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탄핵 핵심 쟁점⑤]정치인 체포…국회측 "반대파들 손발 묶어" vs 윤측 "간첩 잡으라 해"
헌법 44조 '정치인 체포할 수 없다' 적시홍장원 메모·조지호 피신조서 핵심 증거헌재, 위헌성 위주 판단…체포 집중 추궁
[서울=뉴시스] 장한지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심판에서는 12·3 비상계엄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들에 대한 체포 지시 여부가 중요한 쟁점 중 하나다. 헌재가 체포 지시가 있었다고 판단한다면 윤 대통령 파면 결정에 치명적이다. 헌법 44조는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 회기 중 국회의 동의 없이 국회의원을 체포 또는 구금할 수 없다고 정하고 있다. 국회 측은 정치적 반대파들의 입을 틀어막고 손발을 묶으려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윤 대통령 측은 간첩들을 잡아들이라고 한 취지라고 반박하고 있다.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헌재는 핵심 증거인 이른바 ‘홍장원 메모'와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내용이 담긴 조지호 경찰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놓고 어떻게 판단할지 관심이다. ◆홍장원 "尹, 싹 다 잡아 들이라고 말해"…체포명단 공개도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의혹을 뒷받침할 핵심 증인은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다. 그의 메모에는 윤 대통령이 체포를 지시했다는 주요 정치인 등의 명단이 적혔다. 헌재가 메모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향후 내란 우두머리(수괴) 혐의 형사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는 비상계엄 당일 밤 10시53분께 윤 대통령의 전화를 받고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 국가정보원에도 대공수사권 줄 테니까 우선 방첩사를 도와 지원해, 자금이면 자금 인력이면 인력 무조건 도와"라는 말을 들었다고 증언했다. 이후 11시6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아 정치인 등 체포 명단을 들었으며. 메모지에 체포 대상자 이름을 적은 뒤 이튿날 보좌관에게 이 메모를 바탕으로 다시 쓰게 했다는 것이 홍 전 차장의 말이다. 이는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를 뒷받침하는 핵심적인 증언이다. 반면 윤 대통령 측은 '싹 잡아들이라'는 발언은 계엄과 무관한 발언이었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은 "격려 차원에서 전화를 기왕 한 김에 간첩 수사를 방첩사가 잘할 수 있게 도와주라는, 계엄과 관계없는 얘기를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 전 차장이 대통령의 발언을 잘못 이해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도 "간첩들을 싹 다 잡아들이라고 말한 것"이라며 체포 지시 혐의를 부인했다. 다만 국회 측이 "통화 당시 간첩 얘기가 나온 적이 있느냐"고 묻자 홍 전 차장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지호 피신조서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적혀 조 청장의 피의자 신문조서에도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 정황이 담겼다. 국회 측은 지난달 18일 윤 대통령 탄핵심판 9차 변론에서 해당 조서의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조서에 따르면, 조 청장은 수사기관에서 "전화를 받았더니 대통령은 저에게 '조 청장! 국회에 들어가는 국회의원들 다 잡아. 체포해. 불법이야'라고 했다. 뒤의 5회 통화 역시 같은 내용이었다. 대통령이 굉장히 다급하다고 느꼈다"고 진술했다. 아울러 여 전 사령관이 계엄 당시 첫 번째 통화에서 이 대표와 우원식 국회의장, 김동현 판사를 포함해 15명을 불러줬고 두 번째 통화에서 "한동훈 추가입니다"라고 말했다고 진술했다. 국회 측은 여 전 사령관의 진술도 공개했다. 그는 군검찰 조사에서 "14명을 특정해 체포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비상계엄 직후 장관으로부터 처음 들은 게 맞다"고 했다. 윤 대통령의 체포 지시와 관련해 국회 측은 "체포 대상자 명단의 존재, 대상자에 대한 체포 지시가 있었다는 점은 증거에 의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측은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를 헌법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반발하며 강하게 항의하기도 했다.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형법상 내란죄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사실 판단과 함께 해석 및 법리 검토가 필요하지만, 정치인 체포 지시는 사실로 확인된다면 헌법에 위배된 행위가 명백하기 때문에 파면 사유로 적시될 수 있다. 이에 따라 헌재 재판관들도 주요 인사 체포 지시와 관련해 집중적으로 추궁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형식 재판관은 지난달 4일 5차 변론에서 "(여인형이) 불러준 명단이 체포 대상자라는 의미였나"라고 물었고, 홍 전 차장은 "그렇다. 위치를 추적해 달라는 것 자체가 체포 대상자의 검거를 위한 것이라고 이해했다"고 답변했다. 이어 정 재판관이 "(메모에) 위치추적, 검거지원, 이런 식으로 적어 놓는 게 맞지 않나"고 묻자, 홍 전 차장은 "생각나는 대로 갈겨 쓴 부분이기 때문에 다소 합리적이지 않게 적은 건 인정한다"고 답했다. 김형두 재판관도 지난달 13일 8차 변론에서 조태용 국정원장에게 "홍 전 차장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전화에서 '이번 기회에 싹 다 잡아들여라', '우선 방첩사령부를 도와 지원해라' 등 말했다고 한다"며 "대통령이 굉장히 많은 지시를 했다"고 지적했다. 조 원장은 "대통령께서 홍 차장에게 그런 얘기를 했는지 확신이 없다. 홍 전 차장 말을 신뢰하기가 어렵다"고 답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