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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는 범죄"…경찰, 전세사기범 끝까지 추적한다[서민 울리는 민생범죄⑦]

등록 2025-06-23 06:00:00   최종수정 2025-06-23 16: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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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밀집' 관악서, 집중수사팀 출범

전문 수사관들, 전세사기범 "끝까지 추적"

"자책 마세요…탓해야 하는 건 범죄자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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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지난 5월 7일 서울 관악경찰서에서 만난 허지원 집중수사팀 팀장(경감). 2025.05.07 [email protected]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겹치며 서민들의 생활고가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민생범죄가 기승을 부리면서 서민의 삶에 고통을 주고 있다.

대출 규제 강화로 금융 소외계층의 자금난이 극심해지면서 불법 사금융 피해가 급증하고 서민의 주거안전을 위협하는 전세사기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우리 사회에 깊숙이 파고든 보이스피싱은 최근 기술의 발전과 함께 더욱 진화해 피해자들은 더욱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뉴시스는 서민다중피해범죄 피해 실태와 대안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기획했다.

글 싣는 순서 ▲불법사금융 덫(1부) ▲전세사기 늪(2부) ▲보이스피싱 지옥(3부) ▲마약 디스토피아(4부) ▲민생범죄 전문가 진단(5부)〈편집자 주〉

[서울=뉴시스]이다솜 기자 = [서민 울리는 민생범죄] 전세사기 늪(3부)

"전세사기 피의자들은 자신이 죄를 지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투자에 실패했다고 생각하죠. 그러나 무자본 갭투자는 정상적인 투자가 아니라 범죄입니다."

서울 관악구는 전국에서 가장 많은 청년 1인 가구가 밀집한 지역이다. 이곳에서 벌어진 전세사기 피해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는다. 그런 가운데 서울 관악경찰서에는 전세사기범들을 끝까지 추적하고 엄정히 수사하는 '집중수사팀'이 출범했다. 팀을 이끄는 허지원 경감은 변호사 출신 수사관으로, 경제범죄의 구조적 허점을 법과 수사로 파헤치고 있다.

◆무자본 갭투자로 사기…범죄 인식 없는 피의자들
관악경찰서 집중수사팀은 지난 4월 중순 출범한 전문 수사팀으로 전세사기 사건과 같은 사회적 중요성이 큰 중요 경제범죄, 다수 다액의 피해를 야기하는 조직적 사기 사건을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허 경감을 비롯해 변호사, 책임전임수사관, 관련 분야 석·박사 가운데 수사 경력과 성과 등을 고려해 선발된 5명의 전문 수사관으로 구성됐다.

허 경감은 4년간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서 근무하다 경찰대학 치안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 후 변호사 경력채용으로 경찰에 입직했다. 이후 관악서 수사1과 경제팀, 여성청소년과 여청수사팀 수사관을 거쳐 최근 신설된 집중수사팀 팀장을 맡아 자리를 옮겼다.

전세사기의 대표적인 유형은 '무자본 갭투자'다. 임대인이 자기 자본 없이 대출과 세입자의 보증금만으로 집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허 경감은 "전세계약 종료 시점에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는 구조인데, 이를 임차인에게 고지하지 않거나 허위로 고지하면 사기죄가 된다"고 말했다. 특히 '동시진행 방식'의 전세사기는 보증금으로 매매대금과 각종 수수료를 한꺼번에 해결하며 임대인의 자본 리스크를 모두 임차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다.

최근에는 깡통전세 등 부동산 경기 침체에 따라 수익이 불가능한 임대인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면서 사건화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세사기를 100%를 피할 방법은 전세계약을 하지 않는 것 말고는 없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들리는 이유다.

허 경감은 "많은 피의자들이 이를 투자 실패라고 여기고, 죄 의식을 가지지 않는다"며 "그러나 최근 판례는 무자본 갭투자 구조에서 고지의무를 강조하고 있고, 이를 어기면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설명했다.

◆"공인중개사 말만 믿지 마세요"…예방 위한 체크포인트
피해 예방을 위해서는 부동산 등기부등본 확인은 물론, 건물의 수익구조와 전세 세입자 비율 등을 확인해야 한다. 허 경감은 "절대로 임대인이나 공인중개사의 말에만 기대서는 안 된다"며 "전세계약 당시 공인중개사를 통해 임대인의 보유 부동산 현황이나, 근저당권 말소 가능성 여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대다수의 사회초년생들이 거주하는 다세대, 다가구주택의 경우 아파트와 달리 건물가액을 확인하기 어렵다. 때문에 전입세대 열람, 확정일자 부여 현황 등을 확인해 전세 세입자가 건물에 어느정도 비율인지 확인하고, 임대차 계약 시 공인중개사에게 임대인의 타 건물 보유 현황을 확인해야 한다.

임대인이 근저당권이 설정되어 있는 금융기관에 임대보증금을 받아 상환하여 근저당권을 말소하겠다는 취지로 기망하는 경우도 있다. 허 경감은 "금융기관에 확인해 임대보증금을 받으면 근저당권이 해제가 되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사실이라면 임대보증금을 직접 금융기관에 이체하는 방법도 있다"고 조언했다.

관악경찰서 집중수사팀은 오늘도 사각지대 없는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부터 '전세사기 대응 TF팀'을 구성해 약 3개월간 집중 단속을 펼쳤다. 그 결과 총 491억원 상당 피해를 낳은 전세사기 사건을 해결했고, 81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허 경감은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덧붙였다. 그는 "전세사기 피해자분들은 대부분 사회초년생들로 잃은 임대차보증금이 사실상 자신의 전재산인 경우가 많아 상당한 좌절감을 느낀다"며 "피해자가 탓해야 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니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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