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카드…역대 증시 '부양 효과' 살펴보니
"과거 주가 반등은 정부 부양책 영향"vs "연말까지 주가 상승에 보탬될 것"
[서울=뉴시스] 박은비 강수윤 기자 = 금융당국의 공매도 전면 금지 조치 첫 날, 주가가 눈에 띄게 올랐지만 과거 사례를 살펴봤을 때 매번 상승세가 지속되지는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외국인들의 무차입 공매도를 막을 수 있는 반면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코리아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것이라고 봤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과거 공매도가 금지된 시기는 2008년 10월부터 2009년 5월까지(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8월부터 11월까지(유럽 재정위기), 2020년 3월부터 4월까지(코로나19) 등 세차례다. 먼저 2008년 당시에는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1개월, 3개월 뒤 코스피가 각 20% 이상 추가 하락한 바 있다. 또 2020년 3월에는 금지 조치 이후 1개월, 3개월 뒤 각 5%, 23% 반등했지만 각종 경기 부양책이 쏟아진 영향이라는 게 증권가 진단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 시장과 실물 경제 급락에 대응해 글로벌 중앙은행,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던 시기"라며 "과거 공매도 금지 시기에 주가는 반등한 경우가 있었지만 공매도 금지 조치의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공매도 금지 여부와 별개로 지난달 시장 공매도는 상당히 높은 수준으로 늘어났다"며 "비슷하게 공매도가 많았던 2019년 5월이나 지난해 10월 당시에도 시장은 브이(V)자 반등보다 지그재그식 등락 후 반등 양상을 보여 비슷한 흐름이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공매도를 금지했던) 이전과 차이가 있다면 과거에는 과매도 우려가 있고 예상 못한 변수에 의해 심리가 지나치게 위축됐다는 이유로 공매도를 금지했다"며 "내년 6월 이전이라도 제도 보완이 된다면 지금 이 상태를 길게 끌고 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하마스 분쟁과 같은 지정학적 리스크로 증시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가 적발된 게 이번 공매도 전면 금지 배경으로 거론됐지만 업계에서는 전반적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이 관계자는 "당장은 공매도에 노출돼 있던 종목들의 주가가 크게 오르겠지만 변동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며 "공매도라는 게 과매수 형태가 나오면 수급적인 측면을 보완해서 정상 가격을 찾아가는 건데 인버스라는 매도 포지션 투자 자체가 역(逆)시장적이라는 인식은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의 순기능을 생각했을 때 이번 영풍제지 하한가 같은 사태를 막을 최소한의 장치도 없어지는 것"이라며 "사실 공매도에서 시장조성자나 유동성공급자 역할을 빼면 거래량은 거의 없어서 실제 금지 효과가 크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이유로 공매도를 전면 금지하면 국내 주식시장 일부 종목에 거품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밸류에이션이 반영되지 않은 거품은 결국 개인투자자들의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고,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걸림돌로 작용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도 "공매도를 주가 하락 원인으로 생각하지 않는 건 선진 시장도 공매도 규제를 안 하지 않냐"며 "개인투자자들이 손실 나고 시장 상황이 어렵지만 이럴 때마다 공매도를 자꾸 금지하면 코리아디스카운트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스템 리스크 급의 대형 위기 발생 시에는 투자자들의 비이성이 난무하면서 패닉셀링이 나오는 만큼 한시적으로 공매도 금지를 시행하는, 즉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금융 안정 차원에서 적절한 조치"라며 "공매도가 특정 종목에 대한 거품 형성을 방지하는 순기능이 있기는 해도 무차입 공매도와 같이 위법적인 공매도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타당하다"고 밝혔다. 양해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제도적인 실효성 논란을 떠나 이번 공매도 금지는 주식시장에는 긍정적일 수 있다고 본다"며 "시기상 위험 요인들이 완화되고 있는 중으로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결정 이후 실질금리, 달러화 가치 등이 하락해 위험자산에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졌고 지표나 이익은 느려도 개선되는 중이기에 연말까지 주가 상승에 보탬이 될 것으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