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워크레인 월례비]③건설사들 "이참에 정리해야"…"피해 떠안아야" 보복 우려도
"이참에 정리 되면 좋은데 집단 저항 걱정…피해 줄여야"건설업계 노사 관계 악화 우려도…"노조와 갈등 불가피""타워크레인 노동 강도에 비하면 부당한 것 아냐" 의견도
"정부가 월례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데는 찬성하지만 대책 없이 강압적으로 처벌만 했을 경우 고스란히 피해는 현장이 떠안을 수 있다.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업무태만 등에 대비할 방안도 강구했으면 한다."(B 건설사 현장 관리소장) 정부가 건설현장 내 만연한 노조의 불법행위를 뿌리뽑기 위해 '초강수'를 띄운 것을 두고 건설업계에서는 일제히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다만 향후 노조의 거센 반발과 집단적인 보복 행위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는 모습이다. 26일 정부와 건설업계에 따르면 다음 달부터 건설현장에서 부당금품을 수수한 타워크레인 기사에게는 면허정지 처분이 내려진다. 정부는 '국가기술자격법' 상 성실·품위유지 의무 규정을 적용, 이를 어겨 월례비를 받는 등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면 해당 조종사에 대한 면허 정지 처분에 착수할 계획이다.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 행위에 대해 전면전을 선포한 것을 건설 현장에서 불법 행위가 만연해 있어 국민 실생활에서 피해를 주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월례비란 건설 하도급 업체들이 타워크레인 등 건설기계 기사들에게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비공식적인 수당 성격의 돈이다. 일부 노조원들이 업체에 관행적으로 월례비를 요구했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태업을 하거나 공사를 방해하는 등의 행태가 반복돼 왔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건설사들은 월례비가 반드시 지급해야 하는 수당이 아니지만 지급을 거부하면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태업 등으로 공사 일정에 차질이 생겨 어쩔 수 없이 지급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건설현장에서 자재를 전날 저녁이나 이른 아침에 미리 올려야 할 때 타워크레인 기사에게 추가 근무비를 주는 게 관례였는데 그게 어느 순간 바뀌어서 타워크레인 기사들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돈을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며 "월례비를 안 내거나 적게 내면 준법 근무를 이유로 천천히 올리거나 안전고리 체결 확인을 기다리는 등의 갖가지 방법으로 괴롭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주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노조는 비노조원이 일할 수 없게 막고, 노조원에게 순번에 따라 일감을 나누는 형태로 장악력을 높인다"며 "기사들 입장에서 일할 현장이 많고 타워크레인 기사가 부족하면 순번을 기다렸다가 일감을 받으면 되지만 일이 없으면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순번에 집착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월례비가 대부분 노조 수뇌부로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초강수 대책이 타워크레인 노조의 불법행위를 막고, 이로 인한 건설현장 리스크를 일부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의욕적으로 나서서 노조 불법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강화하고 계약 과정을 투명하게 만들겠다는 것에 대해 건설사 입장에서 크게 환영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번 대책을 통해서 먼저 건설현장의 투명성 확보를 기대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소비자에게 건축물 품질까지 보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건설업계에서는 정부의 초강수에 대한 건설노조의 반발과 향후 보복 행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타워크레인 노조원의 단체 태업 등 저항이 불가피한 만큼 이에 따른 공사 차질도 걱정하는 분위기다. 다른 대형 건설사의 관계자는 "원희룡 장관이 주도하는 건설노조 불법 행위 뿌리뽑기는 환영할 일이지만 향후 추진 과정에서 생길 노조와의 갈등이 불가피하고 원 장관이 장관직에서 물러난 다음에는 더 큰 후유증이 생길 수 있어 우려스러운 측면이 있다"며 "노사 관계만 악화되는 것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정부가 타워크레인 노조의 순번제 등 명백한 불법행위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면서도 "다만 강압적으로 처벌만 했을 경우 고스란히 피해는 현장이 떠안을 수 있어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업무태만 등 대책도 함께 강구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건설사가 수고비 명목으로 지급하는 월례비 자체는 문제가 없다는 반응도 나온다. 중견 건설업체의 한 관계자는 "타워크레인 기사들이 하는 일의 강도에 비해 월례비가 부당한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월례비가 다른 데로 가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건설노조는 전날 성명을 통해 "월례비는 타워크레인 노동자의 일방적 강요로 지급받는 것이 아니며, 건설회사가 안전하지 않고 무리한 작업을 강요하는 과정에서 관행적으로 발생한 것이라는 점을 밝힌 바 있다"며 "정부는 월례비 발생과 관련해 건설사의 책임은 언급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편 국토부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 번이라도 월례비를 받은 노조원은 438명이었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88명은 평균 9500만원을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챙긴 조 모 씨는 2021년 8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모두 2억1700만원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