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삶의 무게, 어긋난 부자…'세일즈맨의 죽음'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 리뷰
연극 '세일즈맨의 죽음'이 세종문화회관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아서 밀러가 1949년 발표한 이래 연극계 3대상인 퓰리처상, 토니상, 뉴욕 연극 비평가상을 석권한 명작이다. 윌리는 30년 넘게 세일즈맨으로 일하며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일과 가정생활 모두 순탄치 않다. 한때는 잘나가는 세일즈맨이었지만 실적이 떨어지면서 고령의 몸으로 수 백 ㎞를 운전해 물건을 팔러 다녀도 봉급도 없이 커미션만 받는 신세가 된다. 아버지는 늙고 지쳤는데, 아들들은 서른이 넘도록 변변찮은 일자리만 전전하고 있다. 특히 큰 아들 '비프'와 윌리는 만나기만 하면 으르렁 거린다. 15년 전의 한 사건 때문이다. 비프는 3개의 명문대에서 입학 제의를 받을 정도로 촉망 받는 풋볼 선수였다. 하지만 수학 과목을 낙제해 졸업이 불발됐고, 입학도 물 건너갔다. 이렇게 된 것 역시 15년 전의 사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안팎으로 시달리는 윌리는 치매 환자처럼 과거와 현재, 상상과 현실을 구분하지 못한다. 극은 비극적인 현실과 행복했던 과거를 오가면서 씁쓸함을 배가시킨다.
"에버트 구장 경기 기억나? 뉴욕시장배? 팀에서 비프가 제일 키가 컸어. 기억나? 그 녀석, 태양이 내리쬐는 구장에 우뚝 서 있었지. 헤라클레스 같았어….비프가 나왔을 때 사람들의 함성 소리 기억나? 로먼! 로먼! 로먼! 비프는 크게 될 거야. 태양처럼 빛나는 녀석이니까!" 비프는 자신이 1달러 짜리 한심한 인생이라는 현실을 직시했음에도 윌리는 끝까지 근거 없는 낙관에 사로잡혀 자기 객관화를 하지 못한다. '세일즈맨의 죽음'은 희망에 찼던 중산층 가족이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어떻게 나락으로 떨어지는지도 보여준다. 윌리는 수 십 년을 열심히 일했지만 보험금과 가전 할부금도 내지 못하는 형편이고, 주택담보대출을 겨우 다 갚았지만 그 집에 살 사람은 없다. 현 시대 한국에 적용해 봐도 공감을 얻기에 무리가 없는 보편타당성을 지닌 작품이다.
공연은 3월3일까지 계속된다. ◆★공연 페어링 : 토끼소주 윌리 로먼의 집은 뉴욕 브루클린에 있지만 보스턴에서 영업 활동을 해야 했다. 환갑이 넘은 나이에 봉급도 없이 약 네 시간을 운전해야 하는 보스턴에서 일하기는 버거웠기에 뉴욕에 있는 일자리를 달라고 젊은 사장 하워드를 찾아갔지만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는다.
만약 이 연극의 배경이 한국이었다면 이 말을 듣고 난 다음 장면은 아마 포장마차가 아니였을까? 안주도 제대로 챙겨 먹지 않고 깡소주를 들이켜는 안쓰러운 아버지의 모습이 클리셰처럼 떠오른다. '토끼소주'는 브루클린에서 탄생한 증류식 소주다. 미국인 브랜든 힐이 한국 전통 양조장에서 영감을 받아 뉴욕의 주조장에서 처음 만든 제품이다. 뉴욕의 고급 한식당을 매개로 입소문을 타다가 한국에 역수출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