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 어떤 기업이길래…'괴짜' 40세 천재공학자의 반란[딥시크 쇼크③]
中 국내파 IT 전문가가 세운 AI 스타트업로 전 세계 주목국내파 우선 채용 기조부터 오픈소스 강조에 눈길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가 세계 AI 시장을 요동치면서 창업자인 량원펑(梁文峰)이 누구인지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학이나 해외 빅테크 근무 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이력부터 독창적인 경영 방식과 기술 철학 등도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中 국내파 IT 전문가, '올트먼 동갑내기'답게 창업 목표도 'AGI'
2일 중국 CGTN,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량원펑은 1985년생으로 챗GPT 개발사인 오픈AI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과 동갑이다. 중국 광둥성에서 태어난 그는 공학 분야 명문대인 저장대에서 전자정보공학을 전공한 중국 국내파 IT 전문가다. 그는 글로벌 IT 기업에서 경력을 쌓기보다는 중국에서 창업하며 경력을 쌓아왔다. 2013년 야코비투자관리 유한회사를 창업했으며 2015년에는 저장대 동문과 함께 헤지펀드인 하이플라이어를 설립했다. 하이플라이어는 수학적·통계적 모델과 알고리즘을 활용해 투자 전략을 세우는 '퀀트 투자' 전문 기업이다. 그는 AI를 활용해 금융 시장을 분석하며 2021년 운용 자산을 1000억 위안(약 20조원)까지 끌어올렸다. 금융권에서 쌓은 데이터 분석과 AI 모델 개발 경험이 이후 딥시크 창업 발판이 됐던 것으로 보인다. 량원펑은 2023년 거대언어모델(LLM)과 범용인공지능(AGI)에 초점을 맞추기 위해 하이플라이어 AI 연구부서에서 분사해 딥시크를 설립했다. 자본금은 1000만 위안(약 20억원)인데 하이플라이어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딥시크를 통해 단순한 생성형 AI 모델이 아니라 AGI 개발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량원펑은 과거 인터뷰에서 "AI 본질은 언어일 수 있다. 당신은 자신이 사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론 마음속에서 언어를 짜고 있을 수 있다. 인간과 유사한 AGI가 대규모 언어 모델에서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며 그의 꿈을 전했다. 또 "중국과 미국 AI 간 1~2년 격차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실제 격차는 모방과 독창성의 차이다. 중국이 영원히 '추종자'(follower)로 남을 수 없다"며 모방에서 독창성으로 전환하고 자체 기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비즈니스 관점에서 볼 때 (AI에 대한) 기초 연구는 투자 수익률이 매우 낮다"고 말했는데 딥시크 AI 모델이 오픈소스로 개방하는 기조를 유지한 이유로 보인다. ◆中 최고 개발자들이 모인 딥시크, 전 세계 AI 뒤흔들다
딥시크는 미국의 대중 수출 제재로 고사양 AI 칩을 이용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 내에서 유망한 IT 인재를 영입하며 기술력을 쌓아왔다. 딥시크에는 현재 139명의 연구·개발(R&D) 인력이 근무하는데 대부분 중국 대학에 갓 졸업한 신입이거나 업계 경력이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레이쥔 샤오미 창업자가 연봉 1000만 위안(20억원)에 스카우트했다고 알려진 'AI 천재 소녀' 뤄푸리(羅福莉) 등 실력자들이 근무하고 있다. 량원펑은 "기본적인 기술과 창의성, 열정이 더 중요하며 이런 관점에서 중국에는 적합한 후보자가 많다. 중국 최고 인재들이 과소평가되고 있다"며 자신처럼 국내파 인재 채용을 중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 최고 실력자들을 모은 딥시크는 오픈소스 AI 모델을 꾸준히 선보였다. 2023년 11월 첫 번째 AI 제품 '딥시크 코더'를 공개했으며 지난해 비전 언어 모델(VL), LLM 'V2' 등을 잇달아 선보였다. 특히 지난해 12월 공개한 'V3'는 GPT-4o, 클로드 3.5, 라마 3.1-405B 등을 압도하는 성능을 보였다. 중국 정부도 딥시크 성장세를 주목했다. 량원펑은 최근 베이징에서 리창 국무원 총리가 참석한 심포지엄에 초대받았다. 교육, 과학, 문화, 보건,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이 참석한 좌담회였는데 AI 업계 대표로 초대받은 건 량원펑이 유일했다. 이후 딥시크가 공개한 새 AI 모델 'R1'은 전 세계 AI 업계를 뒤흔들면서 중국에서는 그에 대한 찬양이 이어졌다. 관영 매체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딥시크가 오픈AI에 필적할 만한 성능을 보였다. 미국 AI 산업에 커다란 충격을 줬다"고 보도했다. 중국 매일경제신문은 "량원펑이 중국의 젊은 학생들을 이끌고 창업한 딥시크가 미국 과학기술계를 뒤흔들었다"고 전했다. 이외 중국 현지 매체들은 최근 춘제를 맞아 량원펑 고향에 그의 귀성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린 모습 등도 보도했다. 하지만 딥시크 급성장에도 업계에서는 량원펑과 그의 기술력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딥시크가 최신 AI 모델을 개발하는데 오픈AI AI 모델에 반복적으로 질의해 대규모의 데이터를 빼냈다는 주장 등이 나오면서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오픈AI는 최근 딥시크가 미국 회사의 AI 모델에 반복적으로 쿼리를 보내어 새로운 모델을 훈련시켰는지 조사하고 있다. 오픈AI의 서비스 약관에는 고객이 해당 AI 모델 출력을 사용해 자체 경쟁력 있는 모델을 개발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오픈AI는 이전에 자사 모델을 유출한 것으로 의심되는 계정 이용을 금지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해 배후자를 파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딥시크는 현재 AI 업계에서 무시할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중국 내수 시장을 빠르게 성장하는 데 이바지할 것으로 주목되면서 글로벌 AI 경쟁에서도 새로운 변수를 제공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