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월례비]④"적발시 면허정지" 정부 무관용…건설현장 '무법지대' 해소될까
정부, 채용·금품 강요 등 노조 불법행위 즉시 처벌불법 하도급 노조 불법 행위 빌미…원청 책임 필요불법 행위 근절 위해 건설현장 투명성 확보 최우선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내달부터 건설현장의 불법적인 관행인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요구하는 기사에게 즉각 면허를 정지하는 등 처벌을 강화한다. 특히 법 개정을 통해 타워크레인 월례비를 강요하는 기사에게 면허 취소까지 가능하도록 처벌 수위를 높일 방침이다. 또 레미콘 믹서트럭에 대해 올해 상반기 중 건설기계 면허 수급조절위원회를 열고 총량을 조절하기로 했다. 정부가 건설현장의 갈취·폭력 등 노조의 불법 행위를 뿌리 뽑고, 노조의 영향력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들이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법무부·고용노동부·경찰청 등 관계부처가 함께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대책'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월례비를 받은 크레인 기사는 438명, 이들이 받은 총 월례비는 243억원 규모인 것으로 집계됐다. 크레인 기사 상위 20%(88명)의 연평균 수령 월례비는 9500만원에 달했다. 가장 많이 받은 기사는 연간 총 2억2000만원(월평균 1700만원)의 월례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건설 노조는 건설현장 장악을 넘어 건설기계로까지 마수를 뻗쳤다.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 대상인 레미콘 믹서트럭과 덤프트럭, 펌프카, 소형 타워크레인 등을 노조 소속 장비를 쓰도록 횡포를 부리고, 이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기면 차주를 노조에 가입시키는 방법으로 세를 불렸다. 한국레미콘공업협회에 따르면 2007년부터 시행 중인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로 인해 믹서트럭과 덤프트럭은 12년째 신규 등록이 사실상 막히면서 레미콘산업이 약 21% 성장했지만, 공장당 믹서트럭 계약 차량은 오히려 15.7% 줄었다. 지난 2021년 기준 레미콘 출하량은 1억5451만1582㎡로, 이를 운반할 믹서트럭은 2만9263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실제 운항한 믹서트럭은 2만5077대로 약 4180여대가 부족한 상황이었다. 건설기계 임대시장 안정화를 위해 도입된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공급 카르텔'로 변질했고, 이 중 레미콘 믹서트럭의 수급불균형이 심화하면서 노조의 먹잇감으로 전락했다는 레미콘업계의 전언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건설기계 수급조절 제도가 믹서트럭 사업자의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며 "신규 진입이 사실상 막혀 있다 보니 노조의 카르텔을 형성해 기득권 유지와 각종 횡포의 수단으로 변질됐다"고 전했다. 건설업계도 레미콘 믹서트럭 증차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레미콘 믹서트럭이 노조에 볼모로 잡힌 이후에는 노조 간부들이 현장에 찾아와 노골적으로 금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시장 수요에 맞는 신규 진입이 가능하도록 길을 터주는 게 노조의 영향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지난 2021년 수급조절위원회를 앞두고 산업계에서 레미콘 믹서트럭을 수급 조절 대상에서 제외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지만, 국토부는 2023년까지 연장을 의결했다. 현재 수급조절에 묶인 전국의 믹서트럭은 전국에 약 2만6000여대로, 업계에선 수급불균형 해소를 위해 최소 3만여대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 칼을 빼 들었다. 채용 강요나 협박 등을 통해 노조 전임비를 받거나 월례비를 갈취하는 경우 형법을 적용해 즉시 처벌하고, 기계 장비로 건설 현장을 점거하면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위법한 쟁의 행위에 나서면 노동조합법을 각각 적용해 처벌할 방침이다. 건설현장의 노조가 몸집이 비대해지면서 사실상 '무법지대'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무관용 원칙'에 따라 내놓은 강경 조치다. 건설 현장의 불법·부당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도 강화한다. 불법 행위를 한 단체나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사업자 등록 취소나 개인 면허를 정지한다. 또 불법 행위 신고 활성화를 위해 최초 신고자에겐 신고 포상금 등의 보상을 제공한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현 정부의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인 노동개혁 실현을 위해 건설현장의 정상화가 필요하다"며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현장의 불법행위를 뿌리 뽑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건설현장 불법·부당행위 근절을 위해서는 원청사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법 다단계 하도급으로 인해 비정상적인 임금구조가 생기고, 현장의 각종 불법 행위가 발생하면서 노조가 횡포를 불리는 빌미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건설현장에는 원청 건설사와 실제 작업을 수행하는 하청 건설업체로만 구성되고, 숙련된 현장 노동자들이 건설업체와 직고용 계약을 맺고 적정한 임금을 받는 구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지난 19일 주요 건설사들 대표들과 간담회에서 "하도급사에 공기 준수를 강요하며 건설노조의 부당한 요구 수용을 종용하는 행위를 지양해 달라"며 "타워크레인은 원도급사가 직접 계약하는 장비로 원도급사가 관리책임 주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의 각종 불법 행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투명성 확보가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의 이번 대책의 핵심은 신속한 제재와 처벌 강화과 불법 행위에 대한 강력한 근절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며 "건설현장과 사업진행과정의 투명성이 높아지는 만큼 불법행위가 원천적으로 근절될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위워는 "이번 대책을 통해서 소비자에게 건설공사의 품질을 담보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건설공사에 필요한 사항이라면 처음부터 공사비를 산정할 때 적절히 반영하는 등 건설 현장과 사업 진행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불법 행위를 원천적으로 근절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