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와인 열기…홈술 줄고, 위스키에 치이고 [격동의 와인시장①]
와인 수입사, 작년 영업익 감소세…순위 변동도신세계L&B 선두 올라서..금양인터, 재탈환 노려
국내 주요 와인 수입사들은 실적 하락에 위스키·맥주 사업을 강화하거나 외식사업에 진출하는 등 신사업을 모색하며 돌파구를 마련하는 분위기다. 17일 관세청 수출입무역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5억8128만 달러로 전년(5억5981만 달러) 대비 3.8% 증가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다. 반면 와인 수입량은 7만1020t으로 전년(7만6575t) 보다 7.3%나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만큼 국내 주류 시장에서 와인 소비가 줄어 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와인 수입사의 성장세도 둔화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빅 4' 와인 수입사인 신세계L&B, 금양인터내셔날, 아영FBC, 나라셀라 등의 매출은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크게 줄었다.
매출 2위였던 신세계L&B는 2017년 업계 1위 였던 금양인터내셔날을 제낀 후 6년간 내리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신세계L&B가 왕좌를 차지한 것은 2016년 '김영란법'으로 주류 수입업계 전반이 타격을 입자 재빠르게 백화점·대형마트 등을 활용한 유통 네트워크를 강화한 영향이다. '업계 2위' 금양인터내셔날은 지난해 매출액이 1414억원으로 전년 대비 5% 늘었다. 반면 영업이익은 29.9% 감소한 186억원을 기록했다. 아영FBC와 나라셀라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아영FBC는 매출액이 1241억원으로 22.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25.7% 감소한 82억원을 기록다. 나라셀라도 매출액이 1071억원으로 21.2%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6.6% 줄어든 11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와인 수입사의 실적이 부진 했던 것은 고환율, 고금리, 물류비 상승 등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데다 포도 작황 부진으로 현지 와인 제조사에 대한 납품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MZ세대(1980년대초∼2000년대초 출생)들이 위스키·하이볼 등으로 수요를 옮겨 가면서 위스키 시장은 성장하고 있는 반면 와인 인기가 시들고 있는 추세인 점도 영향을 미쳤다.
국내 와인 시장이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업체 간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들은 다양한 주종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거나 신사업을 발굴하는 등 사업 다각화를 통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L&B는 현재 국내에서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 와인 포트폴리오 강화에 나서고 있다. 아울러 위스키 시장 공략을 강화하기 위해 제주도산 위스키 출시를 준비중이다. 이를 위해 특허청에 제주위스키, 탐라위스키 등 상표를 등록했다. 또 일본 하이볼 제품인 '나나 하이볼'도 신규로 선보일 예정이며, 사케 상품 운영도 검토중이다. '1865 와인'으로 잘 알려진 금양인터내셔널도 와인과 위스키 포트폴리오를 강화해 다시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마르께스 데 까사콘차 샤르도네 등 칠레 와인 뿐 아니라 시장 상황에 맞춰 포트폴리오를 수시로 진행해 올해 와인 시장 성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아영FBC는 에딩거 맥주와 하이볼용 위스키 '라벨5' 등을 내세워 규모를 더 키운다는 전략이다. 논알코올 샴페인, 로제와인, 프랑스, 미국 등 고가 와인 취급을 늘려 와인 포트폴리오도 강화한다. GS25, CU 등 편의점과 롯데마트 등 채널과 협력해 가격 할인, 프로모션을 통한 와인 판매도 높일 계획이다. 이와 함께 2월 와인나라 홍대점을 신규 오픈한 데 이어 성수점·시청점·신용산점 등 3개 매장을 추가로 열어 올해 매장을 기존 10곳에서 13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올해 국내 와인 수입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나라셀라는 레스토랑 신사업을 통해 회사 규모를 확장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혼술 문화가 정착되면서 와인 수요가 크게 성장했으나 사실상 엔데믹(풍토병화) 이후 다소 수요가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며 "MZ세대를 중심으로 위스키·하이볼이 인기를 끌면서 와인 시장이 상대적으로 침체된 모습이지만, 업체들이 새로운 마케팅으로 고객 발길을 되돌리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