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R 완화해도 매물 늘어...주택가격 하방 압력 여전할 듯"[하반기 역전세 비상]③
추경호 "보증금 반환용 DSR 완화 늦어도 7월 중 시행"한국은행,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 102만6000가구 진단전문가 "고금리 담보대출 가계에 부담…매물 늘어날 듯"
[서울=뉴시스] 고가혜 기자 =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장기화 조짐을 보이자 정부가 전세 보증금 반환 목적에 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에도 여전히 주택시장에 하방 압력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들이 나오고 있다. 12일 정부에 따르면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8일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전세금 반환 목적에 한해 DSR 규제의 완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7월 중에는 시행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발언했다. 이는 역전세와 대출규제로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워진 집주인들이 전세금 반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데 따른 정부의 조치다. 추 부총리는 "역전세 문제는 2020년 '임대차 3법' 입법을 강행 처리한 효과"라며 "2년 전 폭등한 전셋값의 갱신 시기가 돌아오니 전셋값이 낮아진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한국은행은 같은날 국회에 제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주택시장은 정부 규제 완화에 힘입어 매매 및 전셋값 하락세가 둔화하고 있으나, 높은 금리 수준과 전세시장 불안 등을 고려하면 당분간 하방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전셋값은 2년 전과 비교해 상당폭의 하락 수준을 보이고 있어 역전세난 우려가 높다고 진단했다. 한은에 따르면 잔존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지난해 1월 2.8%(5만6000가구)에서 지난 4월 8.3%(16만3000가구)로 크게 증가했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은 같은 기간 25.9%(51만7000가구)에서 52.4%(102만6000가구)로 늘었다. 전문가들 역시 이번 역전세난이 장기화되면서 갭투자로 집을 산 집주인들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갭투자는 세입자로부터 2년짜리 단기 대출금을 끌어쓰는 것과 같다"며 "물론 갭투자도 평상시라면 새로운 사적 대출자(전세 세입자)를 구해 빚 돌려막기가 가능하겠지만 지금과 같은 자금 경색기에는 갭투자자가 코너로 몰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정부가 DSR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았음에도 매물 증가세가 계속되면서 주택 시장에는 여전히 하방 압력이 작용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김승준 하나증권 리서치센터 애널리스트는 "역전세 문제는 스무스하게 넘어갈 수 있는 이슈가 아니다. 전셋값이 상승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닌 한, 1년간 이어질 수 있는 문제"라며 "하지만 전셋값이 상승하기 어려운 환경으로, 하반기 아파트 입주물량이 증가하는 시기에 대출금리도 재차 소폭 오르고 있는 분위기"라고 짚었다. 이어 "한은이 발표한 역전세 위험가구 102만6000가구에 역전세 보증금 격차 평균 7000만원을 곱하면 전국에서 나타날 수 있는 역전세 금액은 약 72조원"이라며 "전국 주택담보대출이 750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는 매우 큰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발생할 수 있는 역전세 유동성 리스크를 방지하고자 정부가 전세금을 반환하는 목적에 대해서 DSR 규제를 완화하는 정책을 7월 중에 시행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지만 고금리에서의 담보대출은 가계에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매각을 위한 매물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 주택 가격 하방 압력이 존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박 위원은 "지금 부동산 시장은 호재와 악재가 뒤섞여 혼조세다. 3월 이후 거래량이 다소 늘어나고, 낙폭이 심했던 지역에서 특례보금자리대출의 수혜를 받는 중소형 급매물을 중심으로 거래가 일부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이는 시장에 온기가 도는 게 아니라 거래절벽에 다소 숨통이 트이는 양상일 것이다. 매수심리가 여전히 바닥권이어서 거래가 이뤄진다고 해도 상승 반전되기는 어렵다. 시장을 압박하는 역전세난이 지속되는 한 바닥을 찍기보다는 바닥을 다지는 매물 소화과정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