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은 생존과 공존, 그리고 정의의 문제"[조수원 BOOK북적]
최재천 교수 신간 '양심' 출간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최재천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석좌교수가 2025년 첫번째 키워드로 ‘양심’을 꺼내 들었다. 그는 인간과 사회의 공정함은 결국 양심에서 출발한다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 시대의 ‘양심’이 갖는 중요성을 강조한다. 최 교수는 새해를 맞아 신간 '양심'을 출간한 건 "양심을 얘기하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노력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적어도 단어가 사라지는 걸 막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했다. "1996년 11월 어느 날 우연히 MBC TV '일요일 일요일 밤에'라는 프로그램을 시청하게 됐다. 누가 지켜보지 않아도 양심적으로 정지선을 지키거나 안전 속도를 유지하며 주행하는 자동차 운전자에게 '양심 냉장고'를 선물하는 공익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중략) 촬영을 접으려던 새벽 4시 13분쯤 파란색 대우 티코 한 대가 횡단보도 앞 정지선에 멈춰섰다. 제작진의 권유로 운전석에서 내린 사람은 말투가 어눌한 장애인 부부였다. 혹시 음주 운전자가 아닐까 우려하며 '왜 신호를 지키셨나요?'라고 묻자 그 지체장애인 남성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내가‥늘‥지‥켜‥요‥'"(10~11쪽) 그는 "우리 사회가 비양심적으로 살아도 크게 비난받지 않고 심지어 비양심적인 사람이 더 잘사는 거 같아서 보기가 불편하다"고도 했다. 신간 '양심'은 양심이 단순한 도덕적 기준이 아니라, 생존과 공존, 그리고 정의의 문제라는 사실을 깊이 있게 조명한다. 최 교수의 유튜브 채널 '최재천의 아마존' 제작팀인 '팀최마존'이 양심을 주제로 한 7편의 이야기와 최 교수가 글로 전달하고 싶은 마음을 다뤘다. ‘제돌이 야생 방류’, ‘호주제 폐지’, ‘복제 반려견의 윤리적 논쟁’, ‘과학자들의 절박한 외침’ 등 논쟁적이지만 반드시 이야기해야 할 주제들을 편집 없이 상세히 수록했다.
최 교수는 한강 작가의 소설 '소년이 온다'의 한 구절을 각색해 양심을 작은 촛불에 비유했다. 최 교수는 "내 안에 있는 깨끗한 무엇이 있는데 그것이 촛불"이라며 "마음속에 작은 촛불이 타고 있는데 불어도 불어도 꺼지지 않는 것이 바로 양심"이라고 했다. "공정은 가진 자의 잣대로 재는 게 아닙니다. 재력, 권력, 매력을 가진 자는 함부로 공정을 말하면 안 됩니다. 가진 자들은 별생각 없이 키 차이가 나는 사람들에게 똑같은 의자를 나눠주고 공정하다고 말합니다. 아닙니다. 그건 그저 공평에 지나지 않습니다. 키가 작은 아이들에게는 더 높은 의자를 제공해야 비로소 이 세상이 공정하고 따뜻해집니다. 공평이 양심을 만나면 비로소 공정이 됩니다. 양심이 공평을 공정으로 승화시킵니다."(38쪽) 그는 "들여다보면 기껏해야 공평 정도"라며 "똑같이 누구는 주고 누구는 안 줄 수 없으니까 할 만큼 한 거라는 건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받은 사람은 양보해서 받지 못한 사람이 누릴 수 있게 해주는 적극적 양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성별과 세대 갈등에 대한 의견도 피력했다. "남녀 갈등 문제를 조금만 따듯하게 우리가 풀어내면 양쪽이 다 좋은 결론 충분히 낼 수 있다"며 "사회적으로 갈라치기를 해서 불편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생물학적 차이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면서 균형 맞추면 공정이 될 수 있고 머지않은 미래에 풀려 갈 것"이라고 말했다. 세대 갈등에 대해선 "꼬이면 꼬였지 그냥 저절로 풀릴 가능성은 없다"며 "양 진영이 마주 앉아 서로를 따듯하게 바라보며 얘기해야 풀리는 것이고 이대로면 점점 어긋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치인과 기득권층에도 한마디를 덧붙였다. "생각한 양심에 따라 움직이면 우리 사회가 지금보다 좋은 사회가 돼요. 세상을 다 속였는데 딱 한 명, 저 자신을 못 속여 불편해하다가 올바른 선택과 행동을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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