업 발전의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메타버스 산업 성장 과도기…메타버스 정의 및 게임과의 구분 모호 글로벌 시장 조사업체들도 앞다퉈 메타버스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점친다. 딜로이트는 가상자산, AR·VR·MR, 네트워크, 컴퓨팅 인프라를 포괄하는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이 2021년 1220억 달러(173조 원) 규모에서 2025년 2448억~3928억 달러(341조~555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전망했다.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도 메타버스 시장이 2025년 매출 기준 2800억 달러(약 399조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에 삼성전자뿐만 아니라 SK, LG, 롯데, 네이버, 카카오 등 국내 대표 기업들도 메타버스 관련 산업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정부도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한 첫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오는 2026년까지 글로벌 메타버스 시장 점유율을 5위까지 높이겠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다만 아직은 산업 초기 성장 단계다. 페이스북이 메타버스 기업을 꿈꾸며 메타로 사명을 변경한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메타버스의 정의도 명확하지 않다. 2006년에 나온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의 경우 이제와서 메타버스로 규정하기 애매하다는 반론도 나온다. "이미 존재했던 플랫폼 아니냐"는 반응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기존 게임물과의 경계도 모호하다. 업계에선 '메타버스 콘텐츠는 기존 게임과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게임물 등급분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과 '메타버스 플랫폼에는 게임 뿐만 아니라, 체험, 교육 등 다양한 목적의 콘텐츠가 있기 때문에 일반 게임과는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 충돌한다. 이에 정부가 연내 메타버스를 게임과 분리하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발표하겠다고 예고하면서 메타버스 산업 진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월 출범한 국가데이터정책위원회는 메타버스 산업 발전을 위해 용어 정의, 자율규제 등을 포함한 메타버스 특별법(과학기술정보통신부), 메타버스 콘텐츠 진흥 법안(문화체육관광부) 제정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런 과도기적 상황에서 네이버, SK텔레콤은 기존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아바타 기반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확장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아바타 기반의 커뮤니티 서비스가 특히 10~20대 젊은 이용자들에게 친숙하다는 점에서 초기 메타버스 경험을 확장하는데 적합하기 때문이다. 네이버제트가 서비스하는 제페토는 전 세계 누적 이용자 3억2000만명을 보유하고 있다. 제페토 이용자의 70%가 청소년이다. SK텔레콤이 선보인 이프랜드는 가상현실 속에서 공연이나 전시를 개최하는 것은 물론, 소통과 모임에 특화된 서비스로 20대층을 공략하고 있다. 롯데그룹과 컴투스그룹은 실제 세계의 모습과 정보, 구조 등을 그대로 가져와 현실 세계와 가장 가깝게 재현하되, 추가로 정보를 더한 '미러 월드' 구현에 나서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